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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권노갑 현대비자금사건 최후의 미스터리

“박지원한테 안 줬는데 검찰이 자꾸 그쪽으로 몰아서…”

  • 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박지원·권노갑 현대비자금사건 최후의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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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의 상식에는 어긋나지만, 정 회장은 150억원이라는 거액을 제3자를 통해 건네고도 당사자인 박지원씨에게 수령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왜 확인하지 않았을까.

‘김영완이 박 장관의 심부름이라며 돈을 요구했지만, 150억원을 무기명 CD로 만들어 박 장관에게 직접 전해주라고 해서 믿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2003년 8월2일 최후(2차) 진술)

엇갈리는 부분은 또 있다. 정 회장은 검찰조사에서 2000년 8월 하순에서 9월 초순경 호텔에서 만난 김씨에게 ‘박 장관이 고맙다는 말을 전해 달라더라’는 말을 듣고 박 장관이 돈을 받은 사실을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김씨는 자술서에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정 회장의 진술대로라면 CD의 진실을 아는 사람은 박씨에게 CD를 건넸다는 이익치씨와 박씨에게서 CD를 넘겨받았다는 김영완씨뿐인 셈이다. 이씨와 김씨가 묘하게 얽혀 있음을 알 수 있다.

권노갑 사건에서도 세 사람의 진술은 자주 충돌한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총선 지원금이라는 200억원은 김충식(현대상선 사장)-전동수(현대디지털엔터테인먼트 사장)-김영완의 운전기사 또는 직원-김영완 4단계를 거쳐 권노갑씨에게 전달됐다. 한 번에 40억~50억원씩 다섯 차례 또는 네 차례에 걸쳐 돈을 전달했다는데, 이익치씨가 한 일은 매번 전동수씨에게 돈을 옮겨 실을 장소와 김영완씨가 보내는 차 번호를 일러주는 것이었다.



정몽헌 회장과 이익치씨의 진술에 따르면, 권노갑씨가 돈을 요구한 것은 2000년 2월 말 신라호텔에서다. 김영완씨를 포함해 네 사람이 만난 자리에서 총선자금을 요청했다는 것. 공소사실에 따르면 권씨는 ‘김영완이 해달라는 대로 도와달라’고 말했고, 김씨는 ‘200억원을 현금으로 준비해달라’고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신라호텔에서 200억 얘기 없었다”

그런데 김영완씨는 자술서에서 정몽헌 이익치 두 사람의 진술과 상반된 주장을 폈다. 자신은 200억원 얘기를 꺼낸 적이 없다는 것이다.

‘2000년 2~3월경 정몽헌 회장에게 전화가 와 다음날 사무실로 갔더니 ‘200억원이 준비되면 이익치 회장이 연락할 테니 받아서 좀 전해주라’고 말하기에 정 회장이 총선자금용으로 준비한 돈을 저를 통해 권노갑 의원(당시 권씨는 민주당 고문이었으나 김씨는 자술서에서 의원으로 호칭했다)에게 전달하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김씨는 또 신라호텔에서 4인이 만난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200억원에 대해서는 정 회장 사무실에서 처음 들었다’고 말함으로써 정 회장과 이익치씨의 진술을 무색하게 했다.

신라호텔 회동에 대해서 서로 말이 다르다. 정 회장이 두 번, 이씨가 다섯 번 만났다고 진술한 데 비해 김씨는 ‘한 번 정도 갔던 것처럼 생각이 된다’고 주장했다(권씨는 이들을 신라호텔에서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3000만달러 부분은 더욱 기가 막히다. 비록 기소되지는 않았지만 그 진실을 짚고 넘어가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정 회장의 진술 때문이다.

‘2000년 3월경 추가로 200억원을 준 적이 있는데, 그때 권노갑이 ‘저번엔 고마웠다’면서 돈이 더 필요하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3000만달러와 200억원이 맞물려 있음을 짐작케 하는 진술로, 3000만달러 부분이 사실이 아니라면 200억원에 대한 진술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정 회장의 진술에 따르면 3000만달러 얘기를 처음 꺼낸 사람은 이익치씨다. 1999년 12월 말 또는 2000년 1월 초 신라호텔에서 권씨의 요구가 있은 지 3, 4일 후 이씨가 자신의 집무실로 찾아와 ‘권노갑 쪽에서 3000만달러를 달라고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이어 ‘다시 며칠 뒤 이씨가 해외 계좌번호가 적힌 쪽지를 들고 와 ‘이쪽으로 보내달란다’고 말하기에 김충식 현대상선 사장을 불러 돈을 마련해 그 계좌로 송금할 것을 지시했으며 며칠 후 김충식 사장에게 송금완료를 보고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이익치씨는 정 회장이 자신을 불러 ‘민주당에 3000만달러를 주려고 하는데, 필요한 계좌를 김영완이 가지고 올 테니 받아서 나에게 가져오라’고 말했다며 상반된 진술을 했다. 반면 김영완씨는 정 회장이 ‘돈(3000만달러)을 준 다음에 김영완에게서 권노갑이 돈을 잘 받았다는 취지의 얘기를 들었다’는 진술을 했으나, 자술서에서 3000만달러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검찰이 기소하지 않은 데서도 짐작할 수 있듯 권씨의 3000만달러 수수혐의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3000만달러(실제로는 2500만달러) 송금시기와 200억원 요구시기가 거의 겹쳐 있다는 점, 대북송금사건으로 출국금지된 상태에서 송금영수증을 찾아오겠다며 검찰 조사 도중 미국으로 출국한 김충식씨가 석연찮은 이유로 돌아오지 않는 점, ‘귀국보증’ 명목으로 함께 출국했던 김씨의 변호사가 검찰 간부와의 국제통화에서 영수증의 내역을 자세히 밝히겠다고 한 바로 그날 아침 정 회장이 자살한 점 등 의문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권노갑 미스터리’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신동아’ 2004년 2월호, 6월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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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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