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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달라진 기업연수 풍속도

사회봉사·100km 지옥행군·연극 공연·‘미션 임파서블’

  • 글: 이가연 자유기고가

확 달라진 기업연수 풍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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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수원에 입소시켜 빡빡한 일정으로 수험생 공부시키듯 하는 것이 일반적인 신입사원 연수 풍속도다.
  • 그러나 최근 들어 기업 연수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이색적인 프로그램이 등장하고 있는 것. ‘튀는 기업’에서 ‘튀는 연수’를 받은 신입사원 5명의 이색 체험기.
확 달라진 기업연수 풍속도

강릉에서 ‘사랑의 집짓기 운동(해비타트)’에 참여하고 있는 이랜드 신입사원들

비취색 남해안을 낀 전남 여수시. 7월13일 이랜드 신입사원 김지헌(32)씨와 일행 5명은 이 작은 도시에 도착했다. 바다는 아름다웠지만 피서를 즐길 여유는 없었다. 김씨는 회사에서 부여한 임무를 다시 한 번 읽어 봤다. 요약하자면 이랬다. ‘여수, 순천, 광양, 목포, 광주. 이 5개 도시를 돌며 각 도시마다 5개 패션 상권을 찾아낼 것. 찾아낸 상권을 지도로 그릴 것. 상권의 시장상황(매출 등)을 조사하고 향후 시장 전망과 이랜드가 나아갈 방향을 찾을 것’

“휴…, 이걸 신입사원 6명이 해결하라니.” 이들 가운데 전라도가 연고인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막막하긴 하지만 ‘우리들은 무적 새내기’라고 되뇌며 일단 부딪쳐 보자는 마음으로 전진했다.

처음 김씨 일행이 찾아간 곳은 여수시청 도시개발계획과. 담당 공무원에게 예의바르게 다가가 여수 시내의 기초적인 경제 지리를 브리핑 받았다. 김씨 팀은 이 지역 상권의 발전 가능성을 물어보았다. 이들은 유능한 경제부 기자가 되어야 했다. 김씨가 공무원을 취재하는 사이 다른 동료는 이 과정을 캠코더에 담았다.

그 다음 만나볼 사람은 시장 상인들. 특히 거리 곳곳에 있는 이랜드 매장 점주들이 주요 정보원이었다. 그러나 모든 상권마다 이랜드 매장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미 본사에서 협조요청을 받은 이랜드 매장과는 달리, 타사 브랜드 매장들은 정보를 주려고 하지 않아 애를 먹었다.

시행착오 끝에 김씨 일행은 복덕방이 상권을 조사하는 데 더없이 좋은 취재원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부동산 업자들은 전세금이나 권리금 동향을 잘 알고 있었다. 한 동료는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들락거리며 그 거리 상권의 매출 현황을 알아내기도 했다.



복덕방은 다른 용도로도 요긴하게 쓰였다. 연수 과제 중에는 상권 지도를 만들라는 것도 있었는데, 보통 서점 지도로는 힘들었다. 김씨 팀은 복덕방 벽면에 걸려있는 마을 전도를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다음 출력하는 방식으로 지도를 제작하는 임기응변의 능력을 보였다. 그들은 유능한 ‘스파이’가 되어야 했다.

이런 방법으로 다른 도시들도 점령해 나갔다. 조사를 하다보니 회사에서 지정한 5개 도시로는 25개 상권을 메울 수 없었다. 그래서 인근 지역인 화순군, 영광군, 나주시까지도 차를 타고 누볐다. 이들은 7월19일 서울로 돌아와 이랜드 본사에서 그동안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이랜드 신입사원은 81명. 이들은 경상도, 강원도 등 전국 각지로 흩어져 ‘신한국 대장정’이라는 이름 아래 방방곡곡을 누볐다. 김씨 팀처럼 캠코더로 촬영한 팀도 있었고, 사진이나 그림으로 발표한 팀도 있었다.

회사 선배들은 발표와 토론, 세미나 전 과정에 동참했다. 동기들의 고생담을 들어보니 김씨 팀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어떤 팀은 강원도로 배정을 받았는데 인구가 많지 않아 상권을 찾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 팀은 결국 태백시까지 찾아갔다(상권이란 유동인구 10만 명 이상의 거리를 말한다). 김씨는 “이번 조사를 통해 경기가 불황임을 피부로 느꼈습니다. 상당수 매장 주인들이 매출 감소로 사업을 포기할까 고민하고 있더군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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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가연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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