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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눈으로 본 정치

민주 신당파의 가슴앓이

“노무현당 만들겠다는데 언질을 주지 않으니…”

  • 글: 이승헌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ddr@donga.com

민주 신당파의 가슴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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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언제까지 신당을 만들 수 있느냐는 질문엔 “늦어도 8월말까지는 신당 구성에 관한 요건을 갖춰야겠지. 9월에는 정기국회도 있고 국정감사도 있으니까.”(김성호 의원)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날 참석한 모든 이가 전적으로 찬성하기에는 ‘너무 나가는’ 항목이 많았다. 무엇보다 민주당의 해체를 전제로 한 신당 창당이었다. 이들 중 초선의원 대부분은 새정치국민회의가 새천년민주당으로 간판을 바꾸면서 영입된 이들이었다. 그만큼 ‘자기 부정’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모임 해산 1시간 후부터 참석했던 의원들 사이에서 이견이 속출했다. 민주당 대변인 문석호 의원은 “새로운 정치를 하는 것은 좋지만 지도부를 이런 식으로 부정하면 누가 좋아하겠냐”라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지금은 중도소장파로 분류되는 함승희 의원의 반발은 강력했다. 함의원은 이날 회동 중간에 신기남 의원 등을 향해 “신당을 하겠다면 우선 나를 설득해라. 당신들이 다른 사람보다 더 개혁적이라는 증거를 보여달라”며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그런데도 이날 성명에는 함의원이 서명한 것으로 돼 있었다. 그날 밤 11시반이 다 돼서 강남 단골 술집에서 폭탄주를 들이키고 있던 그를 전화로 찾았다.

“성명을 보니까 의원님 이름이 있던데 승낙하신 거예요?”(기자) “무슨 소리야. 아까 봤지만 난 그러고 그냥 나왔어요.”(함의원) “그렇다면 허락도 없이?”(기자) “아니, 이 사람들이 무슨 짓을 한 거야!”(함의원)



결국 세 과시를 위해 참석했던 사람들은 모두 성명에 서명한 것으로 처리한 것이다. 이후 함의원은 조순형 의원 등과 함께 신당추진파와는 거리를 두며 ‘신당 공간’에서 정치적 입지를 굳히고 있다.

움직일 줄 알았던 의원 안 움직여

4·28 선언 이후 신당파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신당 선언 전까지만 해도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던 장영달 이해찬 의원 등은 어느덧 신당파의 핵심으로 부상했고 김원기 고문과 정대철 대표 등 친노파의 핵심 중진들도 초재선 의원들과 접촉을 강화하며 신당파에 합류했다.

그러나 신당파에 대한 독설로 일찌감치 반 신당으로 노선을 정한 추미애 의원은 논외로 하더라도 신당파에 이내 가담할 것 같았던 의원들이 이상하게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 중 한 명이 지난해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의 비서실장으로 정몽준 의원과의 후보단일화를 주도했고 당선자 시절 비서실장까지 지낸 신계륜 의원이다. 그는 최근에도 청와대로 노대통령을 찾아가 노동문제에 대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 그런 그가 신당파 내부에서 공공연히 ‘노무현당’으로 명명한 신당 논의를 위한 회의에는 거의 참석하지 않았던 것이다.

기자는 5월초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로 그를 찾아갔다. 신의원은 “요즘 지역구(서울 성북 갑)에서 주민들과 배드민턴 치는 게 가장 중요한 일과”라고 운을 뗀 뒤 이런 말을 했다. 길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정곡을 찌르는 말이라 소개한다.

“내가 나서면 주변에서 대통령의 결심이 신당에 반영됐다고 입방아를 찧을 것 아니겠소. 물론 나도 신당에 대한 생각은 있어. 오히려 개혁신당보다 한발 더 나간 것인데 아직은 말할 단계는 아니고. 그런데 말이지, 신당이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될 것 같나.

내가 두 번 신당 창당에 관여해봤어. 1990년대 초 민주당에서 새정치국민회의로, 다시 국민회의에서 민주당으로. 그런데 당시 신당 창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는 뚜렷한 중심이 있었고 조직과 자금이 그대로 신당으로 넘어가는 상황이었어. 즉 간판을 바꾸는 작업이었지. 기존 지도부 교체나 인적청산은 크게 논의되지도 않았어. 그래도 잔류파가 생기고 지분 문제 등으로 갈등이 있었는데 지금 논의되는 신당은 아무런 준비가 없잖아. 무슨 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실체도 불분명하고…. 두고 보라고, 신당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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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승헌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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