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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NRDC의 한반도 핵폭격 시뮬레이션

“서울시민 125만 사망, 강남·서초·송파는 핵 낙진에 치명타”

  • 강정민 원자력정책센터·핵공학박사 jmkang55@hotmail.com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美 NRDC의 한반도 핵폭격 시뮬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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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대북 선제 핵공격

현실적으로 미국이 북한에 대륙간탄도탄 같은 고강도 전략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대규모 핵전쟁이 아닌 소규모 군사시설 공습에 핵을 사용하는 방안은 부시 행정부 들어 심도 있게 검토되었다. 앞서 설명한 1998년 당시의 북한 공습 훈련은 부시 행정부가 꾸준히 진행해온 지하군사시설용 핵무기(이른바 ‘핵 벙커버스터’) 개발계획과 맞물려 묘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이 계획은 2002년 1월 미 국방부가 의회에 보고한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북한, 이라크, 이란 등 7개국에 대해 유사시 핵무기를 이용해 선제공격을 감행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 보고서는, 현재 미국이 보유한 대형 핵무기는 엄청난 파괴력으로 인해 실전에서 사용이 불가능하므로 대신 지하 깊은 곳의 콘크리트 시설물까지 관통해 파괴할 수 있는, 비교적 낮은 위력의 핵 벙커버스터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후 미 국방부는 B61-11을 운반체로 사용하는 TNT 400킬로톤 위력의 벙커버스터와 B-83을 운반체로 사용하는 TNT 1.2메가톤 위력의 벙커버스터를 개발후보로 제시했다. 부시 행정부가 이 프로젝트에 책정했던 예산(향후 5년간 4억8000만달러 규모)은 지난 6월 의회에서 전액 삭감된 바 있지만, 부시 대통령이 재선되면서 2기 행정부의 출범과 더욱 강경해진 대외정책 분위기를 감안할 때 재가동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럴 경우 미국의 북한 핵공격은 지하화된 북한내 군사시설에 대해 400킬로톤 혹은 1.2메가톤 수준의 벙커버스터를 사용하는 시나리오가 실현될 개연성이 가장 높다. 평양 등 대도시를 겨냥한 대규모 핵공격은 군사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국제적으로 엄청난 반발이 일 것이 자명하므로 가능한 옵션이 아니다. 문제는 벙커버스터가 지하 군사시설만을 파괴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폭발과 함께 방사능에 오염된 파편과 토사가 공기 중에 흩어져 엄청난 양의 낙진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미국이 실행한 지하 핵실험 분석 데이터에 따르면 400킬로톤 규모 핵폭발의 경우 지하 400m, 1.2메가톤 규모의 핵폭발의 경우 지하 500m 깊이에서 폭발해야 낙진 발생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운반체 기술상 벙커버스터의 핵 기폭장치가 파괴되지 않고 관통할 수 있는 지표면의 두께는 15m에 불과하다. 즉 미 국방부가 검토한 개발계획이 현실화되어 북한의 지하 군사시설이 핵폭격을 당한다면 단순히 시설이 파괴되는데 그치지 않고 광범위한 방사능 낙진을 피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핵 낙진, 벙커버스터의 함정

이제 이러한 상황을 실제 사례에 적용해보자. NRDC는 인공위성을 통해 북한내 지하시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총 25곳의 군사기지 가운데 15곳을 골라 월별로 벙커버스터 투하시 피해결과를 계산했다. 이중 보고서에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은 인명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평안남도 북창 공군기지와 가장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함경남도 차호노동자구 해군기지다(두 기지의 위성사진 및 자세한 설명은 378페이지 화보기사 ‘북한 핵심 해·공군 기지 위성사진’ 참조).

북위 39.30, 동경 125.57 지점에 위치한 북창 공군기지는 평양에서 북서쪽으로 80km 떨어져 있다. 평양 방어를 위해 MiG-23, MiG-21 등 최신예 전투기가 다수 배치된 핵심시설. 유사시 한반도 상공의 제공권을 두고 한미연합공군과 치열한 접전을 벌일 북한공군의 주요전력이라 미군의 첫 번째 타격목표로 유력한 곳이다.

NRDC는 이 지역에 대해 모두 48차례 시뮬레이션을 거쳤다. 투하되는 벙커버스터의 위력을 네 가지로 분류해 가정하고 각 월별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 것이다. 이 가운데 보고서는 북서풍이 부는 가을 무렵(10월17일 기준)에 투하한 경우를 가장 정교하게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는 남풍이 불어 낙진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는 시점에는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폭탄 투하시 방사능 낙진의 피해범위 변화는 [그래프1,2,3,4]에서 보는 바와 같다.

美 NRDC의 한반도 핵폭격 시뮬레이션

[그래프1]10월 중순 북창 공군기지에 5킬로톤 위력의 핵 벙커버스터가 투하된 경우 48시간 내 방사능 피해 범위. 예상 사망자 6000명.<br>[그래프2]100킬로톤 벙커버스터가 투하된 경우. 예상 사망자 10만명.<br>[그래프3]400킬로톤 벙커버스터가 투하된 경우. 예상 사망자 40만명.

美 NRDC의 한반도 핵폭격 시뮬레이션

[그래프4]1.2메가톤 벙커버스터가 투하된 경우. 예상 사망자 110만명.

비록 지표면 밑 15m 깊이이긴 해도 핵 벙커버스터가 지하에서 폭발할 경우 지상에서 폭발할 경우와 비교하면 핵폭풍이나 열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상대적으로 적다. 문제는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부서진 파편과 토사가 방사능에 오염된 채 주변 지역을 덮는 낙진의 피해가 심각하다는 점이다. [그래프1]과 같이 비교적 위력이 약한 5킬로톤의 폭탄이라면 피해범위도 좁지만, 미 국방부가 벙커버스터 후보로 검토한 400킬로톤 위력의 핵폭탄이 터질 경우에는 낙진이 휴전선을 넘어 춘천에서 강릉에 이르는 강원도 북부지역에까지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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