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밀착취재

친구 아버지에게 성폭행당한 여인의 통곡기

“그날 이후 13년간 내 인생은 없었다”

  • 곽대중 자유기고가 bitdori21@kebi.com

친구 아버지에게 성폭행당한 여인의 통곡기

2/11
1989년 초 어느날. 열아홉 살 영숙이는 오빠의 구박을 받고는 집을 나섰다. 오빠는 영숙이 일자리를 찾지 않고 놀고 지낸다며 구박하고 때론 손찌검까지 했다. 영숙은 몇해 전 봉제공장에서 만난 친구 미정의 집을 향했다. 미정은 그의 유일한 친구였다. 며칠 전의 일이 떠올라 좀 꺼림칙하지만 오늘은 거기서 잘 수밖에 없다.

그날도 영숙은 오빠의 구박을 받고는 미정네 집 대문을 두드렸다. 미정의 형제는 딸 다섯에 아들 하나. 아이들이 올망졸망 많은 집에 하룻밤 재워 달라는 게 미안했지만 늘 갈 곳은 그곳뿐이다. 그런데 미정이 집에 없었다. 방직공장에 취직한 미정은 야근이란다. 같은 회사에 다니는 어머니도 집에 없었다. 그냥 돌아가려 했지만 미정의 아버지가 “자고 가라”며 손목을 붙들었다.

아이들이 자고 있는 틈에 누우려는데 아버지가 오더니 옷을 벗으라고 했다. 자기 집에서 자려면 옷을 벗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옷을 입고 있는데도 말이다. 안 벗겠다고 하자 화를 내며 때리려고 했다. 영숙은 맞는 게 두렵고, 또 지겨웠다. 그래서 그냥 옷을 벗었다. 옷을 벗었더니 미정의 아버지가 이상한 행동을 하려고 했다. 무서워서 옷을 주섬주섬 주워 들고 미정의 집을 뛰쳐나왔다. 불과 며칠 전의 일이다.

오늘도 미정은 야근을 가고 없다. 집에 돌아가려 했지만 오빠에게 맞는 것보다는 그냥 여기서 자는 게 낫다 싶었다. 옷을 벗고 정신없이 잠에 빠져들었다. 새벽녘…. 몸을 짓누르는 이상한 느낌에 잠을 깼다. 미정의 아버지가 자신의 몸 위에 있는 것이 아닌가.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무서워서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벌벌 떨기만 하다 그가 몸에서 내려온 후에야 쫓기듯 옷을 챙겨 집으로 달려갔다. 다시는 그 집에 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오빠에게 맞은 어느날 영숙은 또다시 미정의 집을 찾았고, 같은 일이 반복됐다.

다음해 영숙네는 인근 동네로 이사를 했다. 그즈음 영숙은 헛구역질을 시작했다. 무엇을 잘못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여간해서 헛구역질은 그치지 않았다. 옆집 아주머니가 우연히 그 모습을 보았고, 혹시 예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게 아니냐고 다그쳤다. 임신이 어떻게 해서 되는지조차 알지 못했던 영숙은 지난해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들은 아주머니는 펄펄 뛰면서 그 집이 어디냐며 내가 해결해주겠다고 영숙의 손목을 끌고 앞장섰다. 아주머니는 미정의 어머니와 한참 실랑이를 벌인 끝에 목걸이 하나와 현금 20만원을 받아냈다. 그 길로 영숙은 가족계획상담소를 찾아 처음으로 ‘낙태’란 것을 했다.

지난 8월1일 영숙씨는 미성년자 약취 유인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았다. 실질심사 결과 ‘정신적인 판단능력이 미숙해 일정한 치료가 필요하며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불구속 기소됐다. 혐의를 부인하지 않고 모두 인정한 것도 정상 참작됐다.

그러나 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온 영숙씨는 갈 곳이 없었다. 사건을 담당한 광주동부경찰서 형사와 여성단체 관계자가 영숙씨의 오빠 집으로 동행했다. 시각은 자정 무렵. 실례인 줄은 알지만, 불구속 처리된 피의자를 계속 유치장에 가둬둘 수도 없고, 영숙씨가 예전에 혼자 살던 단칸방은 기거할 수 없을 정도로 허물어져 있어 할 수 없이 가장 가까운 혈육인 오빠 집을 찾은 것이다. 그러나 2시간 동안 인터폰을 누르고 문을 두드려도 오빠는 영숙씨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기도 B시에 사는 언니에게도 전화를 해보았다. 언니는 “영숙이 때문에 얼마나 고통을 받으며 살았는지 모른다. “나는 이제 그런 동생이 없다고 생각하며 살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전남 A군에 사는 이모에게 전화를 해보았으나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동네 사람들 보기에 남우세스럽다”는 이유에서였다.

2/11
곽대중 자유기고가 bitdori21@kebi.com
목록 닫기

친구 아버지에게 성폭행당한 여인의 통곡기

댓글 창 닫기

2021/11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