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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의 삶

상처를 보석으로 만든 영적 트레이너 ‘들꽃피는 마을’ 김현수 목사

“지도자와 낙오자는 ‘한끝’ 차이죠”

  • 글: 김서령 자유기고가 psyche325@hanmail.net

상처를 보석으로 만든 영적 트레이너 ‘들꽃피는 마을’ 김현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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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나 한 끼 사주고 말았으면 될 일을 내가 사고를 치고 말았어요. 문득 왜 그토록 거리를 헤매는지 그 애들의 얘기를 듣고 싶어진 거예요. 일단 밥을 먹인 후 밤에 다시 교회로 오라고 불렀지요.”

아이들은 밤을 꼬박 새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앞다퉈 털어놓았다. 온갖 사연이 다 있었다. 지옥 같은 얘기들이었다. 김현수, 조순실 부부는 이들을 위해 한 주일만 시간을 내기로 작정했다. 애들을 데리고 가정방문을 가보기로. 달래기도 하고 야단도 치고 도울 수 있는 한 돕기도 하면서 애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기로.

그러나 착오였다. 찾아간 집은 아이들을 기를 수 있는 장소가 아니었다. 집엔 모조리 엄마가 없었다. 가난과 폭력과 술과 절망과 한숨이 가득한 곳. 아이들을 그곳으로 보낼 수도 없고 보내서도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거리를 헤매는 한 아이 뒤에는 오래 누적된 복잡한 가족사가 숨어 있어요. 거리를 헤매는 아이가 바로 그 집안 역사의 현재 흐름이거든요. 단순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결코 아니에요. 너무 오래 왜곡돼서 고칠 수조차 없는 문제. 가정방문을 해보니 그게 한꺼번에 다 드러나더군요.”

가정방문 이전엔 가출 아이들 부모를 원망했다. 오죽하면 자기 애 하나 건사하지 못하나 싶었다. 그러나 막상 집에 가보니 그게 아니었다. “그 아이들 아버지 중에 나와 동갑이 셋이나 있었어요. 또래란 게 묘해서 그 집안의 상처를 너무 깊게 알아버린 것이 되레 죄스럽고 미안했어요. 결국 그들은 지금까지 내가 눈감고 싶었던, 나와 내 또래의 상처를 그대로 짊어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원망을 할 수가 없었어요.”



시청을 찾아가도 또 어디를 두드려 봐도 마땅히 아이들을 맡길 만한 데가 없었다. 아이들은 여전히 거리를 떠돌았다. 간간이 경찰서에서 연락이 오기도 했다. 경찰에 잡혀가면 애들은 보호자로 목사 김현수의 이름을 댔던 것이다. 애들이 무슨 일을 저지르면 동네사람들도 교회로 찾아와 항의했다. 어느새 그는 공공연히 애들의 보호자가 돼있었다. 결국 애들을 거두기로 했다. 예수님이 진작에 세운 계획이었음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살림집에 여자애 2명을, 교회 공부방에 남자애 6명을 데리고 살았다. 들꽃피는 마을의 시작이었다.

몸에 밴 좀도둑질

그는 며칠 전 ‘똥교회 목사의 들꽃피는 마을 이야기’라는 책을 냈다. ‘삭막한 도시의 한복판에서 김현수 목사와 들꽃 아이들이 피워낸 눈물과 웃음, 그리고 행복공동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책은 대체로 담담하다. 실제의 강렬한 경험들을 유연하게 서술했다. 아이들과 함께한 생활은 처음부터 혼란의 연속이었다. 거부할 수 없는 강렬한 힘 탓에 자신도 모르게 발 들여놓은 일이지만 집 나와 떠돌던 아이 여덟을 한꺼번에 맡는 일이 호락호락할 리 없었다. 제일 먼저 문제가 된 건 아이들의 좀도둑질 버릇이었다. 널어놓은 빨래를 슬쩍하는 일부터 세워둔 자전거 타고 오기, 오락기 자판기 공중전화의 동전 털기, 식당이나 가게의 금고 털기, 혹은 교회 털기까지.

“애들에게는 세상 모든 것이 훔쳐야 할 대상처럼 보였나 봐요. 이웃주민에게 맞기도 하고 경찰서도 꽤나 들락거렸지요. 암만 말려도 듣지 않으니 속도 상하고 무력감도 생기고. 그러나 예수가정에 와서 한 1년 지나자 애들이 뭘 훔치려 하면 가슴이 뛰고 겁난다고 말하기 시작했어요. 안정이 가져다준 작은 변화였죠. 모금이라 부르는 앵벌이 노릇도 골치를 썩이는 일 중 하나였는데, 그것도 한 1년 지나자 차츰 자취를 감추데요.”

환각제와의 전쟁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환각제 흡입이었다. 1995년 그의 일기장은 온통 약물에 취한 아이들과의 전쟁 같은 나날의 기록으로 가득하다. 그의 아내 조순실씨 일기에도 끔찍하고 생생한 기록이 있다.

‘본드 하려고 숨겨둔 것을 빼앗으니 명현이가 먹을 것을 빼앗긴 듯 날뛴다. 도로 빼앗으려다 안 되니 내 팔을 물어뜯는다. 더 물어봐 하고 팔을 들이대니 여기저기 조금씩 물다가 그만두고 식칼을 들이댄다. “어디 찔러봐. 사모님은 무서운 게 없는 사람이야.” 그 순간은 정말 찔려도 좋다는 생각이었다. 담대한 마음이 속에서 우러나왔다. 칼 든 명현이에게 다가서니 슬그머니 칼을 떨어뜨린다. 날뛰던 아이들이 큰방 소파에 얌전히 앉은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자꾸 눈물이 흘러내렸다. 무릎을 꿇고 아이들에게 호소하고 기도했다. … 하나님께서 내게 눈물을 주신 것은 눈물로 화를 빼내라는 뜻이리라. 그리고 내가 흘린 눈물을 보고 아이들이 자랄 것이다. 그래서 눈물은 아이들과 나 사이에 하나님께서 주신 귀중한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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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서령 자유기고가 psyche32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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