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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달라진 기업연수 풍속도

사회봉사·100km 지옥행군·연극 공연·‘미션 임파서블’

  • 글: 이가연 자유기고가

확 달라진 기업연수 풍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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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의 ‘고생’은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었다. 전라남도를 돌며 발품 팔았던 피곤이 채 가시기도 전에, 막노동이 김씨와 동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랜드 신입사원들은 7월24일부터 26일까지 강원도 강릉 수해지역 ‘사랑의 집짓기 운동(해비타트)’에 참여했다. 이랜드 복지재단은 이 지역 해비타트 운동을 후원하고 있었다. 구름 한 점 없는 무더운 날씨에 땀은 비오듯했다. 일명 ‘노가다’에 가까운 일이었다. 여성 사원들도 건축자재를 나르고 못을 박는 등 남녀 차별 없이 똑같이 일했다.

그들에게 힘을 주는 것은 해비타트 현장에 입주하는 사람이 함께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김지헌씨는 “입주자와 함께 있었기 때문에 봉사의 결과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차마 ‘부실공사’를 할 수가 없었지요.”

사회봉사 교육은 요즘 대기업 연수 프로그램에서 빠지지 않는 코스다. 연수생들은 밤마다 등에 파스를 붙이고 못에 찔린 상처를 치료해 가며 공사를 진행했다.

윈도 크기만 보고도 매출 추산



이번 연수를 진행한 이랜드 인재개발팀 정성찬 과장은 “신입사원 수준이 예상 보다 훨씬 높았다. 연수원생 중에는 여러 번 조사를 반복한 끝에 매장 윈도 크기만으로도 매출을 추산할 정도로 도사가 된 사원들도 있었다”고 말한다.

이랜드의 ‘신한국대장정’ 프로그램은 금년에 처음 시도한 것이다. 이랜드는 올해 1월부터 신입사원 교육 내용을 강당 위주에서 현장 위주로 바꿨다. 강당에서는 줄 수 없는 지식을 현장에서 가르치자는 의도다. 정과장은 “요즘 젊은 세대는 참여하는 걸 좋아한다. 신입사원 대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 연수로 ‘신한국대장정’을 꼽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회사로서는 지역 전문가를 양성하는 효과도 거뒀다.

정과장은 “신입사원 연수 프로그램을 준비하려면 보통 2∼3개월 걸린다. 요즘 기업 교육의 화두는 ‘액션-러닝(Action-running)’이다. 연수생들이 가만히 앉아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문제를 풀고 평가하면서 참여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에는 신입사원들을 중국으로 보내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베이징의 패션 상권을 조사해보라는 임무를 주는 것이다. 내년 이랜드 신입사원들은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할 것 같다.

【한진해운의 컨테이너선 항해】

올해 한진해운에 입사한 이윤희(25·여)씨는 여의도에서 카고 클레임(화물사고처리)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올해 4월에 있었던 해프닝을 잊지 못한다. 컨테이너가 바다로 떨어진 사고로 인해 고객으로부터 항의가 들어왔는데, 사고 자체를 잘 이해하지 못해 쩔쩔맸던 것.

‘래싱’(결박)이라고 해서 컨테이너를 배에 잘 묶어두는 것이 뱃사람들에게는 중요한 일인데, 종종 허술하게 결박된 컨테이너들이 배가 파도에 흔들릴 때 바다에 빠지곤 한다. 그런데 이씨는 배의 구조를 정확히 알지 못해 사고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추상적으로 그려진 사고 도면을 앞에 놓고 끙끙대는 그녀를 옆에서 지켜보던 부장이 “직접 배를 타보고 와야겠다”고 놀렸다.

그로부터 2개월 뒤인 6월11일 이윤희씨는 도쿄항 한진해운 전용 터미널에서 컨테이너선 ‘한진말타호’에 올랐다. 태평양 항로 PNX 노선을 경유해 부산으로 향하는 5000TU급 배다. 한진해운 신입사원은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코스로이윤희씨는 6월7일부터 3박4일 동안 도쿄에서 국제화 체험을 한 뒤 이 날부터 2박3일 동안 조원 12명과 함께 컨테이너선 승선 체험을 하게 된 것이다.

운항 중 날씨가 좋지 않아 파도가 상당히 높았다. 동기들은 배 멀미를 많이 했다. 배가 양옆으로 흔들려 잠을 자다가도 침대에서 구르고 샤워하다가 넘어지곤 했다. 부산항에 도착할 때까지 꼬박 50시간을 배에서 고생했다.

이씨가 그 동안 봤던 여객선들은 ‘한진말타호’의 규모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말타호의 크기는 63빌딩을 옆으로 뉘어놓은 것만 했다. 길이가 280m에 7층 엘리베이터가 운행한다. 교육용 선박이지만 실제로는 컨테이너 화물을 운송하고 있었다.

선장 출신 교관이 승선 교육 전담관으로 동참했다. 이씨는 교관을 따라 엔진실, 기관실, 컨테이너 적재장 등을 견학하고 선박의 구조를 공부했다. 브릿지라고 부르는 선교(船橋)에 올라가 선장과 항해사들을 만났고, 그들이 조타하는 것을 구경했다. 외부인 출입금지 구역인 선교에 올라오는 것은 교육생들에게만 주는 특혜다. 뱃머리에서 영화 타이타닉의 한 장면을 흉내내는 동료도 보였다.

이씨가 이번 항해에서 얻은 큰 교훈은 무엇보다도 선원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것이다. “선원이라고 하면 영화 ‘보물섬’에 나오는 것처럼 시거를 물고 있는 터프한 사람들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직접 만나뵈니까 교육도 많이 받고,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기술자들이더군요.”

밤에는 선교에 올라가 갑판장, 항해사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해상직원(선원)들의 애로사항을 알게 되었다. “이 분들은 가족과 떨어져 있는 게 가장 힘들다고 해요. 단절감이 가장 큰 짐인 거죠.” 연수생들은 배를 타고 한국으로 오는 동안 20여 명의 선원들을 면담해 ‘백문백답’을 작성하는 임무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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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가연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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