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잘 지내요.”
“몸은?”
“아픈 덴 없어요. 그냥 잠을 못 자요.”
“...”
잔뜩 찌푸린 하늘이 오락가락 비를 뿌리던 지난 8월13일. 유경미(가명·46)씨는 익숙지 않은 길을 손수 운전하느라 몇 차례 헤맨 끝에 어렵사리 성동구치소에 도착했다. 그는 수감중인 아들과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미처 몇 마디 나누지도 못한 채 눈물을 쏟았다. 수갑을 찬 채 담담한 얼굴빛으로 대답하던 이준원(가명·23)씨는 어머니가 눈물을 보이자 이내 표정이 굳어지더니 고개를 떨궜다.
지난 6월11일 ‘대학교수·할머니 흉기 피살, 대학생 아들 범인 충격’ ‘대학생이 아버지·할머니 흉기 살해 후 방화’ ‘교수 아버지·칠순 할머니 패륜살인’ 등 충격적인 제목이 붙은 신문기사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씨. 여느 대학생과 전혀 다를 바 없어 보이는 그가 왜 그토록 끔찍한 사건을 저지른 것일까.
충격적 존속살해 그리고 방화
사건이 발생한 것은 하루 전인 6월10일. 분당소방서는 오후1시30분쯤 신고를 받고 분당 W아파트로 출동해 20여분만에 화재를 진화했다. 시커멓게 그을린 집안 거실에서 발견된 것은 뜻밖에도 2구의 사체. 곧바로 경찰이 달려왔고, 확인 결과 사체에선 수 차례 흉기에 찔린 흔적이 발견됐다.
사건 전날 준원씨는 자신의 후배와 술을 마시고 밤12시쯤 집으로 돌아왔다. 머리가 터질 것같은 통증에 시달린 그는 두통약 13알을 삼키고 침대에 앉아 있었다. 새벽3시, “아버지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을 것 같다”는 절박감에 사로잡힌 준원씨는 자신의 방에 있던 스키 폴대에 흉기를 묶어맨 채 아버지 이민성(가명·48·당시 K대 경영학부 교수)씨가 잠든 안방으로 향했다.
모로 누워 곤히 잠든 아버지의 목을 흉기로 찌르는 순간 아버지가 놀라 일어났다. 아버지와 아들은 스키 폴대 양쪽 끝을 잡고 몸싸움을 벌였다. 옆방에서 잠자던 준원씨의 할머니 전모(73)씨가 이교수의 비명을 듣고 거실로 뛰쳐나왔다. 당황한 준원씨는 부엌으로 달려가 흉기를 집어들고 나와 할머니를 찔렀다. 순식간에 아버지와 할머니를 살해한 준원씨는 피묻은 옷가지와 스키 폴대 등 범행에 사용된 물건 일체를 챙겨 숨긴 뒤 휘발유를 사들고 와 집안에 불을 질렀다. 모든 흔적이 깨끗이 지워지기만을 바라며….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