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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조주청과 함께 가는 지구촌 여행(96)

카자흐스탄의 수도 알마티

허허벌판에 세운 ‘밤의 도시’

카자흐스탄의 수도 알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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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마티를 벗어나면 끝없이 펼쳐진 스텝(나무가 자라지 않는 온대 초원지대)에 말떼와 양떼가 풀을 뜯고 목동들이 채찍질하는, 카자흐스탄 본연의 모습이 금방 나타난다. 가는 길을 동쪽으로 잡으면 우측으로 톈산산맥과 평행선을 그으며 달리게 된다. 차린계곡을 지나 둔덕에 오르자 새하얀 눈을 덮어쓴 톈산산맥 앞에 국경마을 케겐이 아스라이 내려다보인다. 적막강산 둔덕 위 길섶에 열두어 명의 카자흐인들이 톈산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에 옷깃을 세우며 한길 끝에 시선을 모으고 있다.

오늘은 시집장가 가는 날. 멀리 300여 km나 떨어진 탈가르 마을로 신부를 데리러 간 신랑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은 신랑아버지의 초등학교 동창생들과 신랑 큰아버지다.

초등학교 동창생들은 남자뿐만이 아니다. 이 골짝 저 골짝으로 시집가 벌써 손자까지 둔 여자동창들도 산 넘고 물 건너 다 모였다. 친구 아들의 결혼식이 동창회를 겸하게 되었다.

카자흐스탄의 수도 알마티

신문가판대의 포르노 잡지는 양반이다. 밤이면 수많은 창녀들이 알마티 거리를 점령한다(왼쪽). 결혼식날 신랑집에서 신부측 친척들이 푸짐한 음식 접대를 받고 있다.

그들이 타고 온 러시아 자동차 라다의 보닛 위엔 삶은 양고기와 보드카가 차려져 있다. 그들은 먼 나라에서 온 이 떠돌이의 팔을 잡아끌어 보드카 한잔을 안긴다.

톈산산맥의 흰 눈을 바라보며 맞바람을 맞으며 두 다리로 버티고 서서 왼손엔 싸늘하게 식은 양고기 한 점, 오른손엔 보드카 잔을 들고 나는 그만 감격에 겨워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내 평생에 그렇게 맛 있는 술 한 잔, 그렇게 맛있는 안주 한 점을 먹어본 일이 없다.



거의 1시간이 지나서야 신랑신부가 탄 차와 신부 친척들이 왔다. 케겐의 신랑집에선 신부측 친척들을 위하여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음식을 차려놓았다. 신부가 신랑집에 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불을 지피는 것이다. ‘불같이 일어난다’는 생각은 우리와 다를 게 없다.

카자흐스탄의 수도 알마티

양치듯이 칠면조를 들판으로 몰고다니며 풀씨를 먹인다(왼쪽). 알마티 시내는 만년설인 톈산산맥에 둘러싸여 스모그에 시달린다.



신동아 2002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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