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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참총장 ‘정중부의 난’ 발언소동 전말

군검찰 독립 반대소신 표출하다 舌禍 휘말려

  • 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육참총장 ‘정중부의 난’ 발언소동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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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전해들은 군 법무병과 장교들은 강하게 반발했고 청와대도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남 총장의 발언내용에 대해 국방부와 별개로 자체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기무사와 감사관실 조사를 통해 ‘정중부의 난’은 사실무근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청와대에도 그렇게 보고했다. 하지만 민정수석실은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도대체 왜 이런 소동이 벌어진 것일까. 또 사실무근으로 결론이 나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9월3일 오후 국방부와 청와대는 ‘정중부의 난’을 언급한 ‘내일신문’ 기사로 발칵 뒤집혔다. 이 기사의 첫머리에 실린 ‘남재준 육참총장 발언으로 유포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는 어차피 문제가 되면 사표 쓰고 아무 때나 나갈 각오가 돼 있는 사람이다. 이거 너무한 것 아니냐. 무슨 문민화냐. 옛날 ‘정중부의 난’이 왜 일어났는지 아느냐. 뭘 모르는 문신들이 (무신들을) 무시하고 홀대하니까 반란이 일어난 것이다. 군검찰 독립은 무슨 황당한 얘기냐. 이는 인민무력부 안에 정치보위부를 두자는 것으로 북한식과 똑같다.… 나 이거 용납 못한다.… (한 참석간부에게) 내일부터 출근하지 말고 이걸 막아라. 관련 의원을 따라다니며 로비를 해라. 못 막으면 이번에 진급은 없다. 만일 제도개선이 이뤄지면 법무병과는 폐지해야 한다.… (또다른 참석 간부에게) 성우회를 찾아가 로비를 해라. 선배들에게 도움을 청해서 그들의 힘으로 막아야 한다.”

‘내일신문’은 같은 지면에 남 총장에게 확인취재한 내용도 실었다. 남 총장은 ‘정중부의 난’에 대해 “황당한 얘기”라며 “거기서 정중부 얘기가 왜 나오겠나. 상식적으로 간부회의 때 참모들이 앉아 있는 자리에서 그런 발언을 했겠느냐”고 부인했다.



‘정치보위부’ 발언과 관련해서는 그 표현을 썼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검찰권이 지휘권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했을 때 문제가 있을 수도 있기에 광범위하게 여론을 수집해 육군의 안과 의제를 낼 때는 분명한 논리를 제시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 로비 지시 부분에 대해서는 “육군의 명확한 논리를 세워 필요하다면 관련자들을 설득시키라고 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국방부장관의 우려

‘정중부의 난’ 발언 소문이 군 안팎에 퍼지기 시작한 것은 문제의 회의가 열린 8월31일 오후부터였다. YTN을 비롯한 일부 언론사 기자들이 이 같은 소문을 듣고 탐문취재에 나섰다. ‘정중부의 난’ 외에 ‘정치보위부’ ‘로비’ 등의 발언이 장교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로비 소문을 그럴 듯하게 만드는 데 한몫한 사람은 법무병과의 최고위직인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주범 준장이었다. 공교롭게도 박 법무관리관은 이날 저녁에 몇몇 법무장교와 더불어 ‘로비대상’인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을 만나 식사를 함께했다. 최 의원은 군 사법개혁안의 대표 발의자다.

그런데 사실 이날 자리는 갑자기 마련된 것이 아니었다. 한 달쯤 전에 잡힌 약속이었다. 우연의 일치였던 셈이다. 어쨌든 박 법무관리관은 최 의원에게 군 사법개혁에 대한 군 지휘부의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도 ‘정중부의 난’ ‘정치보위부’ 등 이날 오전 계룡대 육군본부 회의석상에 나왔다는 남 총장의 발언이 화제에 올랐다.

회의석상에서 남 총장으로부터 최 의원에 대한 ‘로비’를 지시받은 것으로 지목된 사람은 육군 법무감(대리) 민홍철 대령이다. 실제로 민 법무감은 최 의원을 만나려고 했으나 최 의원측의 거부로 뜻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오후 군 법무병과의 고위직 인사는 국방부 고위관계자와 만났다. 이 자리에서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법무병과 고위직 인사에게 “육군총장이 사법개혁에 강하게 반대하니 힘들지 않겠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날 청와대에도 남 총장의 발언에 대한 소문이 흘러들어갔다. 이날 아침 경호실 관계자가 청와대에 파견 나와 있는 모 영관장교에게 “남 총장 얘기 들어봤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 즈음 민정수석실도 군쪽에서 정보를 입수하고 자체 조사에 들어갔다. 기무사는 그보다 먼저 움직이고 있었다.

석간인 ‘내일신문’이 취재를 시작한 것도 이때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매체 ‘오마이뉴스’도 하루 전인 9월1일 회의 참석자들과 법무병과 장교들을 상대로 확인취재에 들어갔다. 먼저 기사화한 곳은 ‘내일신문’이다.

‘내일신문’은 9월2일 육군본부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고 이날 저녁 남재준 총장과 전화통화를 하기에 이른다. 그 와중에 윤광웅 국방부 장관이 내일신문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기사화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내일신문’은 윤 장관의 전화를 받고 위축되기는커녕 오히려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는 확신을 갖게 돼 기사를 쓰기로 최종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9월3일 ‘내일신문’이 기사를 내보내자 선수를 뺏긴 ‘오마이뉴스’가 부랴부랴 후속보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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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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