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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기획|정계재편 ‘빅뱅’

‘분당 예감’민주당, ‘ 계파전쟁’ 한나라당

  • 글: 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분당 예감’민주당, ‘ 계파전쟁’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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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연말께인 11∼12월부터는 내년 총선 공천문제를 둘러싸고 본격적인 갈등 구조가 형성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신주류를 제외한 모든 계파들이 이처럼 앞으로 남은 본격적인 전투를 앞두고 잠시 숨고르기를 할 요량이었던 셈.

그런데 홍총무로 인해 그 시기가 불쑥 앞당겨진 것. 누구보다 곤란해진 사람은 최대표다. 당권을 장악한 최대표를 중심으로 한 신주류의 당 개혁구상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

최대표의 개혁구상은 당내 극우보수와 60대 이상 노년층에 해당하는 의원들 대신, 젊은 층을 수혈해 보다 젊고 합리적인 보수세력을 당 중심에 세우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쇄신연대 등 당내 소장그룹들을 주류에 합류시켜 내년 총선까지 대세를 장악해 당 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홍총무 파문으로 최대표의 개혁드라이브에 급격히 제동이 걸렸다. 결국 최대표는 특검수정안을 통과시키자는 당초 입장을 뒤집어 새특검법안 마련, 통과 강행이라는 초강공 전략을 동원했다. 비주류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마침 터진 북핵문제를 절묘하게 활용한 것이다.

최대표의 시도는 일단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당내 비주류의 불만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그러나 당내 계파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번 꺾인 대나무는 계속 꺾일 수밖에 없다는 이치를 알고 있는 비주류, 특히 서청원계와 구 민정계 등 최대표에 적대적인 이들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현 지도부 힘빼기를 시도할 게 뻔하다”는 것. 여기에 민주당 등 당 외부의 ‘신당기류’에 따라 급속한 당 분열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누가 신당 못 하게 해?”

한나라당이 핵분열 초기단계라면 민주당은 말기다. 신당을 놓고 ‘개혁신당’ ‘통합신당’ ‘리모델링’ 등 신·구주류간 갈등이 거의 10개월째 지루하게 이어져오고 있다. 최근 당내 중도파가 중재에 나서 당 분열위기가 봉합국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이는 섣부른 판단이다.

중도파가 중재안을 들고 신·구주류 양측을 바삐 오가던 지난 7월10일 오후 5시경 국회 의원회관. 양측의 중재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강운태 의원과 재야파 이창복 의원이 8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났다. 신주류는 이미 중도파의 중재안을 받아들였고, 구주류는 완강히 거부하고 있었던 시기다. 구주류는 상향식 국민참여경선은 죽어도 못 받겠다는 입장을 끝까지 고수했다.

이날도 누군가를 만나러 바삐 나선 강의원에게 이의원이 어깨를 툭 치며 한마디 건넸다. “잘 해.”

재야 출신이면서 중도파 쪽에 선 이의원으로서는 강의원이 구주류를 설득해 분당을 막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을 법 하다.

함께 탄 엘리베이터가 5층에 서자 구주류 이훈평 의원이 올라탔다. 가벼운 목례로 인사를 나눈 이들 사이에 잠시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구주류 1명과 중도파 1명, 신주류에 가까운 중도파 1명과 기자, 이렇게 4명이 있었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기자가 가벼운 질문을 던졌다. “왜 이렇게 합의가 안 되는 겁니까. 한 말씀씩 해주시죠.”

그 사이 엘리베이터는 다시 3층에 서고, 공교롭게 민주당 의원들만 2∼3명이 한꺼번에 안으로 들어섰다. 기자의 질문에 강운태 이창복 의원은 “글쎄 말이야”라며 멋쩍게 웃으며 이훈평 의원의 눈치를 보는 듯했다.

그러자 이훈평 의원이 한마디했다. “누가 (신당) 못 하게 해? 난 마음을 비웠어. 지금까지도 신경 안 썼지만 앞으로도 신경 쓸 일 없을거여.” 짧지만 가시가 있었다. 당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당권 투쟁에서 저만치 떨어져 자기 갈 길만 가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내지만 않았을 뿐 그의 말 속에는 신당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 그대로 묻어났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서기까지는 1분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사이에 민주당 내부의 최근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신·구주류간 감정의 골은 이미 깊어질 대로 깊어져 화해하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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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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