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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행

가문 찾고 조상 찾는 끈끈한 중국인들

천년 세월 흘러도 일편단심 고향 생각

  • 권삼윤 문화비평가tumida@hanmail.net

가문 찾고 조상 찾는 끈끈한 중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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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는 중국인들의 만만디를 경쟁 부재(不在)의 사회주의 체제가 남긴 유산으로 본다. 사회주의 체제가 그걸 부추긴 측면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긴 어렵지만, 그게 이유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그 훨씬 이전부터 만만디는 중국인의 삶과 함께해 왔다. ‘우공이산(愚公移山)’과 ‘수도거성(水到渠成)’이란 고사가 이를 여실히 증명한다.

우공이산이란 언뜻 보기엔 미련한 듯하지만 몇 대에 걸쳐 같은 일을 지속적으로 하다보면 산도 옮길 수 있다는 뜻이고, 수도거성이란 물이 오래 흐르다 보면 도랑이 저절로 생긴다는 말이다. 씨를 뿌리면 싹이 돋고, 그게 열매를 맺으면 수확하는, 다시 말해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리는 자세가 바로 중국인의 삶의 태도라 할 수 있다. 일수(一樹)가 십확(十穫)이 되기 위해서는 인간의 힘으론 어찌 할 수 없는 ‘하늘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들은 누구보다도 잘 안다.

만만디에는 이렇듯 때를 기다리는, 그래서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내공의 노력이 숨어 있다. 그렇다면 만만디를 그저 느려터진 것으로만 치부해선 안 될 일이다. 그러다간 중국인의 정체라는 핵심을 놓칠 수 있다. 요즘 사람들은 스피드, 스피드 하면서 그게 성공으로 이끄는 주요소라고 하지만, 일의 성패를 가름하는 것은 그저 빠르기만 한 스피드라기보다 정확한 타이밍이다. 그런데 타이밍에 관한 한 누구보다 할 말이 많은 게 중국인들이다.

바둑은 중국인이 개발한 두뇌 스포츠다. 바둑에는 수순(手順)이란 게 있다. 그때그때 돌아가는 판세에 따라 큰집이 될 만한 곳을 찾아 돌을 하나둘 놓으면서 승세를 굳힌다. 바둑의 수순이 판세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중국인 특유의 타이밍 감각을 간파해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바둑을 모른다 해도 중국 무협영화를 즐겨 본 사람이라면 주인공이 스피드의 완급을 정교하게 조절하며 검(劍)을 다루다 최후의 승자가 되는 모습을 자주 봤을 것이다. 그들은 공격과 수비에도 그에 맞는 타이밍이 있다고 믿는다.

공자(孔子)의 언행을 제자들이 기록한 ‘논어(論語)’의 첫머리에 나오는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란 말도 타이밍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대목이다. 학이시습지의 ‘시(時)’는 시간이나 스피드가 아니라 ‘때에 맞게(時宜)’를 뜻한다. 타이밍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이 대목의 해석을 두고 이론(異論)이 있으나, 필자는 ‘배우고 그것을 때에 맞게 익히면 기쁘지 않겠는가’라고 해석한다. ‘기(機)’와 ‘맥(脈)’ 등의 개념을 개발하고 그걸 생활 속에 응용하는 중국인들이기에 시를 ‘때에 맞게’로 해석하는 게 옳을 듯해서다. 논어와 함께 ‘사서삼경’의 하나인 ‘중용(中庸)’에 나오는 ‘시중(時中)’ 또한 그런 의미로 쓰였다.

그러므로 만만디는 긴 호흡을 요한다.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려야지, 서둘러서는 절대 안된다고 생각하기에 그렇다. 그들은 단기전으로 승부를 내려 하기보다는 ‘최후의 웃는 자’가 되려 한다.

한때 중국대륙을 지배한 이민족들은 지금에 와선 흔적을 찾기 어렵게 됐지만, 한족(漢族)은 피지배의 아픔을 이겨내고 지금 그 땅의 주인 노릇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들은 무력만 내세워 55개 소수민족을 거느리고 있는 게 아니다. 그 배경에는 남다른 인고(忍苦)의 자세와 기다림의 문화가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중국인들의 그 긴 호흡을 가능케 해주는 힘이 과연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하는 점이다. 다시 말해 만만디를 지탱케 해주는 힘 말이다. 꼭 10년 전 중국대륙에 처음 발을 디딘 이후 지금껏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이 궁금증을 풀 수 있는 한 가닥 실마리를 나는 이번 중국여행에서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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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삼윤 문화비평가tumid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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