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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한국경제 간판 CEO 열전

한손엔 성경, 또 한손엔 구조조정

‘올해의 관리인상’ 수상한 쌍방울 법정관리인 백갑종 사장

  • 장인석 < CEO 전문리포터 >

한손엔 성경, 또 한손엔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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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고와 고려대 농경제학과를 졸업한 백사장은 70년 6월부터 경제기획원 경제기획국, 예산국, 경제협력국에서 일했다. 당시는 행정고시 인원을 워낙 적게 뽑던 시절이라 재경직 4급(지금의 7급)만 해도 상당히 어려운 관문이었다고 회고한다. 특별승진시험을 통해 사무관으로 승진했던 그는 잘 아는 선배로부터 율산실업에서 함께 일하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았다.

─공무원에서 기업인으로 변신하려면 상당한 결단이 있었을 듯합니다만.

“당시 율산실업은 젊은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던 기업입니다. 당시 저로서는 정말 짜릿한 전율이 일어날 정도로 솔깃한 기회였던 게 사실입니다. 가족들과 상의 한마디 없이 옮겼는데 나중에 아버지가 아시고는 대로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민간경제가 주도하는 시대가 도래한다는 판단에서 탁상공론보다는 실물경제에 참여하는 것이 낫다고 결론 내렸죠.”

하지만 그가 지금 가장 좋았던 시절이라고 회상하는 율산에서의 생활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2년 만인 77년 9월 그룹이 해체되는 아픔을 겪은 백사장은 한국다우케미칼의 사업개발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쌍방울 관리인으로 오게 된 것은 어떤 인연이 있습니까?



“전혀 없습니다. 신원 대표이사로 근무하던 중에 서울지방법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쌍방울의 관리인이 될 생각이 없냐는…. 망해가는 기업을 살리면 보람이 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사명감 같은 것을 느꼈다고 했다. 언더웨어 분야를 잘 모르는 것은 문제가 안 됐다. 비즈니스는 달라도 경영의 맥은 같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기 때문이다. 그는 목포고 1년 선배인 박성철 신원 회장과 상의했다. 박회장은 한일리스 상무로 일하던 그를 신원의 사장으로 데리고 온 당사자였다. 당시 신원은 1차 워크아웃이 성공리에 끝나 경영정상화의 길을 차곡차곡 걸어가고 있었다.

“쌍방울에 대한 자료를 보거나 나름의 구상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왔습니다. 성경책 한 권만 달랑 들고….”

올해 9월이면 임기 2년이 만료되는 백사장은 법원이 자신을 다시 관리인으로 지명할지에 대해서는 별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그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는 자신의 사무실에 비밀서랍이나 금고를 두지 않는다. 모든 서류는 책상 위에 그냥 두고 출퇴근하며, 아무리 잘못했어도 사실대로 말하면 용서하지만 거짓말하는 사람은 절대 용서하지 않는 독실한 신자다. 그렇다면 그의 관심은 무엇일까?

쌍방울은 회사 정리계획상 4년 거치 6년 분할상환으로, 2004년부터 회사부채 6700억원에 대한 원금상환을 시작하게 된다. 사업이란 핵심역량이라는 게 있는 것이므로 현재 상태로는 부채 갚기가 어렵고 대신 M&A(기업 인수합병)를 하든지, ‘브리지 론(Bridge loan)’을 하든지 조기에 법정관리를 종결시키는 것이다. 그런 뒤 사회의 보호를 받아 회생 기회를 얻은 기업이니만큼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기업으로 키우고 싶은 것이 백갑종 사장의 바람이다.

신동아 2001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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