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군 장갑차에 의한 두 여중생 압사사건은 미국이 SOFA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줬다. SOFA의 형사관할권 조항은 한국의 사법주권을 침해하는 독소조항이다.
그 이유는 첫째 미군의 공무(公務)중 형사범죄에 대해 다른 나라에서 형사관할권을 포기한 전례가 없다는 것이고, 둘째 이미 지난 7월4일 미군당국이 피의자를 기소함으로써 관할권을 행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전자에 대해 반박하자면 주일미군이 일본 여성을 사살한 윌리엄 지라드 사건(1957)을 꼽을 수 있다. 이번 사건과 완전히 같은 유형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공무중 범죄에 대한 재판권 이양이라는 점에서 유사한 선례로 볼 수 있다.
일본에서 미군 사격연습장 내 출입금지구역에 들어가 탄피를 줍던 일본 여성이 미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사고 발생 직후 미군 측은 공무중 발생한 사건이라는 이유로 1차 재판권 이양을 거부했다. 그러나 “평상시의 명백한 살인까지 치외법권 범주에 들어갈 수 없다”는 일본 내 비판여론에 굴복해 결국 재판권을 포기했다. 개략적인 사태수습 과정을 보면 공무 수행중 일어난 사고에 대해 미군이 재판권을 포기한 사례로 봐도 무방하다는 판단이다.
두번째 이유에 대해선, 미군이 기소한 상태라 하더라도 SOFA 규정상 관할권 포기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오히려 SOFA에는 한국에서 양형 집행중에도 미국의 요구가 있으면 신병을 미국 측에 인도할 수 있다는 규정까지 있다.
법무부가 지난 7월10일 미국에 형사관할권 포기를 요청한 것은 국수주의적인 절대적 주권을 고집한 것이 아니라, 우리 수사당국이 직접 피의자를 접견하는 등 초동수사를 자유롭게 해서 조속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다. 2001년 개정된 SOFA의 큰 성과 중 하나로 피의자 신병인도 시점을 기소 이후로 앞당긴 점이 꼽힌다. 그러나 개정된 SOFA는 또한 기소 이후 검찰의 심문금지 등 피의자에게 지나친 특혜를 줌으로써 기소 이후 신병인도가 한국 수사당국의 초동수사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중생 압사사건에서도 이 조항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사고 발생 원인으로 밝혀진 통신장애에 대해 미군 당국과 한국 검찰은 큰 견해 차이를 보였다. 미군 당국은 통신장비에는 문제가 없고 차량소음과 무선교신 혼선으로 운전병이 관제병의 경고를 듣지 못했다고 주장한 반면, 검찰은 통신장비 불량 등으로 운전병이 관제병의 지시를 듣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실체적 진실에 대한 이러한 혼선은 초동수사를 제대로 못하게 하는 형사관할권 규정과 밀접히 관련돼 있다.
살인과도 같은 주한미군의 중대 범죄에 대해 그동안 우리 정부가 한번이라도 미군 측에 공식 사과를 요구한 적이 있는가? 국민이 국가에 세금을 내는 이유는 생명과 재산을 잘 지켜달라는 것이다. 이웃 일본은 1995년 미군 3명이 초등생을 윤간한 사건이 터지자 오키나와 주지사가 직접 미국을 방문해 항의, 클린턴 대통령의 공식 사과를 받아내고, SOFA 규정을 개정해 신병인도 시점까지 앞당기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에 비해 미군 범죄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우리 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과연 주권국가가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당당하지 못했다. 명백히 미국의 과실로 대한의 어린 딸 2명이 생명을 빼앗겼는데도 그 살인범을 우리 법정에 세우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처지다.
SOFA는 미군의 공무중 범죄에 대해 미국이 재판관할권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한국이 중대한 범죄라고 판단하면 재판관할권 포기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재판권 포기를 한번도 요구한 적이 없다. 그럴 권리가 있는데도 제대로 행사하지 않은 것이다. 미국에 유리한 불평등한 규정이 지속되는 한 미군 범죄로부터 한국인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의 수사진행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다시 한번 개정된 SOFA에 아직도 문제가 많다는 것을 실감했다. SOFA의 민사관할, 환경, 노무, 시설과 기지 등 다른 문제는 별개로 하고 가장 큰 성과로 꼽히는 형사관할권의 문제점만을 짚어보자.
먼저 공무중 범죄인 경우에 미군이 무조건 1차 재판관할권을 기계적으로 갖는다는 규정(SOFA 제22조 3항 가-2)은 온당하지 못하다. 설사 공무중 범죄라도, 이번 사건처럼 그 범죄의 성격이 매우 악의적이고 심각할 때에는 접수국인 한국이 재판권을 이양받도록 개정해야 한다.
개정하기 전이라도 SOFA에 보장된 권리를 그동안 제대로 행사하지 않은 정부당국의 자세부터 시정돼야 한다. 한 예로 현행 SOFA(제22조 3항 다)는 ‘제1차 형사관할권을 갖는 국가는 타방 국가가 이러한 권리 포기를 특히 중요하다고 인정하는 요청이 있으면, 그 요청에 호의적 고려를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음에도 한국은 한번도 권리 포기를 요청한 적이 없다.
반면 미군 당국은 매우 빈번하게 한국의 1차 재판권 포기를 요청, 한국이 1차 재판권을 양보하게 만들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법무부는 시민단체의 강한 요구에 따라 미군에 1차 재판권 포기를 요청했다. 그런데 그 요청 시기가 좀더 빨랐다면 좋았을 것이다. 1957년 5월16일 미국은 앞서 언급한 일본의 지라드 사건에서 미·일 SOFA 제17조 3항 다에 근거해 일본의 재판권 포기 요구를 호의적으로 고려해 재판권을 이양했다.
둘째, 형사재판권의 가장 핵심 사항인 재판권 행사 문제다. SOFA 합의의사록(제22조 3항 나)에는 ‘한국 당국이 1차 재판권을 갖는 경우에도 미군 당국의 요청이 있으면 한국 당국이 재판권을 행사함이 중요하다고 결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1차 권리를 포기한다’고 규정돼 있다. 바로 이 규정 때문에 수많은 미군 범죄에 대해 한국의 사법 당국은 재판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었다. 그러한 결정은 법무부에서 담당 검사의 재판권 행사 의견을 검토해 통상 28일 이내에 미군 당국에 통보하게 된다(양해사항 제22조 3항 다).
이에 따라 사건이 발생하면 바로 미군 측에서 포기요청서를 보내고 한국 측에서는 웬만한 사건의 경우 재판권을 포기하는 것이 관례였다. 미군 범죄에 대한 재판권 행사율이 낮은 것도 이 때문이다. 법무부 통계에 의하면 미군 범죄에 대한 재판권 행사율은 1999년 3.56%, 2000년 7.4%, 2001년(1월, 7월) 7.6%에 그치고 있다. 그런데 개정된 SOFA에는 한국의 사법주권을 침해하는 이 조항이 그대로 남아 있다.
셋째, 신병인도 시점을 ‘최종판결 후’에서 ‘기소 이후’로 앞당긴 것은 성과이기는 하지만 이 규정(SOFA 본협정 제22조 5항 다)에도 여전히 문제는 있다. 까다로운 전제조건 때문에 기소시 구속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제조건을 삭제해야 한다. SOFA 합의의사록(제22조 5항 다)에 규정된 기소 후 신병을 인도받기 위한 네 가지 조건이란 1)한국이 1차 재판권을 가질 것 2)기소시 구금인도를 요청한 범죄일 것 3)구금을 필요로 하기에 충분한 중대성을 지니는 살인, 강간 등 12개 범죄로 한정 4)그 같은 구금의 상당한 이유와 필요가 있을 것 등이다.
위의 네 가지 조건 때문에 기소 후에도 한국이 형사재판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었던 것이다. NATO SOFA(제7조 5항 다) 및 일본 SOFA(제17조 5항 다)에는 이러한 전제조건이 없기 때문에 기소 이후엔 신병인도가 신속히 이루어졌고, 특히 일본의 경우에는 비록 미·일합동위원회 합의사항이지만 1995년 오키나와 미군병사의 초등생 윤간사건을 계기로 살인, 강도, 강간 같은 중대한 범죄의 경우에는 기소 이전에도 신병인도가 가능해졌다.
넷째, 개정된 SOFA의 또 하나의 성과로 꼽히는 규정, 즉 한국 측에서 신병을 구속해 수사중인 미군 범죄 중 살인 또는 죄질이 나쁜 강간의 경우 계속 구금할 수 있도록 한 규정도 후속조치 미흡과 까다로운 전제조건 때문에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해당되는 구체적 범죄 유형은 향후 한·미합동위원회에서 마련키로 했으나 아직까지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철저한 후속조치가 필요하다.
체포 후 계속 구금권을 행사하는 데도 네 가지 까다로운 전제조건이 붙는다. 전제조건으로는 1)현행범일 것 2)살인과 같은 흉악 범죄, 또는 죄질이 나쁜 강간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 3)증거 인멸, 도주의 염려가 있거나 피해자나 증인에 대한 피해 가능성 때문에 피해자를 구금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경우 4)공정한 재판을 받을 피의자의 권리가 침해당할 우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사유가 없을 것 등이다.
다섯째, 재판 전 미군 피의자에 대한 지나친 권리를 규정한 특혜조항도 폐지해야 한다. 예컨대 미국 대표의 입회 없이 미군 피의자의 예비수사, 수사 또는 재판진행을 불가능하게 하는 조항과 검찰의 상소권을 제한하는 조항, 기소 후 한국 수사당국의 피고인 심문금지, 변호인 부재시 취득한 증언·증거의 재판과정에서의 사용 금지, 형집행에 관한 미국 측의 특별 요청에 대한 충분한 고려, 재판 전 구금 또는 구속의 시설이 합동위원회가 설정한 기준에 합치하거나 그 이상일 것과 합동위원회에 의해 사전 승인될 것 등 한국의 형사사법권을 침해하는 조항은 폐지해야 한다. 특히 구금시설은 내국인 차별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미국 민간교도소 수준일 필요도 없고,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 시설에 준하는 것이면 충분하다.
중요한 범죄라 하더라도 기소 전에는 피의자의 신병이 미군 측에 있기 때문에 한국의 사법당국이 제대로 심문할 수 없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러한 조건에서 ‘기소 후 불신문’은 중요한 범죄를 저지른 미군 피의자에 대해 아예 ‘신문하지 말라’는 얘기다. 중요 범죄자의 신병인도 시기를 기소 시점으로 앞당긴 것이 이 규정 때문에 무의미하게 된 것이다. 결국 ‘기소 후 불신문’은 사실상 재판권을 포기하라는 뜻이다.
그리고 한국 측이 계속 구금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신문, 증언, 증거 취득을 제한하고 있으며, 최종적으로 사법처리를 받더라도 사면을 보장해주고 있다. ‘미군 피의자의 법적 권리’를 보호한다는 것을 명분 삼아 신설된 규정들은 미군 피의자가 어떻게든 사법처리를 면할 수 있도록 여러 장치를 마련해 준 개악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개정안은 ‘미군 피의자의 법적 권리’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한국의 형사소송법까지 위반했다.
여섯째, 공용차량과 미군이나 고용원이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모든 차량이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하도록 SOFA를 개정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보험가입 차량에 의해 사고가 발생할 경우 보험회사에서 치료비에 대해 지급보증을 해주므로 가난한 피해자가 치료비를 내지 않고도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미국·호주 협정(제12조 5항)에 의하면, 미국 정부는 공용차량을 보험에 가입토록 하고 있다. 또 독일 보충협정(제11조)은 미군 및 군속과 그 가족의 사유차량, 항공기가 보험에 들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곱째, 재판권 행사의 판단 기준인 공무 여부 판단의 주체에 관한 규정도 바뀌지 않았다. 한·미 SOFA 본협정(22조 3항 가 2)에 의하면 ‘공무중 일어난 범죄는 미군 당국이 1차 재판권을 갖는다.’ 즉 공무중 일어난 범죄는 한국의 사법당국이 전혀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SOFA 합의의사록(22조 3항 1)에 따르면 공무 여부는 미군이 판단한다. 즉 공무증명서는 법무참모의 조언에 따라 미군 장성급 장교만이 발급할 권한이 있으며, 수정이 합의되지 않는 한 공무증명서는 결정적이라고 규정돼 있다. 이 조항 때문에 수많은 미군 범죄에 대해 한국의 사법 당국이 재판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미·일 SOFA는 공무 여부를 일본 법원이 최종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덟째, 형사재판권 적용 대상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다. SOFA에 따르면 형사재판권의 적용 대상은 미군, 군속, 가족이다. 아울러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 및 21세 미만의 자녀 또는 기타 친척으로서 그 생계비의 반액 이상을 미국 군대의 구성원 또는 군속에 의존하는 자’로 규정해 놓았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기타 친척’이다. 이 조항을 근거로 미국 측은 SOFA를 군인 가족이 아닌 미국인들에게까지 적용해왔다.
그뿐만 아니라 원칙적으로 형사재판권 적용 대상이 아닌데도 단서조항을 두어 ‘초청계약자’까지 미군과 동일한 대우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 조항 덕분에 군속은 물론이고 그 가족, 친척, 초청계약자들까지도 치외법권적 지위를 누려왔다. 이 부분 역시 ‘합중국 군대의 군법에 따르는 자’로 한정해야 마땅하다. 개정안은 이 부분을 거의 손보지 못했다. 공식 문건도 아닌 ‘합동위 합의사항’으로 ‘기타 친척’의 범위를 조금 구체화하고 ‘합중국 당국이 확인한 자’ 정도로 개정했을 뿐이다. NATO SOFA는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와 부양을 받고 있는 자녀’로 국한하고 있다. 일본 SOFA의 경우 처음부터 ‘기타 친척’이라는 조항이 없었다.
아홉째, 미군과 군속이 저지른 대물교통사고 중 공무 수행중에 발생했거나 2500달러 이상의 보험에 가입한 경우에 형사입건하지 않기로 한 것도 개악이다. 다만 피해자가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 형사입건이 가능한데(한미합동위원회 합의사항 제23조 청구권 1호), 한국인의 경우 피해액이 2500달러 이상이라면 보험 가입에 상관없이 무조건 형사입건된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은 일본 독일 등 대부분 국가들도 미군이 대물교통사고를 내었을 때 입건하지 않으며 재판권을 행사한 전례가 극히 드물고 배상만 보장되면 실익 없는 입건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는 논거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들이 가장 불편하게 느끼는 미군 범죄의 70% 이상이 교통사범이기 때문에 재판권을 미군 측에 넘기는 것은 한국의 특수한 상황과 문화를 감안하지 않은 처사다. 이같은 현행 SOFA 조항은 개악이며 내·외국인 평등 원칙에도 어긋난다.
열번째, ‘적대행위 발생시 또는 계엄령 선포시 형사재판권의 즉시 정지’ 조항도 개정돼야 한다. SOFA 본협정 제22조 11항에 따르면 상호방위조약 제2조가 적용되는 적대행위가 발생한 경우 한국의 형사재판권은 즉시 중단되고 미군의 전속적 재판권이 행사된다. ‘적대행위’라는 막연한 규정을 둔 것은 한국의 형사재판권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적대행위’의 개념을 ‘전면적인 전투 발생’으로 한정해야 할 것이다.
미·일 SOFA 제17조 11항, NATO SOFA 제15조 2항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60일 전 사전 통고규정을 두고 있다. 즉 미·일 SOFA 제17조 11항은 ‘상호방위조약 제5조가 적용되는 적대행위가 발생한 경우에는 일본국 정부와 미국 정부 중 어느 일방도 타방 정부에 60일 전 사전통고에 의해 본 조의 적용을 정지시킬 권리를 가진다. 이 권리가 행사되면 양 정부는 정지된 규정을 대신할 적절한 규정을 합의하기 위해 직접 협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정된 SOFA는 한국의 사법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문제(재판권 포기조항, 공무 판단 문제 등)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 미군 피의자의 신병인도 시기를 기소 시점으로 앞당겼을 뿐―그것도 모든 피의자가 아니라 12개 범죄로 한정하는 중요 피의자의 경우에만―오히려 미군 피의자가 사법처리를 면할 수 있는 여러 장치를 마련해주고 있어 ‘사법주권 회복’이라는 국민적·민족적 요구를 외면한 개악안이다.
여중생 압사사건은 미군 당국이 한국 정부와 합의한 SOFA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예컨대 이 협정 제22조 6항은 범죄수사에 상호 조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두 나라는 수사 실시 및 증거 수집과 제출에서 상호 조력해야 한다. 그럼에도 미군 당국은 수사조력에 매우 소극적이었다.
한·미 SOFA의 형사관할권 관련 조항은 한국의 사법주권을 침해하는 독소조항이다. 여중생 압사사건과 관련해 미군 당국은 재판권 이양을 거부하면서 SOFA 개정보다는 ‘미군 범죄 발생시 통보의무조항’과 ‘한국경찰의 초동수사 단계 참여’를 한·미합동위에서 합의사항으로 명문화함으로써 현행 SOFA의 효과적인 운용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여론 회피용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못 된다. 그러므로 한·미관계의 급격한 변화와 남북정상회담 후 변화된 한반도의 현실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향후 SOFA 개정은 한·미 두 나라가 실질적인 동반자 관계로 발전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시민단체가 요구하는 상호성, 주체성, 평등성, 주권성이라는 기준에 맞춰 재개정이 절실하다. 형사관할권 문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SOFA에는 여전히 불평등한 조항이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