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문서는 하이닉스반도체에 상계관세를 부과하도록 미 상무부에 제소했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모종의 루트를 통해 입수한 뒤 미국 정부 및 EU에 제출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하이닉스에 대한 수출보험 지원을 결정할 무렵, 경제장관회의 결과를 정리해 수출보험공사에 통보한 문서에는, 당시 진념 경제부총리,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 전윤철 기획예산처 장관 등 주무부처 장관들의 서명까지 담겨 있어 이러한 정부의 조치가 WTO가 금지하고 있는 수출 보조금 지급에 해당하느냐를 둘러싸고 WTO 논의과정에서 논란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보조금 여부 둘러싸고 논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하이닉스에 대한 한국 정부의 금융지원 개입 증거라며 미 상무부에 제출한 공문서는 모두 2건이다. 첫 번째 문서는 지난 2000년 11월 재정경제부가 한국수출보험공사와 외환은행에 보낸 공문으로, 하이닉스의 수출환어음(D/A : Document against Acceptance) 유동화를 지원하기 위해 수출보험공사가 하이닉스의 비(非)네고분 전액에 대한 보험을 한시적으로 재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경제장관 간담회 결과를 통보하는 형식을 띠고 있다. 당시 수출보험 주관부서인 산업자원부 역시 경제장관간담회 결정사항을 근거로 수출보험공사에 공문을 보내 수출보험 지원을 요청했다.
수출보험공사는 이 문서를 접수한 직후인 12월1일 이사회를 열어 하이닉스에 대한 수출보험 지원을 결정했다. 그러나 당시 수출보험공사측은 특혜 소지가 있다면서 이러한 지원방식에 반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신동아’가 입수한 당시 수출보험공사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수출보험공사 부사장이었던 임태진 현 사장은 애초 현대전자에 대한 지원은 공사 규정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수출보험 인수 거절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수출보험공사 관계자도 “하이닉스 본사와 해외지사간 거래 형식을 띠고 있는 수출에 대해서까지 수입업체 파산 등의 상황을 우려해 수출보험을 들어주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보험 적용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IMF 사태 발생 직후 예외적으로 수출업체들의 본사-해외지사간 거래에 대해서도 수출보험을 지원해준 사례가 있다. 2000년 당시 하이닉스에 대한 수출보험 지원도 이러한 전례에 따라 이뤄졌다.
그러나 수출보험공사 입장에서는 이러한 형태의 ‘변칙적’ 지원이 나중에 문제될지 모른다는 판단에 따라 주무 감독부처인 산업자원부측에 장관 등이 서명날인한 일종의 ‘보증서’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산자부에서는 경제장관회의 결과를 첨부하는 방식으로 공사측에 하이닉스에 대한 수출보험 지원근거를 만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임사장은 하이닉스 수출보험 지원을 결정한 이사회에서도 “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공사 규정상 가능한 재판매보험으로 하이닉스를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채권은행인 외환은행측에서 이러한 방식으로는 현대전자 D/A 인수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해 ‘산자부 장관의 지시에 의해’ 5억5000만달러(당시 한화 약 6600억원) 규모의 수출보험을 지원하게 됐다”고 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