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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체험기|가야산 마음수련원

“마음 비우기 훈련 일주일만에 ‘나’를 찾다”

  • 김정희·월간 우먼 골프 발행인

“마음 비우기 훈련 일주일만에 ‘나’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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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부님과 목사님과 스님이 함께 앉아서 마음을 죽이고 버리는 공부를 하는 가야산 마음수련원. 1주일이면 누구나 ‘참 나’를 발견하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가르치는 곳이다. 마음수련원에서 6개월간 수련한 한 여성의 솔직한 구도 체험 및 마음수련원 관찰기를 소개한다》
소녀 시절에 읽은 ‘파랑새’라는 동화가 새삼 떠오른다. 치르치르와 미치르 오누이가 행복을 가져다주는 파랑새를 찾아다니는 내용인데, 긴 여행에도 불구하고 찾지 못하여 지쳐서 집에 돌아오니 바로 자기 집에 그 파랑새가 있더라는 얘기다. 이 동화는 전세계에 널리 퍼져서 파랑새는 행복의 대명사로 사용되고, ‘행복이란 결국 내 안에 있다’는 가르침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이 어디 그런가? 대부분 밖에서 행복의 조건을 구하고 있다. 나 또한 학창시절에는 ‘그래, 행복은 내 마음에 있는 거야!’ 했건만, 사회로 나오자마자 치열한 경쟁에 쫓기고 외형적인 것을 차지하고자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냈다. 가끔 교회에 나가긴 했지만 내 마음을 진지하게 성찰할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큰 시련을 겪게 되었다. 월간지를 발간하는 일은 매달 아기를 출산하는 것 같은 고통이 따르는 일이어서 가뜩이나 힘들게 지내고 있는데, 믿었던 사람들한테 배신까지 당하자 도저히 몸과 마음을 추스를 수가 없었다. 모든 희망과 의욕이 사라지고, 아픔과 고통만 남았다. 좌절·분노·증오·저주의 심정이 내 마음을 덮었고, 몸도 망가지기 시작했다. 절망의 절벽 끝에서 조용히 지구에서 사라지고 싶었다.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을 수없이 하였다.

이런 나를 지켜본 한 지인(知人)이 “당신이 살고 싶으면 마음 다스리는 공부를 하라”고 단호히 말하더니, 내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서울 양재동에 있는 마음수련원으로 끌고 갔다. 며칠 전에 답답한 심정에 용하다는 점쟁이를 찾았으나 시원한 소리를 듣지 못한 나로서는 달리 대안도 없었기에 하자는 대로 따랐다.

사실 그 동안 참선이니 기공이니 하면서 마음 공부에 대한 여러 정보는 들었지만 별 관심이 없었던 터였다. 그래서 ‘기왕 왔으니 마음이라도 편해지면 좋겠지’라는 생각에, 그곳 강사의 안내에 따라 공부를 시작하였다. 강사의 설명은 이러했다.



“마음이 나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이니, 마음을 다스릴 줄 알아야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어쩐지 불교적인 표현 같아서 좀 거부감을 느꼈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당장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라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있는 처지니, 마음이라도 안정되면 좋을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강사의 “이제껏 오직 살려고만 발버둥치며 가지려는 생각만 쌓아왔으니, 그 생각들을 풀려면 우선 마음으로 자기를 죽이고 쌓인 생각들을 던져버려라”는 말에는 반발심이 솟았다.

그러나 나는 반발심을 억제하고 일단 강사의 안내대로 독방에 가서 시키는 대로 한번 해보려고 하였다. 가만히 있으려니 피곤이 누적된 몸에 잠이 쏟아져서 다리 뻗고 잠만 자고 나왔다. 방석만 깔고 잠시 잤는데도 몸이 한결 가벼워진 것 같았다. 이튿날도, 그 다음날도 수련 방에만 들어가면 졸음이 쏟아져 아예 방석을 여러 개 가져다가 깔고 덮고 코까지 골면서 잠을 잤다.

‘생각으로 나를 죽여라’

얼마 후 가만히 생각하니 한 달 수련비가 아까웠다. 기왕 돈을 냈으니 잠만 자지 말고 수련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눈을 감고 마음으로 나를 죽여보았다. 예전에 목격한 교통사고를 떠올리며 ‘내가 사고로 죽었다’고 연상하였다. 쉽지 않았다. 역시 죽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으로 죽는 것이지 진짜 죽는 게 아니니, 밑져봐야 본전’이라며 반복해서 나를 죽여 보았다.

그 후에는 눈을 뜨고 지구로 상징되는 ‘검은 점’(마음수련원에서는 방 벽에 조그마하게 검은 점을 그려 놓고 그것이 지구라고 상상하면서 수련함)에다 어렸을 적부터 기억되는 생각들을 던져버리는 훈련을 했다. 젖먹이 때부터 10살까지, 10살부터 20살까지 10년 단위로 기억된 생각들을 ‘점’으로 던져버렸다. 지구에 살면서 쌓은 생각들이니 지구로 되돌려 보내는 방법이라고 강사는 설명하였다.

마치 여름철 납량특집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육체 잃은 혼처럼, 죽은 몸에서 영혼이 점점 하늘로 떠올라 별들이 찬란한 위치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며 ‘기억된 생각들’을 되돌려보내는 기분이었다. 40대까지의 내 인생의 기억들을 모두 버린 후 ‘나는 누구인가?’를 물어보는 게 수련 방법이었다. 해보니 어려운 수련은 아니었다. 요약하면 마음을 ‘죽이고 버리기’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수련에 재미가 붙었다. 죽이고 버리는 수련을 한 바퀴 하고 나면 마음이 후련해졌기 때문이다. ‘야, 이것 봐라!’ 하며 수련의 효과에 점점 몰두하게 되었다. 마치 샤워를 하면 몸이 가뿐해지듯, 한 바퀴 돌릴수록 마음이 시원해졌다. 밥맛이 좋아지고 잠도 오지 않았다. 아니 잠자는 시간도 아까웠다.

집에도 안가고 수련원에서 밤새워 수련하던 어느 날, 어릴 적부터의 내 모습을 떠올리고 있으려니 설움이 복받쳐 올랐다. 그때부터 난 불쌍한 아이였다. 남한테 제대로 대접도 못 받고 남달리 고생하며 살아온 게 억울하고 슬펐다. 한참을 흐느껴 울다가 겨우 진정하고 ‘슬프고 가엾어 하는 생각’도 ‘점(지구)’에 버렸다.

그런데 며칠 후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났다. 내가 얼마나 남에게 못되게 굴었는지를 깨닫게 된 것이다. 어려서부터 고집 세고 자존심이 강한 성격 때문에 부모를 비롯한 주위 사람에게 계속 상처를 주어 왔음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들이 얼마나 불쌍하고 미안한지 참회의 울음이 터져 나왔다. 며칠 전의 흐느낌은 비할 바 아니었다. 한참을 통곡하고 나니 마음은 날아갈 듯 가벼워졌다. “그래, 모두 내 탓이야! 나를 내세우는 버릇과 가지려는 욕심 때문에, 나뿐만 아니라 남도 불행하게 했구나!”라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이는 ‘개체의식’을 벗어나 ‘전체의식’으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고 수련원에서 말했다. 마음은 한없이 평안하고 고요해지고, 저 밑바닥에서 솟아오는 알 수 없는 희열에 미소를 지었다. 나는 신이 났다. 본격적으로 철야를 해가며 수련을 하였다.

수련 1개월 째인 작년 11월 중순, 마침내 ‘나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을 풀 수 있었다. 나의 참모습이 ‘우주’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는 이론이나 지식이 아닌 체험이었다. 삼라만상 모두가 바로 ‘나’였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나를 배신한 그 사람 또한 ‘나’였음을 알게 되었다. 이 순간 이후 내 삶은 예전과 180도 달라졌다. 하늘은 푸르고 아름다웠다. 하늘도 ‘나’였다. 바람에 흔들리는 꽃과도 대화를 나누었다. ‘하나’이기에.

사회생활 자세도 달라졌다.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저절로 되었다. 나를 내세우고 살 때는 슬슬 피하던 사람들이, 나를 죽이고 버린 다음에는 가까이 다가왔다. 뾰족한 이기심의 가시가 사라졌기 때문이리라. 덩달아 일도 잘 풀렸다. 드디어 나는 행복의 파랑새를 찾은 것이다.

스님, 목사, 신부가 함께 수련해

이 마음수련원 공부는 나처럼 인생의 위기에서 하게 된 사람이 많다.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공부를 시작한 사람이 많은데, 흥미 있는 사실은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소개받는다는 점이다.

대다수가 부부간, 부자간, 친구 및 직장 동료의 권유로 이 수련을 하게 된다. 즉 아내가 이 공부를 하면 남편을 하게 하고, 남편은 자식을 공부 시키고, 이렇게 그들은 가장 가까운 사람을 줄줄이 안내한다. 그리하여 일가친척이 모두 공부한 집안에서는 서로 도반(道伴)이 되어 도(道)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아직 공부 안한 식구는 왕따(?)가 되는 일도 있다.

현재 마음수련원은 서울·경기 지역의 10군데를 포함하여 전국에 26곳의 수련 장소가 있다. 회원은 5000명이 넘었다고 하는데 온갖 사람들이 다 모여 있다. 모임은 마음수련에 관심있는 사람들끼리 구성한 친목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이 수련원의 또 한 가지 특색은 종교를 초월하여 마음수련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종교인의 경우 스님은 물론이고 목사와 신부도 있으며, 기공 수련자와 명상 수행자도 꽤 많다. 심지어 무신론자도 끼어 있다. 서로 종교가 다른 성직자들이 마음수련을 통하여 ‘진리는 하나’라는 말들을 하며 ‘하나의 마음’으로 어울리는 광경은 자못 신기하기까지 하다.

모든 회원들은 마음의 고향으로 경남 합천의 ‘가야산 수련원’을 꼽는데, 그곳에서는 집중적으로 마음수련을 하고 있다. 이 수련법을 제시한 ‘스승님’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회원들의 존경을 받고 ‘스승님’이란 호칭으로 불리는 이분은 전혀 도인(道人)같이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의 풍모여서 ‘시골 농부’ ‘소장수’처럼 생겼다고들 말하고, 심지어 ‘소도둑놈’ ‘조폭 두목’ 등 불경스런(?) 애칭으로도 불린다.

모습이야 어떻든 이분의 인적사항에 대해서 호기심을 가질 법도 한데, 대다수 회원들이 이름이 무엇인지, 몇 살인지 등 신상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점도 특이하다면 특이하다. 그분이 제시한 ‘죽이고 버리는’ 방법이 위대한 것이지, 개인의 인적사항은 굳이 알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이 수련을 제시한 스승님은 1952년 경북 의성에서 출생하였으며 이름은 우승철이라고 한다. 대구에서 사업을 하던 중, 우연히 한 도인(道人)을 만났다고 한다. 서울 여의도에 사무실을 갖고 있던 그 도인은 일반인이 상상하던 도인의 모습과는 전혀 달리 도복도 입지 않고 수염도 기르지 않은, 양복을 입은 말끔한 신사였다고 한다. 도인을 만난 때가 92년인데, 그 도인의 지도를 받으며 수행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1996년 1월 깨달음을 성취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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