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남태평양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은 것은 대학교 1학년이던 1970년대 초였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남태평양’이라는 영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환상적인 경치를 지닌 남태평양의 섬을 무대로 한 이 영화는 태평양전쟁을 시대적 배경으로 삼아 미남 배우 로사노 브라지와 미녀 배우 밋지 게이노가 주연한 뮤지컬 영화다.
영화의 원작은 태평양전쟁 당시 미국 해군 소령으로 남태평양의 뉴헤브리디즈(1980년 ‘바누아투’란 국명으로 독립함) 섬에 근무했던 제임스 미치너가 쓴 소설집 ‘남태평양 이야기(Tales of the South Pacific)’에 실린 단편소설 ‘4달러(Fo’ Dolla’)’다. 영화 전편에 흐르는 ‘발리하이(Bali Hai)’란 제목의 음악은 더없이 감미롭고 스크린에 펼쳐지는 경치는 한없이 낭만적이었다. 영화를 본 젊은 우리는 남태평양의 섬을 지상 낙원으로 상상하게 되었다.
필자는 대학을 졸업한 후 합판회사에서 일하면서 20여 년간 남태평양의 나라들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업무차 태평양 이곳 저곳에 박혀 있는 작은 섬들을 방문하면서 견문을 넓힌 필자는, 태평양전쟁의 흔적을 추적해 ‘헨더슨 비행장’이란 제목의 단행본을 출간한 바 있다. 이 글에서는 남태평양에 대해 잘못 알려져 있는 것들을 바로잡고자 한다.
칠레령인 이스터섬을 방문하기 전 필자는 우리나라의 잡지와 신문에서 이 섬을 미스터리의 섬으로 묘사해놓은 기사를 많이 읽었다. 기사는 천편일률적으로 ‘큰 석상(모아이)을 만들 수 있는 돌이 이스터섬에는 없는데, 어떻게 그렇게 많은 모아이가 세워져 있는가’라는 의문을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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