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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 진단법에서 테이프 치료법까지

소문난 한의사 5명의 이색 치료법

  • 안영배·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사주 진단법에서 테이프 치료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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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주진단법’으로 질병 찾아내고 인생고민 상담자 노릇하는 신미재원장
  • ●테이프만 붙여서 온갖 통증 치료하는 ‘테이핑요법’ 전도사 황재옥박사
  • ●항문에 증기 쏘여 불임과 비만 치료하는 ‘좌훈요법’ 창시자 심용섭박사
  • ●인체 면역력 강화시켜 세균 물리치는 ‘벌독요법’ 전문가 박규천원장
  • ●향기를 흡입시켜 피부병 치료하는 ‘향기요법’ 개발자 손숙영박사
사주풀이로 몸속 병 훤히 찾아낸다

훤칠한 키에 미모가 수려한 한 젊은 여성이 한의원을 찾아 진료를 요청했다. 한의사는 그녀가 진료실에 들어오는 걸음걸이와 얼굴 표정 및 색깔 등 관형찰색(觀形察色)을 한 뒤 진료부를 펼쳐들더니 문진(問診)을 시작했다.

한의사: 생년월일이 어떻게 됩니까?

환자: 75년 2월19일인데요.

한의사: 양력입니까, 음력입니까?



환자: 양력인데요.

한의사: (만세력을 살펴본 뒤) 토끼(卯)띠에다 월에 호랑이(寅), 일에 원숭이(申)가 있군요. 몇 시에 태어났나요?

환자: (약간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오후 6시 경에 태어났다고 해요.

한의사: 유시(酉時)군요. 성격이 극단적으로 왔다갔다 하는 바람에 정서 장애가 심하군요. 생기발랄하다가도 갑자기 우울증에 빠지곤 하지 않나요? 얼굴이 예뻐 남자친구들을 많이 사귀어도 변덕이 심해 다들 오래 가지 못하고….

환자: (놀라며) 선생님 그런 걸 어떻게 아세요? 맞아요. 어떤 때는 내게 두 사람의 성격이 들어 있지 않나 두려울 정도예요. 그래서 그런지 매사에 의욕이 없고, 머리가 어지럽고, 생리불순도 있어요.

한의사: 환자분의 사주팔자(四柱八字)를 보면 치밀하고 꼼꼼한 토끼와 즉흥적이고 발랄한 원숭이가 원진살(元嗔煞, 궁합볼 때 서로 맞지 않아 으르렁거리는 살)이 되고, 게다가 고독과 방황의 대명사인 호랑이와 항상 떼지어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닭 또한 원진살(호랑이는 닭의 울음소리를 싫어함)로 작용하고 있어 극단적인 부조화를 일으키고 있어요. 그것이 환자분의 근원적 병인(病因)으로 작용하고 있어요. 한약이 증상 치료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환자께서는 무엇보다도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합니다.

그러면서 한의사는 환자에게 한약 처방전과 ‘마음을 다스리는 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서울 종로3가 도가한의원의 신미재원장(36). 정통적인 한의학 진료법에 사주풀이를 더해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탁월하다는 평을 듣고 있는 여자 한의사다. 그의 ‘사주와 한의학’ 강의를 듣고 일선에서 응용하는 제자급 한의사들도 상당수에 달한다. 신원장은 사주학(태어난 연월일시에 따라 모두 8개의 오행을 배치하는 동양역학 이론)과 질환의 상관관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질병은 체질에 이상이 생겨서 발생하는 게 대부분이며, 체질은 당사자의 사주가 주가 되고 거기에 살아가는 환경이 작용해서 형성된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사상체질(四象體質) 의학의 창시자인 이제마 선생도 역학적 지식에 기반을 두어 태양, 소양, 태음, 소음이라는 체질론을 설파한 것이다.

특히 사주는 그 사람의 타고난 개성이자 성격인데, 이것이 부조화될 경우 바로 질병으로 이어지게 된다. 예를 들어 사주에 흙(土)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체질적으로 기(氣)가 약하므로, 아이를 어렵게 가지거나 철마다 보약을 먹어도 건강이 뚜렷이 좋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사주에 물(水)이 하나도 없는 사람에게는 뼈마디가 쑤시고 아픈 질환이 종종 발생한다. 따라서 질병을 다룰 때도 그 사람의 사주에 의한 체질을 파악해 처방하면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치료할 수 있다.”

사주로 환자를 다루는 요령

신원장은 사주학을 동원하다 보니 까다로운 환자들을 다루는 요령도 자연스럽게 터득했다고 한다. 자신을 찾는 환자들이 대부분 이곳저곳 ‘병원 쇼핑’을 하다가 막차 타는 심정으로 오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불신감을 갖고 있다는 것.

한 남성 환자(25)의 경우를 보자. 이 환자는 신원장을 찾아와서는 자기 증상을 말하기는커녕 ‘용하면 내 병까지 한번 맞혀봐라’는 식으로 진료실에 앉았다.

그의 사주 팔자를 풀어보니 목(木)이 4개에, 화(火)와 토(土)가 각각 1개, 수(水)가 2개였다. 사주 팔자는 5개의 오행(목화토금수)이 골고루 들어 있는 게 좋은 법. 그런데 이 환자는 목이 많은 대신 화와 토가 부족해 사람을 쉽게 믿는 성격이 아니었다. 신원장이 일부러 무안을 주듯이 말했다.

“매우 쫀쫀한 사람이군요. 밴댕이 소갈머리니까 조금만 신경을 써도 머리가 아프고 소화가 안되지요. 사주를 보면 나무 목의 기운이 세서 머릿속에 잡생각이 많고 무언가를 해야만 존재 의미를 찾기 때문에 쉴 줄 모르고 마음만 조급합니다. 또 4개의 목기운이 1개밖에 없는 토 기운을 누르니까(木克土), 토에 해당하는 비장과 위장에 탈이 날 수밖에 없지요. 그게 당신의 병입니다.”

그제서야 환자는 자세를 고쳐앉더니 신원장에게 자신의 증상을 호소하면서 고쳐달라고 말했다. 자신은 신경만 조금 쓰면 체해버리는데 병원에 가서도 증상이 잡히지 않아 고생만 해왔고, 지금까지 15년간 두통을 안고 살아왔다는 것. 여하간 환자가 의사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신뢰를 보내는 순간 치료 역시 쉽게 될 수 있다. 이 환자에게는 너무 강한 목 기운을 누르기보다는 다른 약한 기운을 보강하는 쪽으로 처방한 끝에 치료가 됐다고 한다.

신원장은 또 사주로 사람을 진단해보면 환자의 연령에 따라 각기 다른 질환들에 노출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음력 1963년 3월3일 자(子)시에 태어난 남자를 사주로 풀면 계묘(水木)년, 병진(火土)월, 기사(土火)일 갑자(木水)시가 된다. 오행으로 목·화·토·수가 각각 2개씩 있는 반면 금은 하나도 없다.

이 환자는 타고난 사주에 금이 없기 때문에 기관지, 즉 폐가 선천적으로 좋지 않다. 신체는 오행 중 어느 쪽이 과하거나 부족할 때 균형이 깨져서 건강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것이 일생 동안 이 환자의 약점으로 작용하는데, 연령별로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10살 이전까지는 기침을 많이 하고 감기를 달고 살았다. 20대에 들어서서는 성격이 저돌적이고 과격해지기 시작했다. 이는 사주가 금(金)이 없는 모래땅이어서 비옥하지 않고 거칠기 때문. 성격이 과격한 나머지 일을 잘 벌리다보니 여기저기 상처를 많이 입게 되고, 살갗이 건조해 갈라지고, 무좀으로 고생했다.

이런 사주는 특히 30대 이후 수영하는 것을 매우 조심해야 한다. 금 기운에 해당하는 폐나 기관지에 물이 조금만 들어가도 그것이 몸에 저장돼 늑막염으로 발전할 수도 있기 때문. 이 환자 역시 30대 초반에 늑막염을 앓은 적이 있다.

환자는 곧 40대에 접어들게 되는데, 관절염이나 골수염 등에 유의해야 한다. 이때 이런 질환에 걸리면 쉬 낫지도 않고, 계속 수술을 거듭하며 고생할 수도 있다는 게 신미재원장의 진단이다.

“이런 식으로 보면 이 환자의 경우 연령대에 따라 각기 다른 증상이 나타났어도 병의 근원인 폐와 약한 기관지를 치료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증상별, 병증별로 치료를 해야 근치(根治)가 가능한 것이다.”

신원장은 병의 근원을 파악하는 데 있어서 사주가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고 또 미래에 닥칠 질환까지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신의 사주체질을 파악해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문의:02-763-6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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