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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밸리 장악한 삼성맨의 괴력

  • 김소연 sky6592@mk.co.kr

테헤란밸리 장악한 삼성맨의 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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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 잘하고 돈 잘 끌어오기로 소문난 삼성 출신 기업가들이 벤처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다. 육사 못지않은 유대감, ‘메이드 인 삼성’에 대한 사회의 호의적 시선도 큰 힘. ‘벤처사관학교’를 자처하며 직·간접적으로 이들의 네트워크 결성을 후원하고 있는 삼성그룹의 속뜻은?》
지난 4월 말 네이버컴이 한게임커뮤니케이션, 원큐, 서치솔루션 등 3개 업체를 인수·합병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새롬기술과 합병이 무산된 후 네이버컴이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겠다며 진행한 일이었다.

새로 설립된 회사는 공동대표제로 운영된다. 네이버컴 이해진 사장과 한게임커뮤니케이션 김범수 사장이 네이버컴을 함께 이끌어갈 두 축이다. 재미있는 것은 두 사람이 서울대 86학번 동기일 뿐 아니라 삼성SDS 입사동기로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어왔다는 사실. 92년에 입사 후 98년 김사장이 먼저 한게임을 차려 독립해 나왔고 이해진 사장은 다음해인 99년 네이버가 분사될 때 사장을 맡아 나왔다. 이런 인연을 바탕으로 이번 합병 이전부터 네이버컴과 한게임은 상당한 밀월관계를 유지해오고 있었다. 한게임커뮤니케이션은 4월 현재 회원 300만명, 1일 페이지뷰 1000만을 자랑하는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 고스톱, 테트리스 등의 게임을 서비스하는 한게임이 자사 사이트 외에 처음 서비스하기 시작한 타 사이트가 바로 네이버였다.

이사장과 김사장의 네이버컴 공동대표 취임은 벤처업계에 널리 퍼져 있는 삼성그룹 인맥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향후 벤처기업들의 M·A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이는 시점에 삼성그룹 출신 벤처기업들이 어떤 식으로든 엮여 벤처업계를 이끌어갈 주도 세력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말부터 삼성그룹이 신흥 벤처사관학교로 떠오른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IMF 이후 삼성을 떠난 사람은 2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이 대거 벤처업계로 이동하면서 벤처업계에 ‘삼성 출신’이라는 새로운 지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특히 SDS, 물산, 전자 출신이 많은데 이 세 기업 출신 벤처업계 사장만 1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사람들이 나와 있으며 이들은 어떤 고리로 묶여 있는가. 또 최근 이들을 네트워크화해 적극 관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노림수는 무엇인가.



인맥의 핵심, 삼성SDS

지난 3월27일, 다우기술 창업자 김익래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김종환 전 삼성SDS 정보통신본부장이 새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76년 제일합섬에 입사해 삼성그룹에서만 25년을 보낸 김사장이 다우기술로 오면서 김사장은 벤처업계 삼성SDS 출신 네트워크에 새로운 중심으로 부상했다.

김사장은 유니텔의 산증인. 94년 유니텔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할 때부터 유니텔을 진두지휘해 최근 유니텔이 분사할 때까지 최고책임자로 일해왔다. 유니텔을 이끌면서 국내 처음으로 공동마케팅을 도입, 영화 ‘접속’과의 공동마케팅으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성공해 오늘의 유니텔을 만들어낸 인물로 유명하다. 김사장은 부하직원들에게도 상당히 신망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사장의 다우기술 입성과 관련, 결과적으로 잘된 일이기는 하지만 분사한 유니텔 최고경영자로 가는 게 더 명예롭고 보기좋지 않았겠느냐고 안타까워하는 세간의 시선은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김사장은 유니텔 분사 직전 스스로 회사를 그만뒀다. 분사를 앞두고 삼성그룹 ‘후계자’ 이재용씨가 유니텔을 맡아 그룹 인터넷 사업을 진두지휘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설득력 있게 들리던 때, 김사장은 “유니텔을 이만큼 키워놨으니 이제는 떠날 때가 됐다”며 사표를 냈다. 잠시 자연인으로 돌아가 있던 김사장에게 접근한 사람이 다우기술 김회장. 이전부터 친분이 있었지만 김사장만큼 다우기술이 추구하는 새로운 인터넷왕국을 끌어나가기에 적합한 인물도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김사장은 우선 소프트웨어 개발, 정보시스템 관장, 정보센터 구축 등 정보통신과 관련된 대부분의 분야를 경험한 베테랑이다. 삼성그룹 25년간의 생활을 통해 쌓아올린 인맥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삼성SDS 출신들의 벤처업계 막강 파워를 감안해볼 때 김회장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던 셈이다.

다우기술은 올 들어서만 자본금 500억원 규모의 사이버증권사 키움닷컴, 인터넷방송포털서비스업체 캐스트서비스, 금융포털사이트 이머니, 인터넷상에 음성을 실어보내는 기술인 VoIP 솔루션 개발업체 제너, 여성포털사이트 우먼드림, 교육포털사이트 아이야닷컴 등 모두 6개의 인터넷기업을 설립했다. 이를 바탕으로 다우기술을 인터넷기반 서비스회사 겸 인터넷그룹 지주회사로 키운다는 야심이다. 그리고 이 야심의 최전방에 김사장이 서 있는 셈이다. 김사장은 다우기술 사장에 선임된 이후 삼성SDS 출신 벤처기업가들과 네트워크 다지기에 주력하고 있다. 여러 친목모임에 참석해 다우기술의 미래상을 밝히며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는 것. 다우기술과 좋은 관계를 맺어 나쁠 것 없는 벤처기업가들 역시 적극적인 도움을 약속하면서 김종환 사장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파워를 형성해나가고 있다.

삼성SDS 출신 벤처 파워에 김사장을 중심으로 그려지는 지도가 있다면 유니텔 강세호 사장을 중심으로 그려지는 또 하나의 지도가 있다. 둘 다 네트워크의 중심은 삼성SDS지만 강사장 중심의 지도는 유니텔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왕국을 세우려는 삼성그룹의 야심을 대변한다는 데 차이가 있다.

지난 3월3일 삼성SDS에서 분사해 새로 출범한 유니텔의 최고사령탑으로 선임된 강세호 전 한국소프트창업자문 사장. 강사장은 99년 9월 삼성SDS 컨설팅사업부장(이사)직을 그만둔 인물이다. 회사를 떠난 후 바로 한국소프트창업자문을 차리고 대표를 맡은 지 4개월여. 강사장은 자신의 회사를 또 다른 삼성SDS 출신 김동렬 사장에게 맡기고 친정으로 돌아갔다.

강사장의 유니텔 대표 선임은 삼성그룹 인사 스타일에서 대단히 파격적인 일이었다. 한번 떠난 인물은 절대 다시 쓰는 법이 없다는 삼성의 기존 인사 스타일에 비추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는 평. 이사 출신이 같은 그룹 계열사 사장으로 금의환향하는 것도 유례없는 일이었다. 대우 역시 업계 최고급. 스톡옵션 포함, 인터넷업계 전문경영인 최고 수준이라는 게 유니텔측 설명이다.

‘리틀 남궁’ 강세호 사장

사실 강사장은 유니텔 사장을 제의받은 후 한 달 가까이 고사했다. 자기 회사를 차린 지 4개월밖에 안 된 상황에 회사를 그만두는 것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 뿐 아니라 나온 회사에 다시 돌아가는 것도 외부에서 보기에 그다지 좋은 모양새가 아니라는 게 이유. 이때 강사장 설득 작업에 나선 사람이 바로 남궁석 전 정통부 장관과 삼성그룹 비서실 임원이었다는 후문이다.

삼성그룹이 이와 같이 파격적인 조건으로 강사장을 데려온 이유는 무엇일까. 삼성그룹은 유니텔을 인터넷 지주회사로 키운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향후 이를 위해 적극적인 벤처투자와 함께 인터넷업체들과 전략적 제휴는 물론 인수·합병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이 일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 꼽힌 것이 강사장인 것. 삼성SDS 출신 네트워크의 중심인물일 뿐 아니라 한국소프트창업자문 대표로 있으면서 쌓아올린 벤처 인맥도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강사장은 ‘리틀남궁’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남궁석 전 장관의 오른팔과 같은 인물이다. 철도고 졸업 후 연세대에 수석 입학, 대학 재학시절 12회 기술고등고시에 합격하는 등 여러 가지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강사장은 앞으로도 한국소프트창업자문의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이를 통해 유니텔을 측면지원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세호 사장 후임으로 한국소프트창업자문을 맡은 김동렬 사장은 강사장과 함께 삼성SDS 컨설팅사업부에서 오래 호흡을 맞췄다.

김종환 사장과 강세호 사장을 중심으로 묶여 있는 삼성SDS 출신 벤처업계 사람들은 어떤 이들일까. 대표주자는 경매서비스업체 셀피아 윤용 사장이다. 김사장과 강사장이 각각 상징적·정신적 지주 노릇을 하고 있다면 실질적으로 삼성SDS 출신 인맥들을 모으고 모임을 관장하는 이는 바로 윤사장이다. 자사 출신 벤처기업가 네트워크를 만들어 이를 본격적으로 관리하겠다고 선언한 삼성SDS조차 실무를 윤사장에게 일임하고 있을 정도다.

윤사장은 유니텔 전자상거래 ‘유니플라자’를 실질적으로 기획하고 만든 인물. 이후 삼성물산의 ‘삼성몰’과 삼성전자 쇼핑몰 구축도 담당했다. 이런 인연으로 삼성SDS뿐 아니라 삼성 각 그룹 인물들과 다양한 인맥을 쌓아왔다. 윤사장은 유니플라자를 분사시키려다 안 되자 아예 팀원들과 함께 독립해나와 셀피아를 차렸다. 홍순암 이사를 필두로 조수형 마케팅팀장, 윤지현 연구팀장, 임태균 기반팀장 등이 모두 삼성SDS에서 일한 사람들이다.

윤사장이 중심인물로 나서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셀피아의 특성상 ‘네트워크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네트워크가 중요하지 않은 벤처기업이 없지만 셀피아는 특히 네트워크가 핵심이다. 자체 경매사이트를 갖고 가기보다, 제휴업체에 경매솔루션을 제공하고 운영해주는 게 셀피아의 기본 업무기 때문이다. 제휴가 곧 기업의 생사와 연결되다 보니 네트워크 구성에 주력하지 않을 수 없고 자연스레 삼성SDS 출신 네트워크 구축에 중심이 됐다.

윤사장을 주축으로 모이는 삼성SDS 네트워크에는 김종환 사장과 강사장을 비롯해 홍윤선 네띠앙 사장, 이양동 웹투폰 사장, 김동렬 한국소프트창업자문 사장, 김범수 네이버컴 공동사장, 김종현 네오이데아 사장, 손정숙 디자인스톰 사장, 신용현 사이버토크 사장, 이호걸 이노텍정보통신 사장, 이강우 한국테크노벨리 사장, 이성균 유인커뮤니케이션 사장, 이재홍 파이널데이타 사장, 정요원 월드팁스넷 사장, 정재욱 엔드리스레인 사장, 조풍연 메타빌드 사장, 황지윤 드림원 사장, 허재만 SOVIC창업투자 사장 등이 있다. 여기에 유일하게 삼성SDS 출신이 아닌 사람이 한 명 끼는데 바로 하우리 권석철 사장이다. 그러나 하우리는 에스원이 2억원을 투자해 6.9%의 지분을 갖고 있는 기업. 넓게 보면 삼성그룹 벤처 인맥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이외에 삼성SDS 출신 벤처기업가로는 이해진 네이버컴 사장, 윤재철 한솔텔레콤 사장, 김재하 파텍21 사장, 이경호 세이프인터넷 사장, 양준열 PSTOCK 사장, 장혜정 이비전 사장, 이호관 플레이머스 사장, 조규곤 누트러스트 사장, 이원준 이노베이트 사장, 김정희 DNC인텔리전스 사장, 안혜연 시큐어소프트 이사 등이 있다. 이중 장혜정 이비전 사장은 올 초 삼성SDS가 적극적인 분사 정책을 표방한 후 제1호로 독립해 나간 사례다.

삼성SDS 출신들이 김종환 사장과 강세호 사장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고 있다면 삼성물산 출신들은 옥션 이금룡 사장을 축으로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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