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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한국경제 간판 CEO 열전|LG애드 이인호 사장

“안 벗기고 안 튀어도 사람냄새 나는 광고가 캡!”

  • 장인석 < CEO전문리포터 >

“안 벗기고 안 튀어도 사람냄새 나는 광고가 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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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직원들이 위기를 순간적으로 모면하기 위해 사장에게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렇게 되면 바이러스가 침투합니다. 정확한 진단을 못 내리는 거죠. 경영의 잘못을 사장이 확인하고 반성하게 하려면 사실을 정확하게 보고해야죠.”

그는 프레젠테이션에도 신중하게 참여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마구잡이로 참여하면 승률이 떨어지고 그러면 사기도 저하된다는 것이다. ‘모실’ 수 있는 광고주인지 판단하는 것이 특히 중요한데, 과거에는 광고회사들이 외형을 올리기 위해 ‘아무나’ 모셨지만 요즘에는 지불능력도 보고 합리적인 제품인지 여부도 꼼꼼하게 살펴본다고 한다. 또한 들러리로 참여를 유도하는 경우도 가끔 있어 주의를 요한다고 한다.

광고주에 대한 그의 ‘섬김 철학’은 독특하다. 광고주는 ‘지상의 왕’이므로 ‘내 생명 다 바쳐’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단 상식에서 벗어난 요구까지 들어줄 수는 없으므로 이럴 때는 대안을 내서 더 좋은 쪽으로 설득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한다. 요구를 무조건 들어주는 것보다는 전문가로서 일에 믿음을 줘야 광고주도 믿게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사장이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는 광고주 접대에서도 그는 철저히 비즈니스적인 자세로 일관한다.

“광고주를 만날 때 어떤 목적을 갖고 관리 차원에서 만나서는 절대 안 됩니다. 광고주가 저를 만나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또 제가 광고주를 만나는 이유는 뭐겠습니까. 그쪽에선 제가 좋은 광고를 만들어주고, 저는 계속 거래를 유지해달라는 것이 목적 아니겠습니까. 일에 관한 믿음을 주는 쪽으로 비즈니스 교제를 해야 관계가 오래 지속되고 신의도 쌓이는 겁니다.”



그는 맥주도 카스만 마신다. 그가 자주 가는 골프장이나 여의도 근처의 맥주집에 카스 맥주가 없으면 난리가 난다. 다른 가게에서라도 카스를 사다 주지 않으면 다음에는 절대 그 집에 발을 들여놓지 않는다. 카스맥주가 그의 광고주이기 때문이다. LG애드가 마포 사무실에 있다 여의도 쌍둥이 빌딩으로 온다는 소문이 나자 쌍둥이 빌딩 지하 맥주집은 카스 호프 꼭지를 부랴부랴 구해놓아야 했다. 만일 카스가 없다는 사실을 이인호 사장이 알게 되면 어떤 ‘사고’가 터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고 누군가 주인에게 귀띔해줬기 때문이다.

그런 카스맥주가 부도가 났다.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카스맥주와 거래하던 모든 기업이 거래를 끊었다. 고민하던 이사장은 카스맥주 광고를 계속 집행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카스는 계속 광고를 해야 팔리는 소비재 상품입니다. 그런데 우리까지 거래를 중단해 광고가 끊기면 재기 가능성은 전혀 없어집니다. 저희는 30억 원이나 되는 돈을 받지 못했지만 믿고 광고를 계속 집행했습니다. 그런 게 신의 아닙니까?”

카스는 다시 일어섰고 이사장은 지난해에 밀린 광고료 전액을 받았다. 돌아온 그 돈 속에는 돈 주고는 살 수 없는 믿음이 배어 있었다.

국내 최초 홍보과장

이인호 사장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그가 우리나라 최초의 홍보맨, 홍보과장이었다는 점이다. 홍보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시절, 미지의 영역인 홍보 분야를 개척한 주인공이 바로 이사장이란 점에서 그의 직장 경력은 그대로 우리나라 기업의 홍보역사가 된다.

그가 용산고를 졸업하고 진학한 곳은 연세대 심리학과였다.

“하하, 그땐 심리학과가 ‘점쟁이과’라고 불릴 정도로 안 알려진 분야였죠. 제가 거기에 지원했다고 하니까 친구들이 ‘공부할 필요도 없겠다’며 꼬드겼어요. 그래서 책 팔아서 삼각지에 가서 우동을 사먹었죠.”

하지만 그가 심리학을 택한 것은 어릴 때부터 갖고 있던 의문, ‘사람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였다.

“어릴 적부터 이상하게도 삶과 죽음에 관심이 많았어요. 할아버지가 노환으로 돌아가셨을 때, 비록 호상(好喪)이긴 했지만 저는 사진기를 들고 장례식 과정을 찍고 있었어요. 장지로 떠나기 전날 밤 암실에서 사진을 현상해 앨범을 만들어 가족들에게 보여줬지요. 인생은 계속되는 이벤트라고 생각해요. 아이가 태어나면 백일잔치, 돌잔치를 하죠, 결혼하면 사모관대 쓰고 말 타고 가마 타죠, 죽으면 장례식을 치르고….”

인생은 이벤트라는 그의 생각은 그가 광고계에 입문하면서 ‘편안한 광고, 인간 냄새가 물씬 나는 광고’를 만들게 하는 밑거름이 된다.

대학에 들어간 이사장은 연세대 방송반에서 활동하면서 방송계에서 일할 생각을 품는다. 하지만 학사장교를 마친 후 그에게 돌아온 일자리는 유명 제약회사의 광고부 사원이었다. 제약회사는 광고물량이 많은 곳으로 그는 3년간 광고라는 새로운 재미에 흠뻑 빠져들었다. 그러다 70년 11월 지금의 LG그룹인 금성사에 신설된 선전사업부의 기획요원으로 스카우트됐다. 73년에 홍보부가 신설됐고, 그는 75년에 홍보과장이 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기업은 제품을 팔기 위한 광고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었죠. 하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대두되고 기업 이미지 관리가 중요하다는 데 생각이 미치면서 여론을 상대하는 홍보 전담자를 두게 됐습니다.”

그는 지금도 나무로 된 ‘홍보과장’이란 빛바랜 명패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그는 홍보란 그저 언론을 상대로 하는 활동만이 아님을 일찌감치 간파했다. ‘홍보 5개년 계획’을 세운 이사장은 홍보는 기업의 시무식에서 종무식에 이르기까지 행사, 의전, 기록을 담당하고, 소비자단체, 소비대중과의 관계 개선까지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예를 들어 여의도에 트윈타워를 건설한다면 그 지역 주민들과 관계가 어떻게 될지를 미리 조사해서 불만을 해소하는 방안도 같이 강구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한 국내외 정세를 분석하고 고급 정보를 얻는 것도 주요 임무 중 하나였다. 기업 내에 이런 일을 맡을 다른 기구가 없는데다 홍보부는 언론과의 접촉이 많은 부서이므로 정보를 얻기가 용이했다. 이 일만 해도 하루 24시간이 빠듯했는데 그는 광고까지 맡았다. 광고 제작 중 디자인 분야 빼고는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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