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지난 7월24일 열린 삼성전기의 2분기 실적보고회
김회장은 삼성전기의 사외이사다. 그렇지만 흔히 생각하듯 회의 때만 보고서 받아 읽고 머릿수나 채우는 그런 사외이사가 아니다. 평상시에도 인트라넷을 통해 삼성전기 직원과 똑같이 정보를 공유하고, 중요한 경영정보에 대해선 회사의 최고경영진과 수시로 대화를 나눈다. 외부에는 물론 인트라넷에도 공개되지 않은 정보에 대해서도 사내 실무책임자에게 질문을 보내고 답변을 얻어낸다. 경우에 따라서는 관계자들과 화상회의를 하기도 한다.
이 인트라넷 시스템은 보고테크 김회장 사무실뿐 아니라 자택에도 설치돼 있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 24시간 언제 어디서나 삼성전기의 경영정보를 열람하고 임직원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셈이다. 비록 몸은 수원 본사에 있지 않고, 정식 이사가 아닌 사외이사이기는 하지만, 이쯤 되면 실질적으로는 사내이사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삼성전기는 증권거래소 부설기관인 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에서 3년 연속 지배구조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올해는 국민은행, KT 등과 공동으로 최우수상을 받았다. 3년 연속 상을 받았다면 제도적으로 규정된 것 이상의 특별한 점이 있을 것 같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지 않다. 남들과 똑같이 사외이사를 두고 있을 뿐이며 비슷한 방식의 IR(기관투자가 설명회)을 실시한다. 그렇다고 사외이사에게 파격적인 대우를 하는 것도 아니다. 거마비 정도의 월급을 지불할 뿐이다. 교과서에 나와 있지 않은, 다른 기업이 하지 않는 뭔가 특별한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뒤집어보면 삼성전기는 바로 이같은 점 때문에 지배구조 우수기업으로 뽑혔다고 할 수 있다. 똑같은 제도를 운영하더라도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느냐에 따라 제도의 의미가 확 달라지는 것이다.
삼성전기의 사외이사제도 운영이 다른 기업과 차별화되는 것은 바로 ‘마인드’다. 사외이사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들의 지적을 받아들일 자세를 갖고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그리고 이 차이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는 회사가 사외이사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느냐 여부다.
김시형 회장은 “사외이사들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은 회사가 사외이사의 의견을 받아들일 자세를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이런 점에서 삼성전기는 사외이사가 일할 맛 나게 하는 회사”라고 이야기한다.
감사위원회는 사외이사로만 구성
삼성전기의 사외이사는 모두 4명이다. 이사회 멤버 8명 중 딱 절반인 것. 박경상 삼일인포마인 고문(전 국세청 차장), 김시형 보고테크 회장(전 동력자원부 차관·산업은행 총재), 송정호 변호사(전 법무부 장관), 조환익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전 산업자원부 차관보) 등이 사외이사다. 이 중 박경상 고문은 지난 1999년부터, 김시형 회장은 2000년부터 줄곧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 4명은 회사에서 부를 때 이사회에 참석해 조용히 있다가 이사회가 끝나면 자리를 뜨는 그런 사외이사가 아니다. 분기에 한번씩 공식적인 사외이사 모임을 가질 정도로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환율이 급변하거나 경기가 침체될 때는 회사의 대응방안이 적절한지 등에 대해 토론하기도 한다. 최근 간담회에서는 세계 1등 상품을 만들기 위한 인력확보의 문제와 부품의 경쟁력 제고방안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물론 토론내용은 회사의 최고 경영진에게 전달되어 경영정책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삼성전기의 사외이사제도가 활성화돼 있다는 것은 지난 1998년 사외이사를 선임한 뒤 이사회의 사외이사 참석률이 거의 100%에 가깝다는 것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지금까지 39차례 이사회가 열리는 동안 전 사외이사인 손정식 교수가 대학원 행사 참석으로 한번 결석한 것 외에는 전원이 참석해 의견을 개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