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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분석

스타 정치권력과 맞짱 뜨다

‘연예공화국’의 연예권력

  • 이나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byeme@donga.com

스타 정치권력과 맞짱 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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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개봉된 영화 ‘긴급조치 19호’의 줄거리다. 황당하기 이를 데 없지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스타가 노래의 힘, 정확히 말해 팬의 힘을 등에 업고 권력과 맞짱뜬다는 발상. 이 영화에는 연예인을 ‘삼류 양아치’라 무시하는 주류·보수에 대한 야유와 독설이 가득하다.

고고한 척하지만 한 꺼풀만 벗겨보면 비겁하고 경박하기 이를 데 없는 진짜 삼류들. 뽕짝이 좋고 저질스런 ‘노가바(노래가사 바꿔 부르기)’에도 일가견이 있으면서 아닌 척, 모르는 척 위선을 떠는 사회지도층. 그에 비하면 자기 욕망에 정직하고, ‘자유’ 실현에 온몸을 던지는 가수와 10대 팬들은 분명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의 ‘투사’다.

더 의미심장한 건 이 영화의 제작자가 서세원씨라는 것. 연예계 비리를 조사중인 검찰로부터 방송사 PD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서씨는, 지난 7월30일 3박4일 일정으로 홍콩 출장길에 올랐으나 아직 귀국하지 않고 있다.

개그계의 대부로, 이름을 건 토크쇼(KBS ‘서세원쇼’)를 가진 특급 MC로 연예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서씨. 그런 그가 ‘정치권력을 추월한 연예권력’을 소재 삼은 영화를 제작한 직후 비위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사실은 아이러니컬하다.

홍콩으로 떠나기 직전 서씨는 ‘서세원쇼’ 폐지운동을 벌이고 있는 문화개혁시민연대(이하 문개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문개련이 서씨를 연예권력이라 칭한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서씨 측은 “영화 ‘긴급조치 19호’에 다수의 인기가수가 출연한 것은 친분 때문이지 강제나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니다. 많든 적든 개런티도 다 지급한 만큼 연예권력이란 비난은 수긍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연예권력이란 연예산업 내에서의 권력을 뜻한다. 그러나 보다 적극적인 해석도 가능하다. 연예산업의 핵은 스타와 스타시스템이다. 최근 2~3년 새 사회 전반에 걸쳐 이들의 영향력은 현저히 강화됐다. 이들의 언행, 인기유지를 위한 전략, 어젠더 형성 능력, 경제적 가치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그 어떤 정치인·경제인·지식인도 이들만큼 국민의 일상과 의식 속에 깊숙이 침투해 있지 못하다. 생산적 우상(경영인·행정가·발명가)이 추앙받던 시대는 갔다. 이제 대중은 소비적 우상(스타)을 섬긴다. 정치권이 8·8 재·보선을 둘러싸고 정신없이 돌아가던 시기에도 대다수 국민이 화제로 삼은 뉴스는 투표나 정계개편이 아닌 연예계 비리 수사였다.

KBS 방송문화연구소 김호석 연구원은 “스타시스템은 환상이며 거짓이라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지만 파괴된 스타 신화는 하나도 없다. 스타시스템은 현실이다. 그것도 이해관계의 극치를 보여주는, 한치의 환상과 거짓도 용납 않는 자본주의 본성 그 자체”라고 말한다. 한국의 연예권력, 그 현주소는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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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by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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