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학자 마셜 맥루한은 이미 수십년 전에 ‘미디어는 메시지’라며 미디어 혁명시대를 예고했다. 전세계 수십억명의 축구팬들은 2002월드컵 축구경기를 위성TV라는 미디어를 통해 지켜봤다. 그들은 ‘아시아의 자존심’을 펼쳐보인 “대∼한민국”의 열정적인 메시지를 접하며 한국을 새롭게 인식했다. 그러니 우리도 미디어 혁명의 혜택을 톡톡히 본 셈이다.
그러나 세계의 미디어 혁명시대를 열어가는 데 한국의 한 벤처기업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계 곳곳의 축구팬들이 인공위성으로 중계되는 월드컵 경기를 집이나 사무실의 TV수상기로 생생하게 볼 수 있었던 것은 디지털 셋톱박스 덕분에 가능했다. 바로 이 디지털 셋톱박스를 만들어내는 대표적인 기업이 한국의 휴맥스다. 휴맥스는 13년 전, 서울대 공대를 나온 6명의 석·박사 출신 청년들이 그야말로 ‘벤처정신’ 하나로 뭉쳐 설립한 회사다.
매출 28%가 순익
셋톱박스는 글자 그대로 TV수상기 같은 ‘세트’ 위에 올려놓는 ‘박스’다. 셋톱박스의 종류는 다양하다. 휴맥스는 그중에서 위성TV 방송은 물론 디지털 지상파TV나 케이블TV 등도 가정에서 손쉽게 볼 수 있는 셋톱박스를 생산하고 있다.
지금까지 휴맥스가 개발, 시판한 제품은 30여 종. 개발에 착수한 1996년 이래 6년에 걸친 노력의 결실이다. 1997년 유럽으로 첫 수출을 한 후 생산제품 전량을 유럽, 아시아, 미주지역 등으로 수출했다.
지난해 매출은 3151억원, 당기순이익은 887억원으로, 1426억원 매출에 33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린 2000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성장했다.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순이익의 비중은 28.1%. 100원어치를 팔아 28원을 남겼다는 얘기다. 지난해 국내 상장기업들이 100원어치를 팔아 평균 5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남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이익률이다.
또한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에 힘입어 휴맥스는 매년 144%의 놀라운 수출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주요시장인 유럽에서 노키아와 페이스, 소니, 필립스 등의 쟁쟁한 경쟁사들을 물리치고 유럽 일반 유통시장에서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 5월 투자전문지 ‘싱크머니’는 “휴맥스는 셋톱박스 한 제품으로 유럽시장을 석권한 한국의 대표적 벤처기업”이라며 “벤처 종사자뿐만 아니라 주식투자자들에게도 휴맥스는 이제 새로운 신화로 자리잡았다”고 평가했다.
휴맥스의 영국법인 휴맥스 일렉트로닉스는 지난 4월 영국 여왕으로부터 ‘퀸 어워드(Queen Award)’를 받았다. 36년 전통의 이 상은 국제무역·혁신·지속적 개발 가능성 등 3개 분야에서 수상자를 선정하는데, 휴맥스는 국제무역 분야 수상자가 됐다. 이에 따라 휴맥스는 앞으로 5년간 영국 왕실의 왕관이 새겨진 엠블럼을 제품에 부착할 수 있게 되어 영국은 물론 유럽시장 전역에서 신인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
해외 언론으로부터도 호의적인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7월 ‘비즈니스위크’지는 “휴맥스는 부채에 시달리는 많은 한국 제조업체들과는 달리 120명의 기술연구팀과 공격적인 마케팅을 바탕으로 1억1300만달러 매출에 2700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휴맥스의 변대규 사장은 제조 부문을 철저히 외주에 의존해 왔는데, 한국에서 이는 혁신적인 발상이었다”고 보도했다. 같은 해 3월 ‘월스트리트저널’도 “휴맥스는 외주로 비용을 줄여 강력한 경쟁우위를 확보했다. 휴맥스는 200여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데, 그중 절반이 연구·개발직이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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