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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흔들리는 보수세력

‘보수’는 반격을 노린다

  • 박성원·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보수’는 반격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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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참석자들은 또 근래에 와서 정부나 언론매체에 의해 보수층의 의견이 외면당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오늘의 노년층은 해방후의 정치사회 혼란, 좌우대립, 6·25전쟁을 겪는 등 풍부한 사회경험을 가졌지만 현 사회의 주류인 시민운동단체와 언론매체들에 의해 경원·소외되고 정부나 사회로부터도 아무런 대접을 받지 못해왔다. 노년세대와 국가사회의 원로들이 소외당하는 이유는 강한 반공정신을 가진 탓으로 친북용공적인 젊은 세대와 생각이나 뜻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이 맞지 않을수록 더 말을 들어보고 연구검토해야 하는데….”

최근의 남북관계 변화를 둘러싼 우려에서는 민족회의와 큰 차이가 없는 ‘밝고힘찬나라’이지만 ‘김정일 저지’ 등 민족회의와 행동통일을 이루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소식지 ‘밝고힘찬나라’의 편집인을 맡고 있는 한승조(韓昇助) 고려대 명예교수는 “행동양식의 차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간 양 그룹 사이에 몇가지 사안을 둘러싸고 서로 불편한 관계가 돼버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은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헌법과 국가보안법 등 ‘원칙’ 고수를 자임하며 활동하는 보수적 변호사들의 모임이다. ‘헌변(憲辯)’은 한미행정협정(SOFA) 문제를 주제로 지난 6월9일 토론회를 개최했다. SOFA를 주제로 한 토론회들이 대부분 SOFA 내용의 불평등조항을 문제삼으며 개정을 촉구하고 있으나 헌변은 시각이 크게 달랐다.

알고보면 조항에 큰 문제도 없고, 전쟁위협에 직접 노출돼 있는 한국의 특수성을 인정해야 하는데도 일부 시민단체들이 무질서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사실을 오도, 한미간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헌변 총무를 맡고 있는 임광규(林炚圭)변호사는 “정상회담 이후 우리사회는 평화도 정착됐고 미군도 필요없다는 식의 목소리에 떼밀려 가고 있다”면서 “보수층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헌법을 지키는 우리 변호사들이라도 번영과 생존을 위해 우리가 지켜온 원칙을 지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족회의’ ‘밝고힘찬나라’와 함께 보수진영의 또다른 축을 형성해 온 오제도(吳制道) 변호사의 ‘북한탈출동포돕기운동본부’는 최근 활동이 뜸한 상태다. 오변호사가 최근 몸이 불편한 것이 가장 큰 원인.

해방공간에서 반공검사로 유명했던 오변호사는 지난 94년 이 모임을 발족시켜 탈북자돕기 활동을 펴왔으나 최근 허리가 불편해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 83세 고령의 오변호사는 그러나 최근의 남북관계에 관해서는 삭을 줄 모르는 불만을 터뜨렸다.

“저쪽은 대남적화전략을 그대로 둔 채 말로만 바뀌고 있는 거야. 주한미군철수요구를 안한다고? 할 필요가 없지, 남한에서 알아서 ‘미군 나가’라고 떠들어 주니까.

보라구, 유미영이가 누구요, 월북장관 부인을 서울방문단장으로 보내다니. 지금 국가보안법과 대한민국 안보가 그대로 무력화되고 있는 거야. 유미영이가 단장으로 오면 우리도 황장엽을 방북단장으로 보내야 형평에 맞지.”

지금 불만이 있어도 비겁하게 말들을 안해. 내가 확 일어나 난리를 치고 싶어도 허리가 말을 안들으니 이거 원…. 그러나 두고보시오. ‘애국자’들이 가만히 있겠소?”

상처투성이 이도형, ”어쩌다 세상이 이렇게 됐는지…”

‘극우’ 소리를 들어가며 ‘전투적’으로 보수논리를 펴오다 온 몸에 상처를 입고 신음중인 이도 있다. 이도형(李度珩) ‘한국논단’ 발행인은 지금 자신에게 걸려 있는 소송이 하도 많아 어느 건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도 잘 모를 지경이다. 현재 진행중인 소송만 따져도 민사 5건에 형사 2건이다.

먼저 지난 97년 타워호텔에서 ‘대통령후보 초청 사상검증 대토론회’를 열어 후보들의 사상을 ‘검열’하면서 김대중후보에게 편파적으로 사회를 보고 용공몰이를 했다는 이유로 국민회의측이 선거법위반 및 명예훼손으로 고발한 사건. 이는 이미 고법에서 징역2년에 집행유예3년이 인정돼 현재 대법원 계류중이다. 또한 같은 해 후보토론회에서 시민단체들을 명예훼손한 혐의로 민형사재판이 걸린 사건 역시 고법의 민사재판에서 패소, 현재 대법에 상고중에 있다.

이씨는 또한 97년 3월호 ‘한국논단’에 ‘노동운동인가 노동당운동인가’라는 제목으로 민노총을 비판하는 글을 게재, 민노총 계열노조들로부터 “매카시즘적 수법으로 마녀사냥을 했다’는 반발을 사고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다.

이씨가 현재 물어줘야 할 손배금액만도 3억원이며 청운동 자택은 1억5000만원에 가압류처분돼 8월8일 법원으로부터 경매처분 통보를 받음으로써 곧 쫓겨날 처지에 있다. 계속되는 자신의 ‘업보’와 싸우느라 지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이씨는 “내 죄가 있다면 공산주의에 반대하고 대한민국 체제를 지키자고 떠든 것 뿐인데 어쩌다 세상이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지금 급진좌익정권이 대북정책이 완전히 성공한 것처럼 떠들지만 이것은 건국기반을 뒤엎는 ‘혁명’이며 나는 그 위험성에 대해 일찌감치 문제를 제기하고 답변을 요구해왔다”고 주장했다. ‘매카시스트’ ‘극우’라는 세간의 비판에 대해 이씨는 “극우라는 말은 공산당이 자기를 비판하는 사람을 견제하기 위해 쓰는 용어”라면서 “나는 극단주의자(extremist)일 수는 있어도 폭력을 동원하는 극우는 아니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과거 보수로 분류돼 온 모든 부문이 현재의 정세를 ‘개탄조’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적지 않은 부류는 남북간 대화협력을 적극 지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안보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 줄 수 있는 보다 확고한 장치를 주문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재향군인회의 ‘균형노선’

회원 650만명의 매머드급 단체인 재향군인회는 정상회담 직후인 6월18일 서울시재향군인회 주최로 6·25 50주년 기념식을 가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상회담의 성과를 뒷받침하자는 중앙 차원의 방침에 따라 올해부터는 평화통일기원행사로 내용이 바뀌었다. 당초 채택키로 했던 대북규탄성 결의문도 ‘정상회담 전폭지지’와 ‘화해협력 평화·통일의 대도에 적극 동참’하는 내용으로 급커브를 틀었다. 이에 대한 향군 관계자의 설명.

“예비역 군인들의 모임이라는 것만으로 향군을 보수라고 보는 것은 무리다. 향군에는 노인들만이 아니라 젊은 예비역 군인들도 함께 들어있다.

출신지역도 다양하다. 국민일반이 남북관계에 대해 외곬수가 아니라 다양하게 생각하고 있듯 향군도 마찬가지다. 다만 참전경험을 갖고 있는 노장층이 상대적으로 보수적일 뿐이다. 변화하는 현실을 무시한 채 한 쪽의 목소리만 대변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실제 정상회담을 환영하는 향군의 결의문이 나오자 잠실 향군회관에는 “향군이 뭐 이래”라고 욕하는 전화에서부터 “시의적절하게 잘했다”는 격려전화까지 극명하게 엇갈리는 반응들이 나타났다. ‘민족회의’에서 추진하는 ‘김정일 저지운동’에 동참하라는 요구도 있지만 향군 지휘부는 어느 한 극단으로 가지 않는 ‘균형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지난 98년 최장집교수의 현대사 논문파문 당시에도 향군은 최교수를 비난하는 입장을 밝히려 준비했으나 한달간 숙의 끝에 결국 입장발표를 유보한 바 있다. 올해초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이 한창일 무렵 “우리도 나름의 기준을 제시하고 우리식 낙천낙선 활동을 벌이자”는 의견이 제기됐으나 논란을 벌이다 결국 선거에 개입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예비역 장성 모임인 성우회(회장 정승화·鄭昇和)는 향군과 비슷한 입장이다. 6·15정상회담 이후 ‘원칙 환영, 각론 우려’의 시각이 담긴 성명을 낸 뒤 정치권에 우려의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방안도 한때 검토했으나 내부사정으로 입장전달은 보류됐다.

8월11일 열린 내부간담회에서는 현재 남북관계와 관련해 우리사회 내부에서 나오는 이러저러한 목소리들을 검토대상에 올렸다. 하지만 당장 성우회가 어떤 행동을 하거나 성명을 내기는 시기상조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대신 20여명의 내부논객으로 ‘안보평론위원회’를 구성, 상황전개에 대응하는 우려와 입장을 신문 잡지 등에 적극 기고하는 활동을 전개키로 했다.

한국자유총연맹(총재 양순직·楊淳稙)은 과거 대표적 반공단체로서의 지난날 이미지에 비추어보면 엄청난 변화가 느껴질 만큼 대북화해협력 기조를 적극 지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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