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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기획|‘문화 21세기’ 뉴리더 뉴트렌드 ④ 음악

해체와 통합 거쳐 다원성·대중성으로

  • 장일범 음악평론가

해체와 통합 거쳐 다원성·대중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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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에 만들어지고 있는 음악들은 전통적 범주로는 분류하기가 어렵다. 장르를 넘나들고 전혀 이질적인 요소들이 결합한데다가, 복고주의적 성향마저 띠기 때문이다. 》
21 세기를 맞은 현대음악은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해졌다. 청중들의 귀도 어떠한 음악이나 새로운 사운드에도 충격을 받지 않을 만큼 단련되어 있다.

현대에 만들어지고 있는 음악들은 전통적인 음악의 범주로 분류되기가 어렵다. 장르의 구분이 모호하고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이질적 요소들이 결합되어 우리에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일례로 새로운 스타일로 레코딩된 그레고리오 성가가 수백만 장씩이나 판매되고 록 싱어가 오라토리오를 발표해 성공을 거두기도 한다.

20세기 현대음악이 흘러온 방향이 전위성·추상성·엘리트 중심주의의 특징을 보였다면 오늘의 음악은 다원성·대중성·비결정성·간결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음악을 소비하는 대중의 취향도 다양해져서 특정 이념이나 기법에 구애받지 않는 것이 현재의 흐름이다.

오늘의 음악은 복고주의적인 신낭만주의 음악이 커다란 조류를 형성하고 있으며 거기에 기존 체제의 음악에 식상한 음악인들과 음악 팬들에 의해 제3세계 각국의 민속음악이 담긴 ‘월드 뮤직’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존 코릴리아노:대중과 함께하는 철저한 대중주의자



최근 화제의 영화 ‘레드 바이올린’의 사운드 트랙을 맡아 화려한 작곡 세계를 보여주며 아카데미상 영화음악상을 수상한 이탈리아계 미국인 존 코릴리아노(John Corigliano).

1999년의 몬트리올 경매장, 17세기 이탈리아 장인 부조티에 의한 탄생, 18세기 오스트리아 신동소년의 돌연한 죽음, 19세기 옥스퍼드에서 펼쳐지는 연주와 섹스의 즉흥 2중주, 20세기 상하이 격동의 문화혁명…. 코릴리아노는 3세기를 아우르는 다른 시간, 다른 공간, 다른 문화가 녹아 있는 ‘레드 바이올린’의 여정과 마술같이 얽혀 있는 비밀들을 음악으로 작곡해낼 수 있는 그런 뛰어난 작곡가다.

코릴리아노는 지나친 지적 권위주의와 아카데미즘 때문에 현대음악을 멀리하는 일반 청중이 즐겨 감상할 수 있는 음악을 작곡한다. “청중은 돈을 지불하고 음악을 들으러 오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청중이 공부를 하고 와야 한다면, 돈은 청중이 지불하는 게 아니라 작곡가가 지불해야 한다. 작곡가의 음악을 공부해 주었으니까”라는 그의 말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철저히 대중적인 현대음악 작곡가다.

그의 첫번째 성공은 1964년에 그의 바이올린 소나타가 이탈리아 스폴레토 페스티벌에서 창작상을 받으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그후 그가 12년 만에 작곡한 오페라 ‘바스티유의 유령’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역사상 24년 만에 현존 작곡가가 작곡한 오페라가 무대에 오르는 쾌거를 낳았다.

코릴리아노는 상복이 많은 작곡가다. 또 작곡으로만 자신의 생활을 꾸려가는 몇 안 되는 사람 중의 한 명이다. 1991년엔 클래식 음악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그로마이어상을 받았으며, 같은해 에이즈로 죽어가는 사람들의 상실감·분노·절망감 같은 정서를 표현한 ‘교향곡 1번’으로 그래미상에서 현대음악과 관현악 부문상을 받았다. 교향곡 1번은 발표되자마자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켜 많은 나라에서 연주 요청이 쇄도했으며 캐슬린 포신의 안무로 밀워키 발레단이 무용으로 만들어 공연하기도 했다. 이 곡으로 미국 예술원 회원으로 추대된 코릴리아노는 1997년엔 그래미상 클래식 부문을 휩쓸어버렸다. ‘교향곡 1번’과 현악 4중주곡 ‘고별’로 ‘올해의 음반상’ ‘올해의 현대 작곡상’ ‘올해의 실내악 연주상’ 3관왕이 된 것이다.

코릴리아노는 정열적이면서 사색적이고 예민한 감성을 곡을 통해 표출한다. 우리 삶의 모든 부분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는 그는 그의 음악 안에서 이런 모든 호기심과 지식과 애정을 때로는 슬픔으로 때로는 유머로 표출해낸다.

“요즘같이 녹음 기술이 발달한 시대엔 사람들이 연주회장에 음악만 들으러 오게 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연주회장에 온 청중에게 단지 음악만이 아닌 그 무엇에 대한 충족감을 주어야 한다”고 말하는 그는 현대음악이 음악인들, 연주가들을 위한 음악이 돼버린 것이 청중이 우리 시대의 음악을 멀리했던 이유라고 설명한다.

토마스 아데:음악사를 바꿀 21세기 모차르트

토마스 아데(Thomas Ade). 요즘 세계 음악계는 이 30세가 채 안 된 젊은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지휘자를 주목하고 있다.

1993년 22세의 나이로 런던에서 리사이틀을 연 이후 영국 음악계의 중심으로 우뚝 선 이 청년은 현재 올드버러 페스티벌의 음악감독, 버밍엄 현대음악 그룹의 음악감독, 왕립 음악아카데미의 교수로 활동하면서 피아노 연주, 작곡, 지휘를 하고 있다. 이렇게 바로크, 고전과 낭만 시대의 천재들처럼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활약하는 그의 독창성과 음악성은 영국인들이 모차르트·베토벤·퍼셀·브리튼과 비교하는 것도 결코 무리는 아니다.

1989년 BBC의 ‘올해의 음악가’ 부문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피아니스트로서 두각을 나타낸 아데는 점차 작곡에 무게를 두고 1990년 첫 작품인 5개의 엘리어트 심포니를 작곡하게 된다. 아데의 대표 작품은 ‘살아 있는 장난감(Living Toys)’이다. 올리버 크누센과 협연한 런던 초연 이후 급속하게 비평가의 흥미와 갈채를 받은 이 작품은 스트라스부르·베니스·파리·뉴욕·도쿄 등 세계 50개 도시에서 연주됐다. 그렇지만 ‘살아 있는 장난감’은 성공의 전주곡에 불과했다. 알메이다 오페라가 첼튼햄 페스티벌에서 처음 무대에 올린 아데의 1995년작 오페라 ‘화장한 그녀의 얼굴’은 세계 곳곳에서 공연되면서 찬사를 받는다. “찬란한 창작의 성취” “천부의 재능을 지닌 작곡가에 의한 찬란한 오페라” “팝음악과 쉽게 접목시킬 수 있는 진정 새로운 재능을 지닌 작곡가” “타고난 대가임을 선언한 강인한 생동력”…. 이 오페라는 다시 EMI를 통해 CD로 발매되어 클래식 팬들의 사랑을 받는다. 이어 아데는 1997년 5월과 1998년 2월에 각각 ‘라이프 스토리’와 ‘살아 있는 인형들’ 두 앨범을 발표, 피아니스트와 지휘자로 우뚝 서게 되었으며 1998년에는 그라모폰 어워드 ‘에디터의 선택’ 대상을 수상한다. 아데는 그의 최초 대규모 오케스트라곡인 ‘아쉴라’에서 또다시 진가를 발휘한다. 1997년 10월 사이먼 래틀이 지휘하는 버밍엄 심포니와 초연한 이 곡은 현재도 유럽 곳곳에서 승전보를 타전중이다.

아데는 현재까지 모두 26개의 작품을 완성했는데 이 작품들로 유명한 음악대상들을 석권했다. 현재 29세의 토마스 아데는 활기 찬 영국무대 또는 영국 음악시장에서 불가사의한 거물로 성장했으며 현재 클래식 음악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인물로 떠오른 것이다.

존 아담스:미국적 음악요소로 세계 오페라 제패

존 아담스(John Adams)는 20세기 후반 오페라 작곡으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미국 작곡가다. 그의 오페라 ‘중국의 닉슨’과 ‘클링호퍼의 죽음’은 우리 시대에 작곡된 오페라 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작품들이다. 초연 시에 모택동의 부인 강청도 관람했던 ‘중국의 닉슨’에는 닉슨·모택동·주은래·강청 그리고 헨리 키신저가 주요인물로 등장해 동양과 서양의 불가능한 만남에 관해 노래하고 있다.

특히 1993년 현대 오페라 부문 디아파종상을 수상한 ‘클링호퍼의 죽음’은 시적 열정으로 오케스트라의 풍요로움과 성악의 아름다움을 포착해냈다.

그는 세계 음악계에서 ‘새로운 현대 음악사조’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대표적 작곡가로 알려져 있다. 미니멀리즘의 후계자이면서 동시에 바그너·시벨리우스·브루크너 등 대규모 낭만주의 교향곡들의 열려한 숭배자인 아담스는 리듬의 힘과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이 주조를 이루는, 아주 독창적인 음악을 창조해냈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대부분의 무조음악보다 훨씬 새롭고 역동적이며 설득력이 있다. 그의 음악의 예술적 특성은 무겁고 심각한 작품에 밝고 화려한 면을 갖고 있는 아이러니에 있다. 음악의 민족성에 관심을 보여왔고 자신의 조국인 미국의 음악, 즉 재즈·록·솔·가스펠적인 요소를 포함한 미국적인 악센트와 아메리카니즘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멀리서 찾는 대신에 모든 것을 홈그라운드에서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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