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서문에는 ‘잊혀진 조선 사람들의 역사’라고 적혀 있다. 역사에서 ‘거창’ ‘치밀’ ‘엄숙’ 같은 것을 걷고 나면 이처럼 적나라한 조선의 뒷골목 풍경이 나타난다. 그리고 이곳을 누비는 유흥가의 무뢰배, 풍악으로 일생을 보낸 탕자들, 반(反)양반의 기치를 든 비밀 폭력조직, 대리시험 전문가, 벼락출세한 떠돌이 약장수, 상놈 개똥이, 종놈 소똥이, 여성 말똥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지난 1년 동안 ‘신동아’에 연재했던 ‘조선의 뒷골목 풍경’은 흥미로운 주제 선정과 맛깔스러운 글솜씨로 많은 독자를 확보한 바 있다. (푸른역사/ 396쪽/ 1만4500원)
마흔 혁명 다케무라 겐이치 지음/ 신금순 옮김
‘인생 후반부’가 시작됐음을 의미하는 나이 마흔, 그러나 마흔은 지금까지 살아온 삶과 단절하고 자신을 혁명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평소 클래식통으로 불리던 와카바야시는 47세에 은행을 그만두고 텔레비전 음악 프로그램 진행자로 변신했다.일본의 유명 저술가인 다케무라 겐이치는 와카바야시처럼 생물학적 나이와 상관없이 젊음을 유지하는 사람들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하고 이 책을 썼다. 인생 리모델링에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유쾌하다. 내면에 숨어 있는 열정과 재능을 찾아낼 수만 있다면 당신 앞에도 유쾌한 후반생이 기다리고 있다. (넥서스북스/ 196쪽/ 9800원)
한 남자의 그림사랑 김순응 지음
미술품 전문경매회사 서울옥션의 김순응 사장이 들려주는 인생과 그림 이야기. 은행에서만 23년을 근무한 그가 40대 후반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평생을 두고 사랑했던 그림에게로 간 것이다. 충청북도 산골 마을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그는 ‘플랜더스의 개’를 읽으며 네로가 죽어가면서도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루벤스 그림에 호기심을 갖게 됐다. 그의 호기심은 박수근, 밀레로 이어졌고 결국 서울옥션에서 예술품을 사고파는 일을 하기에 이른다.이 책은 김사장의 유년기와 은행원 생활, 그림에 대한 사랑을 키웠던 시절을 담은 ‘그림에 미친 은행원’과 컬렉터로서 전문가적 식견을 펼쳐 보이는 ‘미술과 시장’ 두 파트로 나뉘어 있다. 특히 2부에서 들려주는 미술품과 투자가치, 컬렉터와 컬렉션, 경매 방법 등은 초보 컬렉터들에게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생각의나무/ 268쪽/ 98000원)
부시, 메이드 인 텍사스 마이클 린든 지음/임종태 옮김
조지 W. 부시는 공화당원이지만 그의 세계관과 정책을 기준으로 보면 그는 한때 민주당 우파를 지배했던 남부 보수주의자들의 후예다. 저임금과 낮은 세율을 기초로 한 부시의 경제정책은 남부 농장주와 목장주, 석유기업가들의 이익을 대변한다. 또 부시의 사회 정책은 텍사스를 중심으로 한 남부 지역 프로테스탄트 근본주의자들의 입장을 반영하며, 이들의 종말론적 믿음이 중동정책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퇴행적 경제정책과 종교적 근본주의, 군국주의의 결합. 오늘날 부시라는 정치인을 만들어낸 것은 바로 텍사스 문화였다. 5대째 텍사스에서 살아온 저자가 텍사스라는 공간이 갖는 특징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부시 정권의 기원, 성향, 계보를 총정리했다. 동아일보사/ 363쪽/ 1만2000원
헌책방마을 헤이온와이 리처드 부스 지음/ 이은선 옮김
“석 달도 못 버틸 거야. 헤이에는 책을 읽는 사람이 없으니까.” 1962년 어느 날, 영국 웨일스의 시골마을 헤이온와이에 옥스퍼드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 리처드 부스가 들어와 헌책방을 개업한다. 인구도 몇 안 되는 마을에서 책방을 열자 사람들은 모두 ‘정신 나간 놈’이라며 비웃었다. 하지만 불과 10여 년 만에 헤이온와이는 전세계적으로 각광받는 ‘헌책방 마을’이 되었다. 헌책에 대해 “대형 마트에서 팔지 않는 물건, 그래서 작은 마을의 희망이 되는 물건”이라고 한 괴짜 인생의 감동적인 자서전. (씨앗을뿌리는사람/ 416쪽/ 1만5000원)
1인자를 만든 참모들 이철희 지음
르윈스키 스캔들로 지옥에 빠졌던 클린턴을 건져 올린 딕 모리스, 날건달 유방을 황제로 등극시킨 장량, 쇠퇴한 고려왕조를 대신해 500년 조선왕조를 연 태조 이성계의 참모 정도전, 그밖에도 필립 굴드와 토니 블레어 등 성공한 리더십 뒤에는 탁월한 참모가 있었다. 특히 저자는 루이 하우와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파트너십을 높이 평가한다. 탁월한 정치 분석가였던 하우는 루스벨트가 생각의 폭을 넓히도록 자극했다. 루스벨트가 실수를 하면 기꺼이 그 책임을 뒤집어썼다. 대중의 신뢰는 루스벨트의 몫이고 비난은 하우의 몫이었지만 그는 결코 루스벨트와 경쟁하지 않았다. 권력에 연연하지 않는 참모,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제대로 아는 참모의 역할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위즈덤하우스/ 308쪽/ 1만1000원)
문화란 무엇인가(전2권) 이브 미쇼 외 69인 지음/ 강주헌 옮김
새 천년을 맞이하는 2000년 1월1일부터 꼬박 1년 동안 프랑스 에콜 데 보자르에서 매일 진행된 석학들의 강연을 토대로 만들어진 방대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이 책의 기획자인 이브 미쇼는 프랑스 혁명의 기폭제가 된 ‘백과전서’의 정신을 이어받아 21세기 백과사전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1년 동안 진행된 366개의 강연을 주제별로 분류해 ‘네오 아카데메이아 총서’를 기획했다.‘문화란 무엇인가’는 그 중 하나로 오늘날 인문학이 처한 위기의 원인과 해결책을 모색하고, 대중문화와 고급문화의 차별을 두지 않으며 첨예한 정치적 갈등부터 첨단 유행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모든 문제의 핵심을 짚어내고자 했다. (시공사/ 1권 820쪽, 2권 636쪽/ 각 2만5000원)
신주무원록 왕여 지음/ 김호 옮김
일종의 법의학 교과서인 ‘무원록(無寃錄)’을 직역하면 ‘억울함을 없게 하는 기록’이 된다. 1308년 ‘무원록’을 쓴 원나라의 왕여는 사건 조사과정에서 원통함을 없게 하려는 인정(仁政)의 의지라고 말한 바 있다. 조선시대 초기 이 ‘무원록’을 수입해 활용하다 세종의 명에 따라 최치운 등의 학자가 주석을 달고 조선의 법의학 지식과 현실을 반영해 ‘신주무원록’을 간행했다. 그후로 조선 후기에 ‘증수무원록’ ‘증수무원록대전’ ‘증수무원록언해’ 등이 잇따라 나와 조선시대 법의학 체계를 이루었다. ‘신주무원록’은 죽음의 원인과 범인을 밝히기 위한 정확하고 표준화된 검시와 행정절차를 규정해놓았다. (사계절/ 568쪽/ 3만2000원)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죠? 조선학 외 32명 지음
“악다구니 쓰는 일, 남을 속이는 일, 내 것만 챙기겠다는 짓 이제 그만하고 따뜻한 세상 한번 만들어봅시다.” 이 책의 필자는 우리 사회의 마이너리티들이다. 룸카페 여사장, 10년 경력의 개인택시 기사, 금형공장 사장, 보통 회사원, 무직자에 신용불량자, 노숙자, 지방대 출신 실업자, 30대 재단사, 백수 남편 위해 생활전선에 뛰어든 주부 노래방도우미, 분식집 주인, 농부, 연길에서 온 중국교포, 장애인 등등 33명이 가슴 답답한 세상살이를 털어놓았다. 지방대 앞에 ‘지방대를 나오면 취업시 불이익을 당한다’는 경고를 붙이자는 31세 지방대 출신 실업자의 절규를 외면할 것인가. (하이비전/ 320쪽/ 1만원)
삼한지(전10권) 김정산 지음
나관중의 ‘삼국지’에 필적할 ‘우리 삼국지’는 없는가. 저자는 중국의 삼국시대(위·촉·오)가 80년에 불과한 데도 수많은 영웅과 천재들을 배출해낸 것에 비해, 우리의 삼국시대(고구려·백제·신라)는 700년 역사를 자랑하면서도 이렇다할 인물도, 이야기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며 10년 동안 ‘삼한지’ 집필에 매달렸다.‘삼한지’는 서기 580년경부터 신라가 나당대전을 승리로 이끌고 통일을 완성한 676년까지, 한민족의 반만년 역사 가운데 가장 변화무쌍한 격변의 100년을 무대로 삼고 있다. 7월초 1, 2권이 나왔고 이번에 10권을 완간했다. (중앙M&B/ 각 320쪽 안팎/ 각 8500원)
회의적 환경주의자 비외른 롬보르 지음/ 홍욱희·김승욱 옮김
환경 파괴로 인해 곧 지구가 멸망할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묻는다. 무슨 근거로? 덴마크 오르후스대 정치학과 교수이며 국립환경연구소 소장인 저자는, 환경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는 신념에 의문을 품고 과학적인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결국 환경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 중 상당 부분이 선입관과 한심한 통계자료에 기초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후 연구를 계속해 인구, 자원, 대기오염, 수질오염 쓰레기, 유해화학물질 등 환경과 관련한 4000매에 달하는 방대한 저작을 완성했다. 이 책은 2002년 8월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세계정상회의’ 결과에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에코리브르/ 1072쪽/ 5만원)
무대뽀2 류병학·정민영 엮음
두 저자는 ‘일그러진 우리들의 영웅-한국 현대미술 자성록’을 함께 쓴 데 이어 무크지 ‘무대뽀1’을 통해 한국 미술잡지의 색깔논쟁에 불을 붙인 인물들. 새로 나온 ‘무대뽀2’는 미술대중화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일간지 미술기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술평론가이며 전시기획자인 류병학은 한 인터뷰에서 “신문기자들이 기사 잘 쓰면 일반인들도 저절로 미술에 끌리지 않겠어요? 결국엔 소통이 중요한 거죠”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만큼 일간지 미술면은 미술을 보여주는 창(窓)이다. 그런데 그 창이 몇몇 힘 있는 곳만 비추거나 왜곡된 상을 보여준다면? 무대뽀는 류병학씨의 필명이자 온라인 게시판의 제목이다. (아트인라이프/ 376쪽/ 6000원)
푸른 항해 토니 호위츠 지음/ 이순주 옮김
18세기 영국의 탐험가 제임스 쿡은 세 차례에 걸쳐 미지의 세계를 항해했다. 1768년 그가 처음 태평양 항해에 나섰을 때 세계지도의 3분의 1이 공백상태였지만, 1779년 하와이에서 세상을 떠났을 때 세계지도는 거의 완성됐다. 산업혁명이 절정에 이른 시기 그의 탐험은 서구제국에 광활한 새 영토를 제공했고 동시에 고래잡이, 선교사, 공산품, 문자 해독력, 럼주, 권총, 매독, 천연두를 퍼뜨렸다. 이 책은 쿡을 ‘세계를 하나로 만드는 데 크게 이바지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지극히 서구적인 시각에서 씌어졌다. 비록 쿡의 탐험이 유럽의 제국주의적 열망을 반영한 것이지만, 과학의 발달에 이바지했음을 강조했다. (뜨인돌/ 592쪽/ 2만3000원)
현대사회학 앤서니 기든스 지음/ 김미숙 외 6명 옮김
1989년 초판에서 ‘세계화’란 개념을 제시해 큰 반향을 일으켰고, 2001년까지 네 차례 개정하면서 현대사회의 변화를 반영해온 새로운 사회학 개론서다. 저명한 사회학자들이 입문서를 쓰려 하지 않는 경향에 비해, 기든스는 이 책을 통해 전공자가 아닌 학생과 일반 대중을 향해 현대의 지적 문화에서 사회학이 얼마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지 강의한다. 저자는 평소 “사회학자란 재미없는 학문적 탐구를 배워서는 안 되고 상상력을 동원해 주제에 접근하고 사회학적 생각과 발견들을 자신의 생활 속 상황과 연결시켜 재미를 부여해야 한다”는 소신을 펼친 바 있다. 각 항마다 결론, 요약, 더 깊이 사고하기 위한 질문들, 읽을거리 등이 첨부돼 있다. (을유문화사/ 624쪽/ 1만9500원)
살아있는 한국사(전3권) 이덕일 지음
재야 사학자로 활발한 저술활동을 펴온 저자(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가 박은식·신채호의 사관을 이어받아 식민사학을 극복하고 대륙성·해양성의 복원을 위해 새롭게 쓴 한국통사. 1권 ‘단군조선에서 후삼국까지’는 고대사의 원형을 복원하는 데 집중했고, 2권 ‘고려의 건국에서 조선 훈구파의 집권까지’는 대륙과 해양을 무대로 활약한 선조들의 역사를 복원하며, 3권 ‘사림의 등장에서 대한제국의 멸망까지’에서는 ‘국망(國亡)’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집권층을 날카롭게 비판했다.‘살아있는 한국사’의 파격적인 주장에 대해 강단 사학이 어떻게 반응할지가 관심거리다. (휴머니스트/ 각 370쪽 안팎/ 각 1만6000원)
일본 속의 한국 근대사 현장2 김정동 지음
문화재위원이며 목원대 건축학과 교수인 저자가 지난 8년 동안 직접 다리 품을 팔아 일본 속의 한국 근대사 현장을 답사하고 새로운 기록을 발굴해서 쓴 책이다. 이미 관련 저서를 3권이나 출간했지만 아직도 일본 속에는 건물, 비석, 사라진 빈터까지 우리 역사의 흔적을 보여주는 유물·유적이 많이 남아 있다. 예를 들어 한국 관광객들이 으레 들르는 도다이사(東大寺)는 백제계 행기와 양변스님이 역시 백제·신라계 건축가들의 도움으로 지은 것이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중국의 도움을 받아 일본 정부가 세웠다고 알려져 있다. 이처럼 일본의 크고작은 박물관에는 우리 문화재가 숨어 있거나 방치된 상태고 그 가운데는 일본 문화재로 둔갑한 경우도 있다. (하늘재/ 352쪽/ 1만3000원)
꼬리 감추는 여인 하유상 지음
이 소설의 주인공은 단편소설 ‘석굴암의 먼동’을 쓴 젊은 작가 S다. 석굴암에 대해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던 S는 소설을 쓰면서도 사라진 3개의 보살상에 대한 궁금증을 풀지 못하던 차에 경주의 한 노인으로부터 새로운 사실을 듣게 된다. 일제 때 조선총독부 촉탁으로 일했던 고노라는 일본인이 고적조사를 빌미로 두 트럭분의 문화재를 일본으로 빼돌렸는데, 그 가운데 석굴암의 보살상이 포함되어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때 의문의 여인으로부터 석굴암의 비밀을 풀어줄 문서의 위치가 적힌 편지가 날아든다. 주인공 S는 저자 자신으로 실제 이 작품을 위해 중국과 대만 현지답사를 했다. 추리와 수필의 형식을 빌린 이색 소설이다. (책만드는 공장/ 310쪽/ 8500원)
여운이학용 지음
저자는 한국지역난방공사 홍보·비서실장으로 재직하며 틈틈이 시를 썼고 ‘광탄’ ‘자네 왔다 가는가’ ‘언 가슴’ 등으로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첫 시집 ‘여운’은 불자로서 오랜 세월 수행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일상의 언어로 옮겨놓은 것이다. ‘가을 부석사에서’라는 부제가 달린 ‘언 가슴’에서 시인은 ‘의상(義湘)을 그리며/ 용(龍)이 된/ 선묘(善妙)의 애틋한 바람’과 같이 불교설화를 인용하며 묵언(默言)정진에 대해 ‘열지 못한 가슴은/ 말문 닫아 버리고/ 칠흑(漆黑)으로 얼어붙는다’고 표현한다. 여운, 편린, 인연을 주제로 99편의 시를 수록했다. (천우/ 143쪽/ 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