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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특급’ 박찬호, 왜 이러나

알링턴 구장 제트기류에 맥못춘 강속구

  • 허구연 MBC 야구해설위원

‘코리안 특급’ 박찬호, 왜 이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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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박찬호뿐 아니라 소속팀 텍사스 레인저스도 초반부터 ‘부상병동’의 딱지를 붙이고 추락에 추락을 거듭해, 올스타 브레이크 이전 포스트시즌 진출 좌절이 기정사실이 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설상가상으로 박찬호는 8월7일 손가락을 다쳐 다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이로써 1997년 이후 6년 연속 두자리 승수, 메이저리그 입성 후 단 한차례도 부상자 명단에 오르지 않았다는 기록, 등판 주기를 거르지 않기로 유명했던 모범생 선수 생활, 5년간 190이닝 이상을 던진 강철 어깨 등의 갖가지 자랑스런 기록을 올해는 이어가지 못할 것임이 거의 확실해졌다. 한마디로 박찬호에게 올 한해는 악몽 그 자체다.

지난해 LA 다저스에서 케빈 브라운에 이은 제2선발 투수로 15승에 방어율 3.50의 성적을 올려 투수 최고의 영예인 사이영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의 부진은 충격일 수밖에 없다. 도대체 무엇이 박찬호를 부진의 늪으로 빠지게 했을까?

첫째, 지명타자의 변화. 박찬호가 지난해까지 활약했던 내셔널리그에는 지명타자가 없다. 그러나 텍사스 레인저스가 속해있는 아메리칸리그는 지명타자제다. 언뜻 사소해 보이는 이 차이에 박찬호는 적응하지 못했다.

내셔널리그에서 투수는 대개 9번 타자로 나온다. 내셔널리그 투수의 타율은 대부분 1할대. 아메리칸리그 9번타자는 대체로 이보다 높은 타율을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전체 타석의 9분의 1에 불과한 이 ‘9번 타자의 변화’는 앞선 7~8번 타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박찬호는 8번 타자에게 피안타율이 0.324, 9번 타자에게는 0.300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1~3번 타자(0.294, 0.283, 0.214)보다 높은 피안타율. 그가 하위타선에 의해 무너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수치다. 종전에는 비교적 편안하게 넘어갔지만 더 이상 만만한 상대가 아닌 8~9번 타자들을 요리하는 데 실패했다는 이야기다.



둘째, 생활환경의 변화도 그를 궁지에 몰아 넣었다. 한국인이 많이 살고 있는 LA 생활에 익숙했던 그에게 교민수가 적은 텍사스로의 이동은 예상외로 큰 부담이었다. 그가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면 환경의 변화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쉽게 이겨낼 수 있었겠지만, 부진했던 초반 성적은 그를 더욱 쫓기게 만들었다. 이 무렵 박찬호가 받은 스트레스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했을 것이다.

LA에 있을 때는 가까운 친지와 언제든지 어울릴 수 있었고, 가볍게 술을 한잔하거나(시즌중에는 거의 입에 대지 않지만), 여느 젊은이들처럼 노래방에라도 가서 실컷 노래도 부르는 등 생활리듬을 조절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기는 텍사스. 좁은 한인사회에는 그만큼 활동의 제약도 많아 그로서는 갑갑함을 풀 수 있는 길이 없었을 것이다.

어떤 종목, 어느 선수건 스트레스를 풀거나 슬럼프를 극복하는 나름의 방법이 있다. 그러나 박찬호는 운동장 밖에서 이를 해결할만한 방법을 아직 찾지 못한 듯하다. 그래서일까. 그동안 부진이 찾아오면 1년에 한 번 정도 삭발했던 머리를 올해 두 번이나 밀었다. 오죽하면 박찬호의 모친이 현지에 있는 한국 특파원들에게 “갈 곳이 없어 집안에서만 왔다 갔다 하는 찬호가 안쓰러워 더 못 보겠다”고 이야기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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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연 MBC 야구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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