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히 RFA가 곧 ‘대북(對北)방송’이라고 알고 있지만 이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RFA는 현재 중국 북경어, 광동어, 우(Wu)방언, 위구르어, 티베트어, 버마어, 크메르어, 한국어, 라오스어, 베트남어 등 10개 언어로 방송되고 있다. 이들 언어를 주로 사용하는 국가를 살펴보면 중국, 미얀마, 캄보디아, 한국, 북한, 라오스, 베트남 등이다. 이들 나라의 공통점은 우선 아시아에 위치하고 있고, 대한민국을 제외하면 언론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나라라는 점이다.
RFA는 언론의 자유가 없는 아시아 국가 주민들을 위해 그 나라 언어로 국내 뉴스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임무로 하고 있다. 즉, 해당 국가에 언론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어 자유롭게 국내 뉴스를 보도할 수 있게 되는 날까지 RFA가 ‘대안방송’ 역할을 담당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RFA의 한국어 방송의 내용은 남한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명백히 북한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므로, ‘RFA 한국말 방송’을 대북방송이라고 한다면 그리 틀린 말이 아니다.
단파라디오, 한국에만 없다
RFA 방송을 한국에서 듣기는 쉽지 않다. 현재 RFA 한국말 방송은 한반도 시간으로 아침 7시∼8시, 밤 11시∼다음날 새벽 2시까지 방송되고 있다. 그러나 이 시간에 가정용 라디오의 채널을 아무리 돌려도 RFA의 목소리를 들을 수는 없다. 단파(短波)로 방송되기 때문이다.
라디오의 전파는 크게 중파, 단파, 초단파로 나뉜다. 우리가 흔히 AM이라고 부르는 방송은 중파, FM은 초단파를 이용하고 있다. AM, FM 방송은 음질이 선명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원거리 송출이 어려운 단점이 있다. 반면 단파는 혼신과 잡음이 많긴 하지만 이론적으로는 전지구를 포괄할 수 있을 만큼 원거리 송출이 가능하다. 따라서 국제방송용 전파로 각광받고 있으며 영토가 넓은 중국, 러시아, 캐나다 등에서는 국내 방송용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단파방송을 듣기 위해서는 AM, FM 외에 SW(Short Wave)라는 주파수 영역을 갖춘 라디오가 있어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이러한 단파라디오를 생산하지 않는다. 군사정부 시절 북한방송 청취를 막는다는 이유로, 법적인 규제는 아니지만 행정적인 규제를 통해 단파라디오 생산을 제재했기 때문이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 각종 규제를 풀면서 단파라디오에 대한 제한도 풀렸지만 이미 국민들 사이에 ‘단파’에 대한 기억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뒤라 생산수지가 맞지 않아 국내업체에서는 단파라디오를 생산하지 않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단파라디오는 일본, 독일, 중국 등 외국산이다. 이러한 우리 실정과 달리 세계적으로는 생산되는 라디오의 60% 이상이 단파 청취가 가능하다.
단파방송은 전파간섭과 전리층의 영향으로 주파수를 자주 변경해야 한다. RFA 역시 연 1회 정도 주파수를 변경하고 있다. 현재 648, 7210, 7380, 15625, 11790, 13625KHz 등의 주파수대를 갖고 있지만 이보다는 라디오 채널 스위치를 돌리면서 한국말 방송이 나오는 위치에서 멈춰 방송의 이름을 확인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이런 점에서 RFA는 미국의 대표적인 대외방송인 ‘미국의 소리(VOA·Voice Of America)’와 구별된다. 미국의 소리가 미국 정부의 입장과 미국적인 가치관을 전세계에 전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RFA는 미국의 입장과는 크게 상관없이 해당국가의 뉴스를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RFA 한국말 방송만 보더라도 처음 10분 정도는 그날의 북한 관련 뉴스를 브리핑하듯 간단히 보도하고, 나머지 시간은 뉴스 해설과 심층분석, 논평 등을 내보내고 있다. 때문에 RFA의 대상이 되는 국가의 정부로서는 미국을 대변하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VOA보다는 RFA가 훨씬 ‘위협적인’ 방송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