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윤덕민 교수, 문정인 교수, 신지호 박사
문정인 이건 사소한 부분이지만 북한이 6자회담에 반발한 이유 중 하나는 회담 대표에 관한 문제였어요. 회담장에는 각국 대표가 3명씩 앉게 되어 있는데 미국에선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와 롤리스 국방부 부차관보, 그리고 주중 미국대사가 앉았습니다. 원래 한반도담당 특별대사였던 잭 프리처드의 자리에 국방부 인사가 대신 앉은 겁니다. 게다가 후방석에도 합참에서 나온 군인이 정복을 입고 앉았거든요. 그러니까 북한에선 외교협상에 왜 군인이 나왔느냐, 우리를 겁주려는 것 아니냐, 이런 거부감이 컸다고 해요.
윤덕민 그러나 지난해 10월 제임스 켈리가 평양에 갔을 때, 둘째 날에 강석주 외교부 부부장이 군인을 데리고 들어온 적이 있습니다. 첫째 날엔 김계관 부부장과 만났고, 둘째 날에 강석주 부부장이 나와서 우라늄 핵개발 계획을 처음 밝혔는데, 그때 군인이 옆에 배석했어요. 그렇게 보면 이번엔 미국이 북한의 위협에 대한 사전 대응으로 군인을 배석시킨 것으로 봐야 하나요?(웃음)
문정인 한국도 이번 회담 대표단에 현역 대령이 한 명 포함돼 있었지만 사복을 입고 후방석에 앉혔어요. 중국 러시아 일본 모두 이런 부분에 신경을 썼는데, 유독 미국만 국방부 인사를 전진 배치시켰다는 겁니다. 이건 도발적인 행동이 아니냐, 북한에선 이렇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건 결국 미국이 북핵 문제를 안보 사안으로 본다는 것을 의미해요. 물론 북핵문제는 다른 나라들에게도 안보사안이지만 어디까지나 외교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었죠. 그런 차이가 대표단 구성에서부터 드러난 것입니다.
국방부가 전진배치된 美 대표단
사회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볼까요? 다시 말하지만 가급적 객관적인 입장에서 이번 6자회담을 평가하는 것으로 시작해보지요.
문정인 6자회담은 당면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길게 보면 동북아 다자협력이라는 틀 안에서 공동안보의 기틀을 마련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유럽에서 하고 있는 것처럼 동북아에서도 우선 여섯 나라가 합의한 공동의 안보현안이 있고, 이것을 협력을 통해 통제한다는 것은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물론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나폴레옹전쟁 이후 유럽에 형성됐던 ‘컨설트 오브 파워(consult of powers)’, 즉 강대국 협의체라는 개념에 따라 한반도의 운명이 주변 4강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남북한이 주가 되고 주변 4강이 중재 역할을 하는 구도라면 그런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이번 6자회담은 북미가 주가 되고 한국과 중·일·러가 나머지 4가 되는 구도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북한이 핵을 가지면 안 된다는 것에 모든 참가국들이 동의했고 사실상 북한도 여기에 동의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4월의 3자회담에 비해 진전된 내용은 없었고, 북미간 입장 변화도 없었지만 후속 회담에 합의한 것은 긍정적인 면입니다. 전체적으로 이번 6자회담은 실패도 성공도 아닌 일종의 탐색전이 아니었나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