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열린 ‘제2차 참여정부 국정토론회’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이 피곤한 듯 눈을 감고 있다.
과거와는 여러 가지 상황이 달라진 만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집권 3년째들어서면서 지지도가 30~40%대로 내려앉았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지금 노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집권 중·후반기에 접어들면서 나타나는 레임덕 초기에 해당한다는 견해도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대체로 대통령의 정책수행이 불가능해지는 국정운영 지지도의 마지노선을 25%(4명 중 1명이 지지)로 보고 있다. 4명이 모였을 때 그 중 1명의 지지자는 반대자와 1대3으로 맞붙어 논쟁을 벌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침묵을 지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지지도가 25%선까지 추락하면 현직 대통령에 대한 지지의 목소리는 듣기 어렵고, 반대의 목소리만 넘쳐나게 돼 정부는 그 어떤 정책도 추진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설명이다.
이와 달리 3명 중 1명의 지지자가 있을 경우 비록 1대2일지라도 1명의 지지자는 반대자에 맞서 논쟁을 벌일 수 있기 때문에 33%대에서는 최소한의 정책 추진이 가능하다는 게 일반론이다. 따라서 현재 30% 후반~40% 초반대에 걸쳐 있는 노대통령의 지지도는 아직 최악의 상황은 아닌 듯하다.
그럼에도 야당은 대통령을 샌드백 두드리듯 마구 공격해대고, 여기저기서 대통령 비판 대열에 끼지 못하면 시류에 뒤처지는 느낌을 갖는 현상마저 벌어지고 있어 결코 낙관할 상황은 아니다.
원내 다수당인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가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며 노골적으로 노대통령을 깔아뭉갠 데 이어,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도 “노대통령이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면 대통령제 자체에 의문이 생기는 상황이 생길 수 있고, 내각책임제로 갈 수밖에 없는 여론이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며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8월28일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 이날 박의장의 내각책임제 개헌 언급은 최대표의 ‘대통령 잘못 뽑았다’는 말을 돌려서 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잘하든 못하든 5년 임기를 마냥 보장해줘야 하는 대통령제를 하느니, 이제는 그때그때 최고권력자를 갈아치울 수 있는 내각제를 하자는 여론이 조성될 것이란 얘기는 바로 ‘대통령 잘못 뽑았다’는 말과 맥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뿐만이 아니다. 현직 고등검사장이나 퇴임하는 대법관이 대통령을 향해 대놓고 비판하는, 대통령이 동네북 신세가 돼 있는 듯한 상황도 지금 노대통령의 약세(弱勢)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세력은 지금의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굳이 구별해본다면 청와대 안에 있는 사람과 밖에 있는 사람 사이에 온도차가 꽤 크다는 점을 말할 수 있다.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노대통령을 적극 지지해왔고 지금은 신당 창당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수도권 지역의 한 재선의원은 최근 사석에서 이렇게 토로한 적이 있다.
“신당 추진을 위해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했지만, 딱 한 가지 고려하지 못한 것이 있다. 노대통령의 지지도가 이렇게 빨리 떨어질 줄은 정말 몰랐다는 것이다. 과거 김영삼(金泳三)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때도 최소한 2년간은 잘 나갔으니까, 내년 4월 총선 때까지는 잘 갈 줄 알았다. 대선에서 이겼을 때만 해도 내년 총선이 문제가 아니라, 당세를 더 확장해서 내년 총선도 이기고, 다음 대선도 이기고, 앞으로 50년에서 100년쯤 냉전 수구세력이 이 땅에서 다시는 집권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