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처’ 최신호는 “지구 온난화 현상에 따른 수온 상승과 어획기술의 발달, 대규모 남획으로 다랑어, 상어, 황새치 등 대형 어류들이 지난 50년간 90% 이상 사라져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또 다랑어, 넙치, 홍어 등은 크기나 무게가 본래의 절반 이하에 불과하고, 어획량도 10분의 1로 줄었다는 것이다. 세계자연모니터링센터(WEMC) 자료에 따르면 1970∼95년 사이에 민물고기는 45%, 바닷물고기는 30% 줄었다.
우리 인류가 필요한 동물 단백질의 16%를 해양수산물로 충당하고 있고 수산물 중에서 어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80% 이상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같은 현상은 우리의 바다에서도 예외 없이 일어나고 있다. 현재 우리의 바다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한류(寒流)의 지배를 받는 동해는 수온상승에 따른 이상현상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해역이다. 최근 동해에서는 수온상승을 감지할 수 있는 많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제주도 해역에서나 볼 수 있었던 나비고기, 홍치, 도화돔, 만새기, 붉바리류 등의 아열대성 물고기가 동해에서 잡히고, 울릉도, 독도 해역에는 제주도 특산물인 자리돔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밖에도 해파리, 곤쟁이 등 난류성 생물이 동해에 대량 출현하고 연안에서는 난류 수역에서나 볼 수 있는 산호가 군락을 이루어 서식하는 점만 보더라도 동해의 생태계가 전형적인 아열대성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뜻한 해역에서 주로 나타나는 백화현상이 동해연안에 나타나 어장 및 생태계에 피해를 주고 있다. 어획량을 보더라도 난류성 어종인 고등어, 멸치, 오징어 등은 증가하는 반면 한류성 어종인 명태, 대구 등은 감소의 정도를 지나 거의 사라져가고 있다.
난류성 어류 늘어나는 동해
수산과학원의 보고에 따르면 수온상승에 의한 난류의 세력이 북쪽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 결과 동해에서 주로 양식하던 가리비는 거의 생산되지 않는 반면 지금까지 동해에서 양식이 불가능했던 굴이 양식되고 있다. 그러나 남해에선 패류 양식 전체의 80%를 차지하던 굴이 고수온에 따른 생리적 약화와 환경조건의 악화로 생산량이 감소했다. 2001년 굴 생산량은 전년도에 비해 무려 5530t이나 감소한 21만7078t이었다.
동해가 기후변화에 따른 어류자원의 변화가 가장 민감하게 나타나는 곳이라면 서해와 남해는 남획에 의한 어류자원의 감소가 크게 나타나는 해역이다. 1980년대 이후 어업기술의 발달과 어선의 대형화 및 장비의 현대화, 수산물 소비 확대 등으로 인해 어획강도가 높아지면서 최근 서해와 남해의 수산자원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특히 서해와 동중국해의 경우 중국의 과도한 어획활동으로 어류자원이 급격히 줄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우리나라, 중국, 일본의 어장별 어획량 의존도를 보면 서해가 각각 13%, 85%, 2%(우리나라, 중국, 일본 순), 동중국해가 23%, 54%, 23%인 것을 보면 서해와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과도한 어획이 우리 어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 수 있다.
수온상승과 지나친 남획뿐 아니라 서해안의 간척사업, 남해의 연안오염, 동해의 석호훼손 등도 바다 생물의 서식지가 파괴되는 주원인이다. 이로 인해 생물종이 급격히 줄어들었으며 자원량도 급감했다.
해안선을 단순하게 만든다는 취지로 서해안을 중심으로 시작된 간척사업은 1970년대부터 ‘국토확장’이라는 명분 아래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영종도신공항, 시화호, 새만금 등 서해안 곳곳에서 크고 작은 간척사업이 벌어져 갯벌이 매립됐다. 이로 인해 갯벌이 줄어 유기물의 분해능력이 없어지고 자정능력이 상실됨으로써 연안오염이 가속화됐다. 이는 어류의 서식지 및 산란장이 파괴되고 연안어류가 감소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