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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협약 둘러싼 산자부·환경부 외교부 불협화음

3人3色 정책이 경제 쇼크 부른다

  • 이상훈 환경운동연합 부설 에너지대안센터 사무국장 leesh@kfem.or.kr

기후변화협약 둘러싼 산자부·환경부 외교부 불협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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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이 갈수록 더워지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 국제사회가 마련한 기후변화협약. 그러나 이에 대비한 한국 정부의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관련 부처들이 자신의 입장과 이해관계를 내세우며 힘겨루기를 벌이기 때문이다. 그 답답한 속사정을 들여다보았다.
영국 기상청은 올해가 기온 측정이 시작된 지 143년 만에 가장 무더운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올 상반기가 사상 두번째로 더웠고 하반기까지 합치면 최고치 경신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끝없이 더워지는 날씨의 주범은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 그에 따라 인간과 동식물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지만, 이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행보는 거북이 걸음처럼 더디기만 하다.

지난해 3월 전세계 온실가스의 4분의 1을 배출하는 미국 정부가 선진 산업국들의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법적으로 규정한 교토의정서 서명을 철회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미국의 일방주의에 맞선 다른 국가들의 노력 끝에 가까스로 교토의정서는 살아남았고 마침내 지난해 11월 모로코의 마라케시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제7차 당사국총회(COP7)’에서 그 이행을 위한 세부 규칙과 절차가 합의됐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의 환경전문가들은 2002년 9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개최되는 ‘지속가능발전 세계정상회의(WSSD)’ 이전에 교토의정서가 발효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러나 빗발치는 비판을 무시한 미국이 교토의정서를 탈퇴한 데 이어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이 교토의정서의 자국 의회비준을 미루고, 심지어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2위인 러시아도 비준을 연기하면서 지속가능발전 세계정상회의 이전에 교토의정서가 발효되기는 어렵게 되었다.

심화되는 부처간 이견과 갈등

한국 정부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더딘 발걸음을 은근히 반기는 눈치다.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우리 정부의 속내는 한마디로 ‘일단 우리의 국익을 생각해 가급적 교토의정서 비준을 늦추되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지 않도록 눈치를 잘 살피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정부는 당초 지속가능발전 세계정상회의 이전에 교토의정서를 국회에서 비준할 계획이었지만 계속되는 정쟁으로 국회가 공전하고 국제사회마저 더딘 대응을 보이자 7월12일에야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한국이 기후변화협약과 관련된 국제사회의 논란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해도 좋을 형편은 아니다. 한국은 석유 수입량 세계 4위, 석유 소비량 세계 5위,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9위에 이르는 에너지소비대국. 외견상 우리 정부가 온실가스 저감 노력을 차일피일 미룰 수 있는 근거는 교토의정서에서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규정한 선진국 그룹에서 빠졌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정부 부처들 사이에 이견이 난립해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 사실에 가깝다.

하나씩 살펴보자. 우선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가장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곳은 산업자원부. 산자부는 한국이 서둘러 대응에 나설 경우 국가경제와 기업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온실가스 감축의무 이행 시기를 최대한 늦추자는 견해를 견지하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거나 그런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예를 들어 자동차 회사)에게 경제적·제도적 불이익을 주거나, 반대로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식의 장치가 마련될 경우 해당 업계에 타격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논지의 핵심이다.

이러한 산자부 견해와 반대입장에 서있는 곳은 환경부다. 온실가스 저감이 당장에는 경제적 부담이 될 수 있지만 미래의 환경적 편익을 생각하면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시 말해 국제사회의 압력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 국토를 생각해서라도 적극적인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논리다.

두 부처의 대립구도에 끼어 있는 또 다른 정부부처는 외교통상부. 외교부는 아무래도 국제사회의 압력에 여느 부체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훨씬 더 강해질 다른 나라들의 온실가스 저감 압력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감축의무 이행시기를 좀더 유연하게 열어두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물론 특정사안에 대해 정부 부처들 사이에 이견이 존재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앞에서 예로 든 3개 부처 외에 과기부나 기상청이 기후변화 예측과 관련된 기초연구 지원을 강조하는 것이나, 농림부나 산림청이 경작지나 산림의 이산화탄소 흡수능력 함양을 위해 예산 확충을 요구하는 것 역시 기후변화를 둘러싼 자연스런 이견들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입장 차이가 단순한 의견대립이 아니라, 각 부처의 영향력 강화와 방어를 위한 ‘파워게임’의 성격으로 번지면서 갈등이나 반목이 심화된다는 데 있다.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갈등이 범정부 차원의 기후변화협약 대책 추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는 사실. 이미 정부는 부처간 이견을 조율하기 위해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기후변화협약 범정부대책기구’를 구성하고 국무조정실이 부처간 이견을 통합·조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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