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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철 전 한통프리텔사장의 IMT-2000 사업

  • 이나리·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이상철 전 한통프리텔사장의 IMT-2000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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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업체들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비동기 기술을 어느 정도 축적해 놓은 LG정보통신 외에 삼성전자, 현대전자 등의 대다수 장비제조업체들은 동기식 기술표준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들어 소규모로나마 유지해오던 비동기식 단말기 제조 라인을 아예 철수시켜버리는 등 ‘배수진’을 친 상태다. IMT2000 기술 표준 선택과 관련해선 각자의 상황에 따라 이렇듯 복잡한 사정이 얽혀 있는 것이다.

─네트워크 공유와 기술 표준 문제는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요. 그럼 ‘네트워크 공유가 왜 중요한가’ 하는 질문으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가 보지요.

“장비 업체 쪽에서 보면 네트워크 공유는 반가운 얘기가 아니지요. (장비) 두 벌 팔 수 있는 걸 한 벌밖에 못 파니까. 그러나 서비스 사업자는 그렇지가 않아요.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게 있는데, 사실 IMT2000으론 한동안 돈을 벌 수 없습니다. 투자비만 계속 들어가는 거죠. 호출기에서 휴대폰으로 바뀌던 때를 생각하면 오산이에요. 그 두 가지는 전혀 다른 서비스였습니다.

휴대폰과 IMT2000은 그렇지 않아요. 특히 요즘의 첨단 휴대폰 서비스는 국제 로밍과 동영상 빼고는 기능 면에서 IMT2000과 하등 다를 게 없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IMT2000에) 수 조원씩을 퍼 넣으면서, 한편으론 크게 다르지 않은 서비스로 고객을 ‘유인’해 이 쪽에서 저 쪽으로 옮기는 작업까지 병행해가며 돈을 벌 수 있겠어요. 방법은 하납니다. 네트워크를 공유해야죠.

혹자는 ‘네트워크로 차별화 하겠다’는 얘기를 할 수도 있어요. 어차피 경쟁이니까 더 많은 망을 까는 걸로 승부를 보겠다 이거지요. 그런데 그게 가능한 일일까요? 출연금만 1조원인데…. 그런 식으로 하다간 경쟁에서 이길 수 없습니다. 타 사업자와 네트워크는 공유하되 서비스의 질로 승부를 봐야지요.”



─출연금 얘기가 나와서 말입니다만, 1조원이란 액수가 적정하다고 보십니까?

“내가 아직도 프리텔 사장이라면 너무 많다고 아우성을 치겠지(웃음). 하지만 처음에 5000억원, 이후 15년 동안 분할상환하게 돼 있으니 아주 과하다곤 할 수 없겠죠. 대신 정부도 사업자가 자금 확보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해요. 주식 할증이 한 방법이 되겠죠. 출연금 1조원을 내려면 자본금이 적어도 2조원은 돼야 하는데 그걸 현금으로 준비하기는 상당히 어려워요. 그러니까 자본금을 한 5000억원 정도로 하고 주식을 할증 발행해서 나머지 1조5000억원을 채우게 하는 거죠. 거기서 5000억원은 1차 출연금으로 내고 나머지 1조원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말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기술 표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죠. 다른 쪽은 말고 일단 서비스 사업자 입장에서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과연 사업 신청자들은 애초 공언한대로 모두 비동기식을 택하게 될까요?

“예를 들어 한통프리텔이 메인 사업자인 컨소시엄이다, 그래서 기존 016 고객을 IMT2000 쪽으로 옮겨와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먼저 가만히 생각해 보겠죠. 사람들은 IMT2000을 어떤 용도로 쓸까. 과연 동영상을 그렇게 많이 쓸까. 유선 전화에 동영상 기술이 들어온 건 20년 정도 됩니다만 실제로 활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죠. 아마 휴대폰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활용도를 대강 따져 보면 음성통화가 95%, 인터넷 같은 하이데이터가 4%, 동영상이 1% 정도나 되지 않을까요? 그럴 때 내가 사업자다, 그러면 어떻게 시스템을 운영하고 네트워크를 깔고 고객을 옮겨가겠습니까?”

‘비동기’가 불합리한 세 가지 이유

─그야, 기존 휴대폰을 되도록 오래 쓰게 하지 않겠습니까.

“바로 그겁니다. 사실은 답이 모두 나와 있는 거죠. 사람들은 이 사업을 너무 정서적, 감성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시스템 사업자는 그렇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길을 찾아가죠.

첫째, 가능하면 기존 휴대폰을 오래 쓰게 하다가 굳이 IMT2000으로 바꾸겠다고 하면 그 때서야 옮겨줄 겁니다. 둘째, IMT2000에 대한 고객들의 음성통화 요구는 기존 시스템으로 처리하려 할 겁니다. 셋째, 새 시스템 설치는 되도록 천천히 할겁니다. 대도시 중심으로 아주 서서히. 모두 초기 투자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입니다. 그리고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서 네트워크 공유를 생각하겠죠.”

─그런데 그건 다 IMT2000에서도 현재의 휴대폰처럼 동기식을 선택해야만 가능한 일 아닙니까. 또 네트워크를 공유할 수 있는, 기술표준이 같은 사업자가 최소한 한 개 이상 있어야 하는 거구요.

“그렇죠. 그러니 다른 가능성도 생각해 봐야지요. IMT2000에서 비동기식을 선택했을 때, 또 사업자간 기술표준이 다른 상황을 말입니다. 난관이 무척 많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첫째, 단말기 문제입니다. IMT2000에서 비동기식을 선택했다, 그럼 그 사업자는 자사가 서비스하는 IMT2000으로 표준 방식이 다른 동기식 휴대폰과도 자유롭게 통화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아야 합니다. 한마디로 동기식, 비동기식 함께 사용 가능한 단말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건데 그게 기술적으로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죠. 그뿐인가요, 지금 음성통신을 하고 있다면 사용자 모르게 CDMA로 내려줘야 하고 그게 아니면 비동기로 가줘야 하고, 비동기 중에서도 데이터면 휴대폰 쪽하고 연결해야 하고…. 뭐 이러자면 전세계에 유례가 없는 단말기가 나와야 할겁니다.

둘째, 시스템 문제입니다. 사업자 간 기술 표준이 다르다…, 당연히 네트워크 공유는 불가능하죠. 더 나쁜 건 나 외에 다른 둘이 같은 방식을 채택했을 때예요. 둘은 네트워크를 공유해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췄는데 나만 전국망을 혼자 다 깔아야 하는 거죠. 물론 셋 다 동기, 또는 비동기로 간다면 괜찮겠지만. 그러니 사업자들 생각이 어떻겠어요. ‘어떤 쪽이든 하나는 나하고 같은 방식을 썼으면 좋겠다, 내가 비동기로 간다면 저 둘은 뭘로 갈까, 그럼 내가 동기로 가면 나머지 둘은 어떻게 되지…?’ 뭐,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거지요.”

“SK는 한국통신 따라갈 것”

─어떤 표준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투자 비용에도 큰 차이가 나겠군요.

“그렇습니다. 그게 바로 세 번째, 서비스 개시를 위한 초기 투자비용의 문제입니다.

IMT2000은 초기 비용이 무척 많이 들어갑니다. 서비스 개시를 위해선 전국에 최소한의 망은 깔아놔야 하니까요. 그런데 동기식을 택했다, 그러면 큰 무리가 없습니다. 기존 망을 충분히 활용하며 서서히 늘려가면 되니까요. 하지만 비동기식일 땐 초기에 상당히 무리를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같은 액수의 돈이라도 2년 만에 써버리는 거랑 5년 동안 서서히 소모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5년동안 100만원씩 5번 내는 거하고 처음에 500만원 전부를 내는 거하고는 얘기가 전혀 다르다 그 말입니다.

서비스 비용도 마찬가지예요. 동기식을 채택한 쪽은 이미(휴대폰용으로) 개발해 놓은 서비스가 한 100가지 된다, 그러면 그걸 IMT2000 쪽으로 그대로 가져다 쓰면 돼요. 거기 더해 1년에 한 10개씩만 착착 개발해도 2년 후엔 120가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는 거죠. 그런데 비동기로 가면 아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2년 뒤 120가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그 동안 엄청난 노력과 비용을 들여야 해요.”

─그렇게 난관이 많은데도 왜 업체들은 비동기식을 택하겠다는 걸까요.

“아무래도 국제 로밍 때문이지요. 세계 80%가 그쪽으로 간다지 않습니까. IMT2000의 가장 큰 특징이 국제 로밍인데 그 쪽이 부실해서야 마케팅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요. 물론 처음부터 국제 로밍에 대한 요구가 많지는 않을 겁니다. 몇 년 간은 국제 로밍이 되고 안되고가 매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겠지요. 하지만 7년 후쯤 가면 사정이 달라질 겁니다.

미국, 중국은 주로 동기식을 쓰니 그 쪽에 연이 닿는 이들은 동기식을 선호할테고, 다른 쪽은 비동기식을 원할 텐데 그 비율의 차이가 한 10%정도 날 겁니다. 그러니까 유럽식 비동기를 원하는 사람이 20%라면 미국식의 동기를 원하는 이는 10%정도 될 거란 얘기예요. 이 때부턴 어떤 방식을 채택했느냐에 따라 매출이 차이 나기 시작하겠죠.

자, 그럼 SK가 주춤주춤 하는 사이 한국통신이나 LG, 한국IMT2000컨소시엄이 비동기로 가겠다고 선언한 이면에는 뭐가 있느냐, 바로 시장 판도를 바꿔보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겁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기술표준을 택해 SK가 50% 이상 장악하고 있는 지금의 시장 상황을 엎어보겠다는 거예요. SK가 동기식을 선택할 경우엔, ‘우린 국제 로밍에 강하다’는 점을 크게 부각시켜 역전 기회를 노릴 수 있겠죠. 또 SK까지 전부 비동기식을 택할 경우에도 아예 처음부터 같이 시작하는 셈이니 이전에 비하면 한번 붙어 볼 만하지 않겠어요.

이런 구도를 머리에 그려볼 때, 전 SK가 한국통신 가는 쪽으로 따라가지 않을까 싶어요. 어쨌건 현 시장 구도에서 SK 최대의 경쟁자는 한통 쪽이니까, 서로 다른 기술표준을 택할 경우 한통에 시장을 잠식당할 가능성이 적어도 10%는 있다고 보는 거죠. 그런데 한통은 또 정부 입김이 많이 작용하는 회사거든요. 정통부가 동기식을 계속 지지하는 이상 한통이 비동기에서 동기식으로 바꿀 가능성이 상당히 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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