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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취재

아버지·할머니 살해한 대학생 심경 고백

“아버지는 내게 ‘벽’이었다”

  • 박은경 자유기고가 siren52@hanmail.net

아버지·할머니 살해한 대학생 심경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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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유씨의 울음으로 중단됐던 모자의 대화는 좀처럼 이어지지 않았다.

“요즘 무슨 생각하며 지내요?”

필자의 갑작스런 질문에 대답대신 잔뜩 긴장한 얼굴로 경계의 눈길을 보내던 준원씨는 어머니의 말에 비로소 경계심을 풀었다.

“괜찮아,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편하게 해. 속에 있는 말 참지 말고….”

유씨는 지금까지 어머니인 자신에게조차 좀체 드러내지 않던 속내를 아들이 혹시라도 내비치지 않을까 싶어 안타깝게 아들의 얼굴을 지켜봤다. 그러나 준원씨의 대답은 짧았다.



“죄송해요, 후회돼요.”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필자가 다시 물었다.

“앞으로 자신한테 어떤 일이 닥칠 지 알아요?”

“제가 어떻게 될 지 그런 거 생각 안 해요.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혼란스러워요….”

복잡한 심경으로 말끝을 흐리던 준원씨는 “어머니와 동생이 걱정돼요. 동생이 보고 싶어요.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지만…”이라고 독백하듯 말했다.

구치소로 향할 당시 “만나봐야 소용없을 것”이라던 유씨의 말처럼 준원씨는 사건과 관련한 언급을 피했다. 사건 이후 여러 차례 아들을 면회한 유씨는 아들이 왜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아직까지도 내막을 모르고 있었다. 한없이 궁금했지만 차마 아들에게 그날의 일에 대해 물어볼 수는 없었다는 것.

“준원이는 변호사에게 마치 남의 이야기를 들려주듯 덤덤하게 사건에 대해 털어놓더군요.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대요. 준원이가 제3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아이가 대체 왜 그랬는지, 그동안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깊었는지 도무지 말하려 들지 않아서 알 수가 없어요. 너무 답답해요.”

준원씨는 경찰의 정신감정 의뢰로 5주 넘게 공주에 위치한 법무부치료감호소에 수감됐다가 8월초 성동구치소로 옮겨졌다. 당시 그를 정신감정한 담당의사는 준원씨의 상태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인격해리(人格解離)로 부분적 기억상실 증상을 보였습니다. 치료감호소에 수감된 초기엔 충격과 우울감이 큰 상태로 말을 하려 들지 않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거나 설명하는 것을 어려워했습니다. 한달 가량 시간이 지나서야 조금씩 입을 열었습니다.”

인격해리(해리장애)는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무의식적인 충격이 정신에 영향을 끼쳐 인격이 분리되는 현상을 말한다. 심각한 정도에 따라 부분 기억상실 또는 완전 기억상실 증상을 보이기도 하는데, 준원씨의 경우 자신의 힘이 아닌 제3의 힘이 자신에게 작용해서 사건이 일어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담당의사는 “그런 현상을 흔히 귀신에 씌인 것 같다고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인격해리는 두려움이나 억압 등 강한 스트레스로 인해 비롯한다. 이런 극단적 상황이 오면 인간은 저항을 하거나 도피를 하든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 그런데 억압이 너무 강해 두려운 나머지 도망을 못 가는 상황이 지속되면 억눌려 있던 분노와 증오의 감정이 순간적으로 상대를 향해 폭발한다. 이런 공격적인 충동이 자신을 향하면 자살로, 타인을 향하면 살인으로 귀결한다. 특히 이런 감정은 순식간 폭발하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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