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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대특집|역사의 대전환, 남북화해시대

김정일은 주한미군 철수 원치 않는다

  • 김정원 세종대 부총장 ·국제 정치학

김정일은 주한미군 철수 원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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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협상의 전략’의 저자이기도 한 척 다운스는 “북한외교는 항상 정권통제를 강화하는 관점에서 사용된다. 북한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것은 군사력, 특히 장거리 미사일을 추축으로 한 공격력 강화라는 새 전략을 보강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북한은 미국의 영향력을 감소시키기기 위해서 한국이나 이탈리아, 호주 등의 다른 동맹국들에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정희 정권 시절 중앙정보부에서 일했던 한 전직 고위 관리는 주한미군과 관련한 북한의 견해를 이렇게 설명했다.

“일반인들은 주한미군이 대한민국의 안보와 평화 유지를 위해 필요하기 때문에 한국만이 주한미군을 원하고, 북한은 자주적인 입장에서 주한미군의 철수를 원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난센스다. 북한의 속내를 뒤집어 보면 1970년대 이후 한국의 경제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오히려 북한이 한국의 북침 가능성에 대해 불안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그런데 북한 쪽에서 보면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주한미군이 한국군을 묶어둠으로써 한국의 독자적인 북한 침략을 막는 제도적 장치인 것이다. 속마음은 그러면서도 북한은 미 제국주의자에 대한 분노와 미군 철수에 대한 당위성을 강조함으로써 대외 협상용과 국민 결집용으로 주한미군을 활용해왔다.”

실제로 북한은 냉전 이후 주한미군이 아태지역에서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과 함께 일본·중국·러시아에 대한 견제기능을 발휘하는 것을 보고 겉으로는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면서도 속으로는 주한미군의 존재를 대남, 대미 협상용으로 이용해왔다. 남북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도 이러한 장기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재론의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본은 한반도의 통일을 가장 두려워하는 대열에 속한다. 일본은 냉전시대에 한국과 미국을 방패막이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세계 초일류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현 상황이 급변할까봐 초조해한다. 지난해 서해교전이 발생했을 때 서울은 거의 동요하지 않은 반면 도쿄에선 식료품 사재기 열풍이 불었던 것이 일본인들의 그런 심리를 엿보게 한다.



일본은 한국이 차제에 한미동맹관계를 정리하면 남북한의 군사력이 일본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어 주한미군을 절대적으로 지지한다. 주한미군이 주일미군의 정당성을 제공하는 것도 그 이유가 된다.

중국은 열강중 남북한 정상회담을 가장 환영하는 쪽이다. 중국은 장차 미북관계가 진전되어 ‘한·미·일·대만 대(對) 중국’ 구도가 형성되어 중국을 압박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따라서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에 의한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중국에 대항하는 잠재세력으로 인식하고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정상회담 개최 직후부터 남북한이 자주적인 위치에서 평화를 논의하는 마당에 더 이상 주한미군을 둘 필요가 없으며, 단계적인 감군이나 철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해왔다.

전통적으로 러시아는 미국이 주한미군을 아시아의 교두보로 사용해왔다는 관점에서 중국과 함께 주한미군 철수를 지지해왔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 이후 러시아는 슬그머니 뒷걸음치고 있다. 지역패권이 중국이나 다른 나라로 넘어가는 것을 원치 않기때문이다.

그러나 중국·러시아도 현 상황에서 3만7000명의 주한미군과 4만7000명의 주일미군이 갑자기 철수할 경우 동북아에서 발생할 힘의 공백에 대한 준비는 돼 있지 않은 상태다.

미국의 선택은 현상유지?

현재 미국이 주한미군과 관련해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는 현상 유지, 부분 감축, 전면 철수, 지위 변경의 4가지가 고려될 수 있다. 이 문제는 남북한 간의 평화 논의가 얼마나 실천되는지, 주변국들이 어떻게 대세를 몰아가는지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 등이 주장하는 대로 철수나 감축보다는 현상 유지를 택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왜냐하면 주한미군의 지위나 성격이라는 것이 유엔의 결의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한 법적 성격이 강해서 이것을 근본적으로 수정하지 않고서는 지위 변경을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남북한 정상의 6·15 합의문에도 자주적인 통일원칙은 포함됐지만 평화와 안보에 대한 장치가 전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한 주한미군의 주둔 명분은 있다.

무엇보다 한국정부가 공식적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므로 미국이 나서서 주한미군 문제를 거론할 필요가 없다. 또한 중점 관리대상인 중국의 팽창정책을 저지하기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한국을 쉽사리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은 향후 한반도의 평화 정착이 가시적인 단계로 접어들면 단순히 한반도의 주한미군 철수 차원이 아니라 더 광범위한 집단안보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동북아는 강대국들의 격전지이면서도 각국의 국익만 충돌할 뿐, 유럽의 NATO처럼 집단 안보체제가 구축되지 않은 특징적인 지역이다. 따라서 미국이 태평양 집단안보체제를 구축할 논리적 근거는 충분하다. 자유민주주의체제와 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를 도모하고 평화를 유지한다는 명분 하에 태평양 집단안보체제 형태를 선택할 것이다.

통일한국 두려워하는 강대국들

미국 CIA의 한반도 전문가는 “한국은 일본과 달리 정보기술이 발달했고, 높은 교육수준과 자본주의 정신이 강하기 때문에 자본주의에 매우 잘 적응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지하자원과 군사력이 남한의 경제력과 합쳐지면 국력이 엄청나게 신장될 것이다. 통일된 한반도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빨리 경제력과 군사력을 성장시킬 것이다. 일본·중국· 러시아는 핵과 미사일 등을 보유하게 될 한국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한반도 통일을 수수방관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예측한다.

우리는 한반도를 둘러싼 힘의 공백과 세력균형의 조정자가 부재한 상태에서 청일전쟁, 일러전쟁, 제2차세계대전, 6·25전쟁과 같은 피비린내 나는 재앙을 경험했다. 따라서 북한의 태도가 어떠하든 성급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으며, 내부적으로 북한의 진의를 정확히 분석해야 한다. 동시에 미국과의 긴밀한 협조 하에 주한미군 문제와 한미동맹 문제를 장기적으로 생각하고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북한은 한국 안보의 핵심고리가 주한미군이라는 판단 하에 전후 50여 년 동안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해왔다. 주한미군이 한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물리적 억제력보다는 심리적인 면에서 더 큰 위력이 있다.

한민족은 누구도 남북을 잿더미로 만드는 비극이 다시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렇다면 정부는 엄연한 정전상태의 적이면서도 형제인 북한과 공존하면서 어떠한 방법으로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것인가.

지난 50여 년 동안 주한미군은 한국과 함께 한반도 평화와 안보에 중요한 구실을 해왔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것을 대신할 수 있는 확고한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주한미군 문제는 결코 섣불리 다룰 수 없다. 애치슨 라인이 준 교훈이 있기 때문이다.

신동아 2000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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