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예나 지금이나 신비한 나라다. 세계 각국은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서 애쓰고 있고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은 중국과 수교한 지 10년이나 됐지만 중국의 모든 것에 대해 알고 있다고 하기는커녕 접근하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어색하다. 중국은 우리가 가장 큰 무역수지 흑자를 내는 교역 파트너다. 그러나 전문가들조차 중국의 세밀한 사항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기 마련이다.
하지만 좀더 살펴보면 우리는 중국에 관해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수천년 교류의 역사가 쌓아올린 경험의 힘은 차치하더라도 최근 10여 년 간의 급속한 한·중관계 발전에는 남 몰래 땀 흘리는 일꾼들의 힘이 숨어 있다. 문제는 이러한 경험의 역량이 체계화되어 하나로 집중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정부, 연구기관, 개인과 기업 모두가 중국에 대한 경험을 낭비하고 있다고 표현한다면 너무 지나칠까? 오히려 우리에게는 너무나 많은 중국전문가와 설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 문제인지도 모른다. 이 글은 중국 경제, 그 힘의 본질에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 열쇠는 다음 4가지 키워드에 있다.
중국 경제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가장 주효한 방법은 그 시기의 슬로건을 이해하는 것이다. 슬로건은 치열한 논쟁의 산물이다. 슬로건에는 승자의 오만과 패자의 애잔함이 동시에 나타난다. 슬로건을 장악한 자가 곧 중국의 승자이고 그들의 정책이 바로 슬로건을 통해 나타난다.
승리한 지도자 뒤에는 언제나 그를 뒷받침하는 참모 그룹이 있다. 실제로 승리의 과실은 모두 지도자에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나, 오히려 승리의 진정한 전유물은 이들에게 돌아간다. 이들에 대한 계통적 파악이 중국 경제의 흐름을 파악하는 핵심이다.
언뜻 보면 중국은 슬로건을 매개로 한 정책 이슈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지만 그 이면에는 처절한 현실의 요구가 숨어 있다. 정책 이슈에서 현실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중국 경제를 이해하는 기본이다.
중국은 투쟁보다 담합을 선호하는 나라다. 치열한 정치투쟁의 전면에 논쟁이 있고 그 이면에는 담합이 있다. 이 담합을 주도하는 것이 바로 중국 경제계의 인맥과 학맥이다. 이것을 그들 말로 ‘관시(關係)’라고 한다. 관시는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얘기하지 않는다. 오로지 관시 속에서만 파악이 가능하다는 교훈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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