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9월호

‘화려한 궁전’의 고단한 일꾼 웨이터·웨이트리스

성희롱 시비·파업으로 얼룩진 특급호텔의 겉과 속

  • 이나리·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입력2006-08-17 13:49: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두달 남짓 계속되고 있는 일부 특급호텔의 파업 사태. ‘배부른 짓’이라 보기엔 속사정이 만만찮다. 군대식 조직, 자의적 인사, 만연한 성차별 관행…. 화려함 뒤에 숨은 그들의 누추하고 고단한 일상.》
    ‘그녀는 아름답다. 스물 셋, 버찌꽃 같은 젊음. 아름다운 그녀는 세련되고 단정하다. 귓불에서 반짝이는 작고 동그란 귀고리. 걸음걸이도 완벽해 바라보는 것만으로 즐겁다.

    아름다운 그녀는 직장도 근사하다. 별 다섯 개 달린 특급호텔. 아니, 직장이 근사해 더 아름다워보이는 걸까. 어쨌든 오후 3시, 느지막이 일어난 그녀는 공들여 화장을 하고 평범한 집을 벗어나 ‘꿈의 궁전’으로 향한다. 고급이 아닌 것, 번쩍이지 않는 것, 비싸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는 꽃과 미소와 대리석의 향연. 밤 12시 마법이 풀릴 때까지, 화장실 변기마저 오리지널인 그곳에서, 그녀는 내내 공주처럼 우아할 것이다….’

    TV가, 혹은 영화가 보여주는 호텔 직원들의 깔끔한 일상. 그러나 정작 현실 속 그녀의 한나절은 대체로 누추하고 고단하다. 작은 손등 위로 도드라진 힘줄, 티눈 박인 발바닥, 하인 부리듯 하는 막돼먹은 손님들과 선임하사처럼 무서운 선배. 정식 직원이 아니어서 겪는 설움이며, 높아진 눈 높이를 받쳐주기엔 너무 얇은 월급봉투는 또 어떤가.

    두 달 남짓 파업중인 특급호텔 노조원들에게 대다수 언론과 국민들은 “나라 망신 다 시킨다” “배부른 소리 그만 하라”며 모진 타박을 주었다. ‘아름다운 그녀’와 ‘잘난 그 남자’ 들은 왜 살벌한 노동가(勞動歌)로 손님 쫓는 짓을 계속하는 걸까. 혹 그들의 매일이 노래보다 더 생경하고 아슬아슬한 까닭은 아닐까. 불거져 나온 성희롱 사건은 조직 탓인가, ‘그녀’들 탓인가.

    서울 시내에는 모두 13개의 특급호텔이 있다. 호텔마다 적게는 700여 명, 많게는 3000여 명의 직원들이 근무한다. 전체 인원의 40% 정도가 식음료부에 집중돼 있다. 바, 라운지, 레스토랑 등을 관리·운영하는 부서다. 객실 관리부, 조리부가 그 뒤를 잇는다. 인사·총무·홍보 등 영업 지원 부서들은 대개 ‘사무실’이란 이름으로 통칭된다. 업무 성격이 확연히 달라 부서간 인사교류는 거의 없다.



    실력만큼 중요한 외모 관리

    고객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호텔 직원은 말할 것도 없이 식음료부의 웨이터, 웨이트리스다. 대부분 전문대 이상에서 관광학을 전공한 전문 인력들이다.

    호감가는 외모에 늘 깔끔한 이들은 때때로 엄혹한 우리 노동시장에서 ‘선택받은 소수’로 여겨진다. 쾌적한 근무 환경, 최상류층과의 일상적 ‘교류’, 어쩐지 많을 것 같은 연봉. 선진 업종인만큼 조직 문화도 개방적이고 합리적이리라. 실력만 있으면 누구나 최고가 되고 프로로 인정받을 수 있을 듯한 분위기. 게다가 모두 세련된 선남선녀들, 그 속에서의 생활이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

    “글쎄요, 사무실 쪽은 그럴지 모르지만 우리는 아니에요. 일 고되고 스트레스도 많구요. 밖의 사람들은 몰라요. 겉으로 뵈는 건 다 번쩍번쩍 화려하기만 한 걸요.”

    A호텔 로비 라운지에서 일하는 김미경(가명·27)씨. 지방 전문대 관광학과를 졸업하고 95년 초 A호텔에 입사했다. 그러나 이 곳이 첫 직장은 아니다. 대개의 관광 관련 학과 학생들이 그렇듯 김씨도 2학년 때인 1994년, 산학실습생이라는 이름으로 한 지방도시 특급 관광호텔에서 ‘현지 적응훈련’을 마쳤다.

    “호텔에 대한 환상을 깨는 거죠. 선배들이 아무리 말해줘도 잘 몰라요. ‘그래도 호텔인데’ 하고 생각했다간 실망만 더 커져요. 정말 살벌하거든요.”

    재떨이 비우고 접시 닦고 쓰레기 버리고 청소하고…. 단순하고 힘겨운 노동의 반복 또 반복. 실습중에 일찌감치 호텔맨 되기를 포기해버리는 학생도 적지 않다.

    “늘 꼭 죄는 스타킹에 하이힐을 신어야 하죠. 일이 많은데다 종업원은 업장에선 앉아있을 수 없다는 규칙 때문에 하루 8시간, 10시간씩을 서서 보내야 해요. 발가락 모양은 엉망이 되고, 그 때문에 여덟 번이나 티눈 수술을 한 선배도 있어요. 저만 해도 무거운 접시 들고 종종 걸음 치느라 오른쪽 팔뚝만 남자처럼 근육질이 돼 버린걸요.”

    그래서 웨이터, 웨이트리스 중에는 허리가 아프다, 무릎이 시리다는 호소를 하는 이가 적지 않다. 일종의 직업병인 셈이다.

    업장 근무자들은 그외에도 지켜야 할 규칙이 상당히 많다. 먼저 외모와 관련된 것들. 여성의 경우 밖으로 드러나 보이는 목걸이, 달랑거리는 귀고리, 결혼예물을 제외한 반지, 팔찌나 화려한 머리장식물 등은 착용할 수 없게 돼 있다. 매니큐어나 지나친 염색도 금물. 립스틱 색깔까지 회사에서 지정해 준다. 남성도 여성 못지 않게 깔끔해야 한다. 과음으로 얼굴이 엉망이거나 입에서 술냄새라도 날라 치면 선배들의 질책을 피할 수 없다.

    몸매 관리도 중요하다. 웨이터, 웨이트리스의 유니폼 사이즈는 한정돼 있다. 특히 여자 쪽은 마른 편이 아니면 입기가 불가능할 정도다. 그래서 출산 후 직장 복귀가 눈앞에 다가온 여직원들에게 지상 과제는 다이어트다.

    싫은 손님은 장관 국회의원 검사

    김씨는 “출근일까지 옛 몸매를 회복하지 못해 담당 매니저에게 ‘한 달만 봐달라, 그 때까지 다 빼겠다’고 사정하는 언니도 봤다”고 말한다. 상황이 이런만큼 외모가 받쳐주지 않으면 호텔 업장 근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호텔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마스크(얼굴)’다. 로비 라운지에는 청순하고 깨끗한 이미지, 나이트클럽은 화려하고 서구적인 얼굴, 중식당은 동양적 미모 등 업장 성격에 따라 선호하는 ‘마스크’도 다 다르다.

    외모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시간 엄수다. 지각 세 번이면 ‘경고’에 처해질 정도다. 호텔에 따라서는 수당 지급에 반영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부지런하고 시간관념이 투철하지 않으면 견뎌낼 수 없는 직장이다.

    그렇다고 호텔 종업원들이 ‘몸’만 쓰는 것은 아니다. 영어, 일어 회화는 필수. 1년에 한 번씩은 토익 또는 회사 자체에서 출제한 문제로 영어 시험을 쳐야 한다. 새로운 음료, 요리에 대한 지식도 그때그때 익혀야 한다. 특히 바(BAR) 근무자는 수백 가지 주류·음료의 이름과 성분, 아울러 그를 조합한 수십 가지 칵테일을 자유자재로 제조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육체적 고통이나 업무 습득의 어려움은 정신적 부담에 비하면 오히려 견딜 만한 것이라 한다.

    B호텔 프랑스레스토랑에서 근무하는 이정민(가명·25) 씨는 “손님 대하기가 가장 힘들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생떼를 쓰거나 여직원이라고 성희롱에 가까운 추파를 던질 땐 정말 이 직업에 회의가 들죠.”

    B호텔 직원들은 중견 방송인 K씨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직원 대하는 태도가 무례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호칭은 대개 “야!” 또는 “아가야”다. 나름의 기준에 따라 여직원들의 외모를 일일이 품평하는가 하면 밖에서 특정 웨이트리스에게 전화를 걸어 “나와라, 오늘 나랑 저녁 먹자”는 말도 한다. 때론 너무 심하다 싶어 정중히 항의하고 싶지만 K씨와 호텔 경영진의 오랜 친분 때문에 함부로 입을 열 수도 없다. K씨의 해코지가 두려운 까닭이다.

    검사장 출신 국회의원 L씨는 폭탄주 제조용 잔을 빨리 가져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서비스 중인 중식당 직원을 노려보며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출근일까지 옛 몸매를 회복하지 못해 담당 매니저에게 ‘한 달만 봐달라, 그 때까지 다 빼겠다’고 사정하는 언니도 봤다”고 말한다. 상황이 이런만큼 외모가 받쳐주지 않으면 호텔 업장 근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호텔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마스크(얼굴)’다. 로비 라운지에는 청순하고 깨끗한 이미지, 나이트클럽은 화려하고 서구적인 얼굴, 중식당은 동양적 미모 등 업장 성격에 따라 선호하는 ‘마스크’도 다 다르다.

    외모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시간 엄수다. 지각 세 번이면 ‘경고’에 처해질 정도다. 호텔에 따라서는 수당 지급에 반영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부지런하고 시간관념이 투철하지 않으면 견뎌낼 수 없는 직장이다.

    그렇다고 호텔 종업원들이 ‘몸’만 쓰는 것은 아니다. 영어, 일어 회화는 필수. 1년에 한 번씩은 토익 또는 회사 자체에서 출제한 문제로 영어 시험을 쳐야 한다. 새로운 음료, 요리에 대한 지식도 그때그때 익혀야 한다. 특히 바(BAR) 근무자는 수백 가지 주류·음료의 이름과 성분, 아울러 그를 조합한 수십 가지 칵테일을 자유자재로 제조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육체적 고통이나 업무 습득의 어려움은 정신적 부담에 비하면 오히려 견딜 만한 것이라 한다.

    B호텔 프랑스레스토랑에서 근무하는 이정민(가명·25) 씨는 “손님 대하기가 가장 힘들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생떼를 쓰거나 여직원이라고 성희롱에 가까운 추파를 던질 땐 정말 이 직업에 회의가 들죠.”

    B호텔 직원들은 중견 방송인 K씨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직원 대하는 태도가 무례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호칭은 대개 “야!” 또는 “아가야”다. 나름의 기준에 따라 여직원들의 외모를 일일이 품평하는가 하면 밖에서 특정 웨이트리스에게 전화를 걸어 “나와라, 오늘 나랑 저녁 먹자”는 말도 한다. 때론 너무 심하다 싶어 정중히 항의하고 싶지만 K씨와 호텔 경영진의 오랜 친분 때문에 함부로 입을 열 수도 없다. K씨의 해코지가 두려운 까닭이다.

    검사장 출신 국회의원 L씨는 폭탄주 제조용 잔을 빨리 가져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서비스 중인 중식당 직원을 노려보며 이렇게 말했다.

    “멍청한 것!”

    C호텔 지하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김미숙(가명·47) 씨는 “장관 국회의원 검사, 그런 사람들이 존대말 쓰는 걸 들은 기억이 별로 없다”고 말한다. “의원 배지를 버젓이 달고도 대뜸 반말이에요. 제 나이가 벌써 얼만데…. 다른 직원들도 그래요. 소위 ‘사회지도층’ 치고 매너 좋은 사람 드물다구요.”

    서비스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소리를 지르거나 욕설부터 퍼붓는 사람도 있다. 너 나 몰라, 옆에 앉아 술 따라라, 세 번째 오는 건데 왜 내 식성을 기억 못하냐, 내가 이렇고 저런 사람인데 그렇게밖에 못 모시냐….

    요즘은 음료나 요리에 대해 ‘아는 척’하는 손님도 많아졌다.

    “그러면서 젊은 이들이 나이에 걸맞지 않게 거드름 피우는 모습들을 보면 솔직히 좀 얄밉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정민 씨의 말이다.

    “너 얼마짜리야?”

    B호텔 도어맨 정성호(가명·31)씨도 간혹 눈물날 만큼 억울하고 속상한 경우를 당한다. “나이 지긋한 분들이 반말하고 그러는 것쯤은 참을 수 있어요. 그런데 이제 겨우 제 또래나 될까 싶은 손님들이 더 심하거든요. 늦은 시간, 술 잔뜩 취해 와 절 상대로 주정을 할 때도 있어요. 야, 일루 와봐, 어디서 눈을 똑바로 떠, 뭐 그런 식인데 그렇다고 화 낼 수 있나요. 무조건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멸감을 곱씹는 거죠.”

    어렵기는 외국인 손님들도 마찬가지다. 독일인은 까다롭고 융통성이 없는 것으로, 일본인 단체관광객은 매너 없기로 유명하다. D호텔 중식당에서 일하는 박명진(가명 ·23)씨는 아침식사 시간, 벌써 얼큰히 취한 일본인 관광객으로부터 ”너 얼마짜리냐”는 폭언을 듣기도 했다.

    여직원들에게 유혹의 손길을 뻗치는 건 외국인이 더하다. 우리나라에서 수려한 외모, 영어회화 실력, 서양식 매너를 고루 갖춘 여성을 만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타국에서는 들뜬 마음까지 더해져 애정공세를 펼치거나 집요하게 데이트 신청을 한다. 호텔 밖에서 고객을 만나거나 필요 이상의 접촉을 갖는 것은 금지된 일. 꼭 규칙이 아니어도 낯모르는 손님들의 무분별한 접근은 달가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대놓고 거절하기도 쉽지 않은 노릇. 불만을 품은 손님이 엉뚱한 트집을 잡아 자신을 곤란에 빠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호텔 여직원들에겐 유혹이 많아요. 일단 호텔에서 일한다 하면 남자분들이 ‘찔러나 보자’ 그런 생각들을 하는 것 같아요. 전문직으로 인정하는 게 아니라 옛날식 여급을 떠올리는 거죠.”

    D호텔 객실관리부에 근무하는 최미향(가명·32) 씨는, 그래서 자신의 평범한 외모가 도리어 부담스럽다고 한다.

    “전 딱히 출중한 외모가 필요한 부서에 근무하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 눈엔 그게 도리어 이상한가봐요. 호텔엔 으레 예쁜 여자만 다닐 것이라는 식의 이상한 선입견 탓이겠죠.”

    남자 직원에게 관심을 보이는 여자 손님도 간혹 있다. 오픈 바 쪽에 가면, 늘 특정 바텐더만 찾아와 술잔을 기울이는 여성 고객 한두 명쯤은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간혹 고객과 사랑에 빠져 결혼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대개 남성 쪽이 외국인이다. 우리나라 사람과의 결합은 드문 일이다. 호텔의 성격상 주로 기혼자가 드나드는 데다, 미혼자라 해도 호텔 근무자에 대해 묘한 편견을 갖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많은 것이 직원들끼리의 결혼이다. 힐튼호텔의 경우 사내 부부가 40여 쌍에 이른다. 전체 직원의 10%에 육박하는 숫자다. 롯데호텔은 더 많다. 가장 큰 이유는 근무 시간. 업장의 경우 보통 오전 7시 출근조와 오후 3시 출근조로 나뉘는데, 상황이 이러니 타 직장 사람, 또는 같은 호텔이라도 부서가 다른 사람과는 만나기가 쉽지 않다. 휴일도 마찬가지여서 달력의 ‘빨간 날’은 아무 의미가 없다. 자신이 비번일 때가 곧 휴일인 셈이다. 자연히 같은 부서 직원들끼리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직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주고 생활 사이클도 비슷하니 사랑에 빠지는 건 시간 문제. 직원 상당수가 미혼인 것도 한 이유다.

    적은 월급, 높아지는 눈

    최미향씨는 처음 호텔에 입사했을 때 두 가지 점 때문에 내심 놀랐다고 한다. 첫째는 직원들의 취향이 상당히 고급스럽다는 것, 또 하나는 남녀문제에 대한 생각이 비교적 개방적이라는 점이었다.

    “일단 고급 상표에 대해 잘 알더라구요. 구찌 프라다 겐조 카르티에…, 뭐 그런 흔한 것들 말고도 속옷은 뭐, 신발은 뭐, 향수는 어떤 어떤 거 하는 식으로. 그냥 이름만 아는 게 아니라 누가 입은 걸 척 보기만 해도 ‘저건 진짜 샤넬, 조건 짜가 버버리’ 할 정도였어요. 그런데 호텔 생활을 하다 보니 어느새 저도 그렇게 훈련이 되더라구요. 손님들 꾸미고 다니는 거, 대화 내용 같은 걸 보고 듣다 보면 절로 ‘안목’이 생기는 거죠.”

    특급호텔을 드나들려면 아무래도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물며 커피 한 잔, 식사 한 끼라도 호텔에서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임에야. 특히 점심 나절 카페테리아나 뷔페에서 모임을 갖는 여성들이 직원들의 ‘벤치 마킹’ 대상이다. 연예인도 많이 드나든다. 주변이 다 고급, 오리지널뿐이니 직원들의 눈도 절로 높아진다.

    “유니폼 차림일 때는 모르지만 사복 입고 퇴근하는 모습 보면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을 만큼 잘 차려입은 사람이 적지 않아요. 우스개 삼아 하는 말이지만, 호텔에선 룸메이드(객실 청소) 아줌마도 1년만 지나면 강남 사모님 뺨치게 된다는 얘기가 있어요. 그만큼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소리죠.”

    그렇다면 개방적이라는 건 어떤 의미일까.

    “‘호텔 직원들은 헤프다’고 악의적인 헛소문을 퍼뜨리는 사람들도 있는가본데 그건 아니구요. 다만 팀워크가 중시되는 분위기에서 젊은 사람들끼리 밀착된 생활을 하다보니 허물이 없어지고, 다른 곳에서라면 쉽게 나오지 않을 농담 같은 것도 간혹 튀어나오고 하는 정도죠. 물론 친한 사이에나 가능한 일이지만요.”

    E호텔 연회부에서 웨이터로 일하는 신명구(가명·32) 씨의 말이다.

    한 호텔 바 부지배인으로 일하는 권해중(가명·42) 씨는 “업무 자체가 사람을 상대하는 것인데다 서구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서비스업의 성격상 손님들의 웬만한 투정이나 무례함은 애써 눈감아줄 수밖에 없다.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면 이 일을 계속하기 힘들어진다. 또 특급호텔에는 외국인이 많이 드나든다. 투숙객의 80~90%가 외국인이다. 동료나 상관 중에도 외국인, 유학파가 적지 않다.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자연히 개방적인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호텔 지하매장에 입주해 있는 김미숙 씨는 “분위기에 휩쓸리기 딱 좋은 직장”이라고 말한다. “보는 것, 먹는 것이 다 고급뿐이다. 회사 밖에서도 비슷한 느낌 속에 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아닌가. 유혹의 손길도 적지 않다. 사회적 지위 높고 재력 풍부하고, 게다가 매너까지 좋은 사람이 접근해 온다면 누구라도 고민되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 쪽은 파멸로 가는 길이다. 어린 직원들도 선배의 충고나 전해지는 얘기들을 통해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때문에 실제로 ‘딴 길’로 빠지는 사람들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야무진 여성들은 대견하다 싶을 만큼 자기 관리를 잘 한다고 했다. 김 씨는 “호텔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아가씨라면 부잣집 맏며느리감으로 손색이 없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예쁘고 부지런하고 싹싹한데다 심지까지 굳기 때문이란다.

    물론 취재중 만난 사람들로부터 들은 이야기 중에는 모 호텔 웨이트리스가 고객으로부터 2000만원 짜리 밍크코트 2벌을 선물 받았다거나, 새 애인을 사귄 뒤 차를 뽑았다거나 하는 것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모두 확인 불가능한 소문에 불과했다. 다만 한 여직원이 들려준 친구 이야기는 충격적이라기보다 호텔 생활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듯 해 뒷맛이 씁쓸했다.

    “저도 그렇고 제 동료들도 그렇고, 사실 또순이처럼 아끼고 아껴가며 사는 사람이 많아요. 다들 부잣집 자식은 아니니까, 또 결혼하면 가족도 생기게 되고. 가뜩이나 불안한 직장이 호텔인데 젊은 날 반짝 하고 말 거 아니면 돈을 모으건, 어디 야간대학이라도 다니건 준비를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간혹 월급의 90%를 사치하는 데 써버리는 친구들이 있어요. 제 고향 친구 하나도 그랬어요. 같은 대학 다니고 입사도 같이 했는데, 처음엔 순진하던 아이가 점점 이상해지더라구요. 한 벌에 40만원씩 하는 옷을 아무렇지 않게 사고, 밖에서 고객들을 만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외국인들하고 사귀면서 선물과 애교로 웃분들의 환심을 사 원하는 부서로 옮겨가기도 했죠. 그렇게 ‘노력’하더니 결국 얼마 전 한 외국 기업 미국인 지사장과 결혼했어요. 문제가 많았던 데 비하면 끝이 좋은 셈이지요.”

    ‘호텔판’ 카스트 제도

    지난 8월9일 롯데호텔 성희롱대책위원회는 성적 괴롭힘을 당했다고 밝힌 270명의 롯데호텔 여직원을 원고로, 신격호 롯데호텔 대표이사와 가해자 16명, (주)롯데호텔을 피고로 서울지법에 17억 6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대책위가 인터넷에 올린 관련 자료에는 다양한 성희롱 사례들이 정리돼 있다. 임신한 여직원에게 폭설을 퍼붓거나, 블루스와 술시중을 강요하며 신체 특정 부위를 밀착하고, 가슴 엉덩이 등을 상습적으로 만지거나, 접대성 술자리에 참석할 것을 강요한 행위 등이다. 롯데호텔 여직원 38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선 전체의 3.3%인 12명 이상이 상사에게 강간 및 강간미수,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사실이라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혹자는 “어떻게 그런 수모를 참고 사느냐, 왜 항의하지 않았느냐”며 피해자들에게 질책의 화살을 돌릴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호텔만의 특별한 인사 정책, 조직 문화를 살펴보면 이해하지 못할 일도 아니다.

    호텔 직원의 신분은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첫째, 정식 직원. 임금체계에 따라 보너스와 수당을 받고 승급에도 무리가 없으며 고용불안도 크지 않은 사람들이다. 둘째, 연봉계약직. 정식 직원보다 급여가 적고(호텔에 따라서는 30%까지 차이가 나기도 한다) 정해진 연봉 외의 수당이나 보너스는 일절 없다. 다음 해 계약이 되지 않으면 조용히 그만두어야 한다. 노조 가입도 불가능하다.

    셋째, 아르바이트 또는 용역직. 아르바이트는 말 그대로 일한 시간에 따라 급여를 받는 일당직이다. 시설관리나 객실 청소 쪽은 용역회사에 의뢰하는 일이 잦다.

    이러한 조직 체계가 특히 문제시되고 있는 쪽은 도심의 대형호텔들이다. 그중 사정이 가장 나쁘다는 L호텔의 경우를 보자.

    이 호텔의 직원은 3100여 명에 이른다. 그중 정식 직원이 1240명, 계약직이 400여명이고 용역이 300~400명, 아르바이트가 700여 명이다. 정식 직원 수가 40%에 불과한 셈이다. 이렇듯 기형적인 고용구조가 고착된 건 IMF구제금융체제를 거치면서부터였다. 96년 12월부터 입사한 사람들은 거의 계약직으로 발령이 났다. 아울러 아르바이트 숫자는 계속 늘어나는 대신 경험 많고 숙련된 직원들의 비중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96년 무렵 정식 입사자의 초봉이 연 1800만원 정도였다면 요즘 입사자(계약직)들은 1200만~1500만원 선이다. 10년차 정식 직원의 연봉은 2400만~2600만원(수당 포함). 이것도 많은 액수가 아닌데 계약직 사원들의 형편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아르바이트의 경우 하루 8시간 가량 일해 매달 60만~65만원을 가져간다. 그렇다고 업무량이 적은 것은 결코 아니다.

    계약직으로 오래 근무한다 해서, 혹은 아르바이트로 일하며 성실성을 인정받았다 해서 정식 직원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자연히 매년 30~40%의 인원이 호텔을 떠난다. 특히 30대 이후의 남자직원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가장의 직업이라 하기엔 너무 불안한데다 급여 적고 미래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정규직 사원들의 부담만 갈수록 늘어가는 형편이다.

    상대적으로 좋은 상황이라는 H호텔. 그나마 정식직원이 될 길이 열려 있는 곳이다. 계약직 사원으로 입사하면 일단 고졸은 1년, 전문대 졸업자는 6개월, 4년제 대학 졸업생은 3개월의 실습 기간을 거친다. 이어 발령을 받고 총 근무기간이 2년을 넘으면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에 한해’ 정식 직원으로 신분을 바꿔준다. 그런데 그 능력 인정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전적으로 상급자의 개인 판단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지배인은 소대장, 실습생은 2등병”

    이러한 관행은 입사 과정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95년 이후 대부분 호텔에서 공채가 없어지고 ‘수시 모집’이 일반화됐다. 말 그대로 자리가 비면 그때그때 채워넣는 식이다. 때문에 낙하산 또는 연줄 입사가 적지 않다. 승진도 마찬가지다. 외국어 시험 성적, 근태 등 객관적인 기준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나 아무래도 상급자의 평가가 절대적이다. 어떤 이유로든 상급자 눈밖에 나면 다른 그 어떤 직장에서보다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는 뜻이다.

    ‘칼’을 쥐고 있는 이는 각 업장의 지배인들이다. 직급은 경력에 따라 부장, 차장, 과장 등 천차만별이지만 이러한 구분은 큰 의미가 없다. 입사 몇 년 차인가, 직책이 캡틴인가 지배인인가가 생명이다. 대개 정식 웨이터 웨이트리스로 3년 이상 근무하면 캡틴이 될 자격이 생기고 거기서 다시 3년이 지나야 부지배인 승격 대상이 된다. 그 다음 단계가 지배인이다.

    그러나 그렇게 승진이 빠른 경우는 거의 없다. 규모가 크다고는 하나 식음료부는 말 그대로 일개 ‘부’에 불과하다. 당연히 부장이 가장 높은 직급이다. 거기 소속된 업장 수는 겨우 10~15개. 수많은 웨이터, 웨이트리스 중 각 업장의 지배인이 되고 부지배인이 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당연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게 된 지배인들은 업장을 군대식으로 운영한다. 힐튼호텔 ‘오크룸’ 지배인 조이환 차장은 “지배인은 소대장, 부지배인은 선임하사, 캡틴은 분대장, 고참 웨이터 웨이트리스는 병장, 실습생은 2등병으로 보면 틀림없다”고 설명한다. 그만큼 ‘군기’도 세다. 거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호텔에선 서비스가 최고의 부가가치를 지닌 상품입니다. 손님 앞에서 실수한다는 건 엉터리 상품을 판매하는 것과 같은 행위지요. 서비스는 생방송과 같아서 만회하기가 불가능하고, 그로 인해 업장에 나쁜 이미지를 갖게 된 고객은 그 곳을 다시 찾지 않습니다. 또 여기 일은 개인 플레이가 불가능해요. 일반 직장의 경우 사람마다 자기 업무 영역이 있고 어느 정도 독립된 권한과 책임이 있는 반면, 이곳에선 요리 하나 나오는 것부터 매출 목표 달성까지 손발 척척 맞는 팀워크 없이는 일이 되질 않거든요. 군대처럼 뚜렷한 위계 질서 속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는 이유가 거기 있습니다.”

    조리부 쪽 분위기도 비슷해서 아예 ‘한 사람이 한 명씩만 책임진다’는 말이 불문율처럼 통한다. 직원 모두가 각기 한 사람씩의 하급자를 ‘책임지고’ 감독·교육한다는 의미다. 식음료나 조리나 ‘계통’이 워낙 확실한 탓에 상위 한 사람이 직장을 옮기면 같은 라인의 후배들도 줄줄이 따라 움직이는 게 관행이다.

    문제는 ‘지휘자’의 자질과 성향에 따라 군대의 효율성 외에 타율과 강제의 부작용까지 닮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롯데호텔노동조합 이남경 사무국장은 “주어진 권한을 남용해 직원들에게 불신을 받는 상급자들이 적지 않다”고 말한다. “호텔 내 성희롱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조사한 바에 의하면 심각한 성희롱·성폭력을 가한 남성들은 대개 과장급 이상의 간부진이었다. 일반 회사에서 과장은 중간관리자에 불과하지만 업장에선 하늘 같은 선배일뿐 아니라 직장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또는 그 이상의 상급자가 어떤 요구를 해올 때에는 싫어도 비위를 맞춰줄 수밖에 없다. 대놓고 항의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다.”

    T호텔에선 일명 ‘제주도 아줌마 사건’이라는 것이 터지기도 했다. 그 호텔에는 계약기간 6개월의 임시직이라는 것이 있다. 청소 담당 중년여성들이 대부분인데 계약을 좌지우지하는 상관이 그 권한을 이용, 남편 사별 후 어렵게 자녀를 키우고 있는 제주도 출신 여성에게 접근한 것이다. 사건이 알려진 후 남성 관리자는 별 불이익을 당하지 않았지만 피해자였던 여성은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왜 성희롱이 문제인가

    롯데호텔 여성 노조원들이 성희롱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나선 이면에는 호텔과 그곳 남성들이 여직원을 전문 직장인으로 대하기보다 ‘성적 유희의 대상’ 혹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갈아치우는 ‘소모품’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현실 인식이 깔려 있다.

    “전 그게 특정 호텔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성차별적 분위기는 어느 호텔에나 만연해 있거든요. 나이가 많거나 결혼 후 임신한 여직원들은 ‘언제 그만두냐’는 얘기를 자주 듣게 돼요. 기본적으로 호텔에 ‘꽃’이 아닌 여자는 필요 없다는 생각인 거죠. 안 그래도 열악한 환경에 그런 수모까지 당하며 오래 다니고 싶은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우리 호텔의 경우 식음료부 통틀어서 여자 지배인은 3명 뿐이에요. 여성들은 프로의식 가지고 호텔을 평생 직장으로 만들고 싶어하는데 주변 여건이 따라주질 못하는 것 같아요.”

    경력 11년, 서른 세 살이란 이유로 ‘왕언니’로 통하는 신지영씨의 푸념이다.

    “호텔, 그만두고 싶다”

    그러나 남자 직원들이라고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다. 도어맨 정성호 씨는 “다른 호텔에 근무하는 애인이 있지만 아직 그 집에 인사를 가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호텔에서 일한다는 게 부끄러워요. 이 사람 저 사람에게 굽실거리고, 그렇다고 월급이 많은 것도 아니고. 80년대엔 직업이 호텔 웨이터라면 아무도 딸을 주려 하지 않았데요. 많이 달라졌다지만 지금도 기본적인 시각은 똑같은 것 같아요.”

    그는 “이번 파업을 겪으며 호텔에 뿌리 박지 않겠다는 생각을 확실히 굳혔다”고 말했다. “그렇잖아요. 의사들은 파업한다니까 언론이고 정부고 난리가 나고, 호텔 쪽이야 공권력 투입해 마구잡이 진압한 것 외엔 사태 해결을 위해 무슨 노력을 기울였나요. 너도나도 파업한다니 이젠 웨이터들까지 나서서 생난리라고, 그렇게 대놓고 빈정거리는 얘기도 들은 적 있어요.” 경력 4년. 그러나 여전히 ‘계약직’인 정 씨의 연봉은 1540만원이다.

    웨이트리스 김미경씨의 남편(30)은 같은 호텔 연회부 소속 웨이터다. 같은 해에 입사해 정을 키워오다 지난해 가을 부부가 되었다.

    “남편도 그만두고 싶어해요. 무엇보다 미래가 없다구요. 선배들 보면 10년 넘게 일해도 대리 딱지 떼기 힘들고 월급도 그냥 그런 수준이잖아요. 일도 굉장히 힘들어요. 오전 9시까지 출근했다 새벽에 들어오고, 다시 다음날 아침 9시까지 출근하고. 우린 정식직원이어도 이런데 계약직 사원들이야 무슨 애정이 있겠어요.”

    김씨는 같은 호텔 직원끼리도 근무하는 부서에 따라 상황이 많이 다르다고 했다. “우리가 시설부나 안전실에 있는 분들을 조금은 낮춰 보듯이, 사무실 직원이나 프런트에 있는 직원들은 또 웨이터 웨이트리스들을 한 수 아래로 봐요. 사회의 시선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예전에 한 ‘호텔’이란 드라마도 보면 주인공은 모두 사무실 쪽 사람들이었잖아요. 물론 거긴 유학파도 많고 우리하곤 상황이 좀 다르지만 같은 식당, 같은 라커를 쓰면서도 인사말조차 나누지 않는 분위기는 솔직히 불쾌하고 가슴 답답해요.”

    이렇듯 ‘탈출’을 꿈꾸는 이는 많지만 정작 직업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우선 한 가지 일만 해왔기 때문에 다른 분야의 기술이나 경험이 거의 없다. 어찌어찌 다른 일을 시작했다 하더라도 십중팔구 다시 호텔로 돌아오게 된다. 현재의 조건에서 구할 수 있는 직장 중 호텔보다 더 ‘깔끔하고 안락한’ 곳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느새 ‘허영’과 ‘가벼움’의 마력에 전염된 탓일까.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