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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의 색깔 있는 문화 이야기 ⑦

쓴웃음의 철학자 몽테뉴, 지적 허세를 날려버리다

  • 박홍규 영남대 교수·법학

쓴웃음의 철학자 몽테뉴, 지적 허세를 날려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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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의 시조라는 몽테뉴의 ‘에세(Les Essais·수상록)’는 자기 탐구 또는 고백록이다. 무엇보다 그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자신의 성적 무능력까지 솔직히 고백한다. 우리에게 이런 수필이 있었던가. 여하튼 정직한 몽테뉴를 읽는 것은 즐겁다. 더구나 500년 전 사람이 쓴 고백 아닌가.

그는 판사이자 귀족이며 영주고 시장이었다. 지금 철학자들은 그를 동료로 보지 않는 듯하지만 그는 평생 자신을 철학자라 생각했다. 철학사에 그의 이름이 없어도 좋다. 아니, 그는 역사가이자 문명비판가이고 사상가다. 그는 서양의 식민지 침략을 비판했고 기독교를 조롱했으며 서양 철학을 우스개로 만들었다. 그의 비판과 조롱, 야유는 지금 봐도 즐겁다. 책읽기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 없다. 이 정도는 돼야 고전이다.

언행일치는 황금률인가

프랑스 보르도 부근 시골에서 찾은 몽테뉴의 서재는 좁은 3층탑에 있다. 3층이 서재인데, 매우 작은 책상 하나와 의자, 그리고 네 벽을 둘러싼 1000여 권의 책으로 빽빽하다. 천장 들보에는 읽은 책에서 고른 경구가 여럿 쓰여 있는데 그중에는 테렌티우스의 “내가 인간이라면 인간과 관련된 것은 어느 것도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말도 있다.

나는 시골에 살면서 시골 분들과 친해지려 노력했다. 대부분 좋은 분들이지만 간혹 어처구니없는 봉변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이해하려 노력하고 함께 술자리도 가지지만 몇 시간 동안 얘기를 나누기란 쉽지 않다.



“나는 민중을 사랑하고 압제자를 미워한다. 그러나 민중과 함께 사는 것은 나에게 매 순간 고통이다. 나는 민중을 위해 어떤 일도 할 것이나, 상점 점원과 함께 살기보다는 매달 반을 감옥에서 사는 쪽을 택하겠다.”

민중을 사랑하고 압제자를 증오함은 모럴이다. 그러나 그렇다 해서 자신과는 전혀 다른 민중과 함께 살 수는 없다. 어쩌면 이는 모순이리라. 언행의 불일치이리라. 그러나 그것이 우리의 진짜 모습이기도 하다. 독자들은 어떨지 몰라도 나는 스탕달이 ‘앙리 브류랄의 생애’에서 말한 위 구절에 동의한다. 비록 마음 한 구석은 쓰라리지만 웃는다. 그게 인간이고 인생이라고 쓴웃음으로 긍정한다.

그러나 독자들은 당장 그런 인간이 어떻게 모럴을 운운하는가 하고 반박할 것이다. 언행일치를 초등학교부터 배운 우리 독자들이니 당연한 반박이다. 그러나 정직해지자. 민중을 사랑한다면서 민중과 함께 살기란 어렵다.

물론 나도 이전에는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젠 민중 운운하면서도 민중과는 다르게 사는 것을 인정한다. 이 글만 해도 그렇다. 시골 분들에게 르네상스 운운할 수 없다. 더욱이 민중적 시각 운운하면서도 이 글을 노동자나 농민이 읽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 나는 ‘민중적 빈센트’를 운운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민중은 빈센트 반 고흐를 잘 모른다. 내가 쓴 책은 많이 팔려야 몇천권이다. 사천만 국민 중에 몇 천명만이 그 책을 읽는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 내용에 대해서도 자신이 없어졌다는 점이다. 어떤 글을 쓰는 경우에도 무슨 자기만의 관점이 있는 듯 과장하지만 사실 자신이 없다. 그래서 나는 ‘에세’를 좋아한다. 특히 맨 앞에 나오는 ‘독자에게’의 다음과 같은 마지막 구절을 좋아한다. “그러므로 독자여, 나 자신이 이 책의 내용이다. 이런 시시한 주제로 인해 소중한 시간을 허비함은 정말 바보 같은 짓이다. 그럼 안녕.”

그러나 이것으로 끝낼 수는 없다. 다음과 같은 책 속 구절도 좋아하기 때문이다. “키케로가 말했듯이 영광을 공격하는 사람들조차 그 책의 표지에는 자기 이름을 적길 희망한다. 영광을 경멸한다는 것으로 자신의 영광을 삼고 있다.” “무능하고 세상에 유익하지 않은 저작자들은 게으른 자나 부랑자의 경우와 같이, 어떤 법률의 규제가 가해져야 하리라. 사람들은 나를 비롯한 몇 저작자들을 우리 민중의 손으로부터 추방하는 것이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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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영남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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