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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인터뷰

‘뚝심 경영인’ 광동제약 최수부 회장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는 넘어갈 때까지 찍어라!”

  • 글: 김순희 자유기고가 wwwtopic@hanmail.net

‘뚝심 경영인’ 광동제약 최수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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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심 경영인’ 광동제약 최수부 회장

광동제약이 개발한 비타민음료 ‘비타500’은 ‘박카스’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얘기네요.

“그건 틀린 말이에요. 내가 열두 살 때부터 톱이나 도끼로 온갖 나무를 다 베 봐서 아는데 열 번 찍어도 안 넘어가는 나무가 허다해요, 허다해.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면? 그야 넘어갈 때까지 찍으면 되죠. 중요한 건 상점과 사무실에 자주 들러서 인사하는 게 아니라 언젠가는 이 사람이 내 고객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대하는 자세예요. 영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집념과 끈기라고 봐요.”

-집념과 끈기 다음으로 중요한 게 있다면요?

“당당한 자세와 남다른 배짱! 영업사원이라고 무조건 굽실거려서는 절대 안돼요. 약 하나 팔려고 굽실거리고 애걸하면 상대방이 무시하게 돼 있어요. 인간적인 모멸이 든 상태에서는 오히려 실적 올리기가 어렵거든. 난 당당하게 허리를 펴고 다녔어요. 취직한 지 얼마 안 돼 좀 엉뚱한 생각을 했어요. 비싼 약을 팔려면 돈 많은 곳으로 가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제일 돈 많은 곳이 어딜까. 결론은 재무부였어요. 은행을 좌지우지하는 곳이니까, 그곳이 돈 많은 관공서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길로 재무부의 이재국장 방을 찾아갔죠.”

-영업사원 신분으로 이재국장을 쉽게 만날 수 있었나요?



“웬걸, 비서에게 내 직업을 숨긴 채 국장을 만나러 왔다고 했죠. 국장 앞에 ‘경옥고’의 효능을 알리는 전단지를 꺼내 설명했더니 얼굴이 바로 일그러집디다. 가타부타 말도 없이 여비서를 부르더니 ‘어디서 약장수 따위를 내 방에 들여보냈냐. 그러고도 월급을 받을 거냐’고 호통을 치더라고. 눈물이 쏟아지려는 걸 참았죠. 어린 시절부터 온갖 궂은일을 다 해왔지만 그날만큼 가슴을 짓누르는 수모를 당한 적이 없어요. 된통 혼난 여비서에게도 미안했고.”

‘약장수 따위’라는 말을 들은 그는 영업사원을 그만둘 생각도 했지만 밤새 고민한 끝에 다음날 이재국장을 다시 찾아갔다. 국장실 앞 복도에서 오랜 시간을 기다려 만난 이재국장에게 “나 같은 장사꾼과는 달리 국장님은 최고학부를 나오고 고시까지 패스한 분 아니냐. 이재국장이라면, 우리 같은 서민이 하늘같이 여기고 우러러보지 않느냐. 나도 세금 꼬박꼬박 내고 사는 이 나라 국민이다. 하지만 녹을 받고 사는 사람이 하잘것없는 외판원이라고 대놓고 면박을 주는 건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고 가슴에 맺힌 얘기를 쏟아내자, “미안하게 됐다. 어떻게 하면 자네 마음이 풀어지겠는가. 약 하나 사주면 되겠냐”는 답이 돌아왔다.

“뜻밖이었지. 국장의 말이. 약 값이 얼마냐고 묻기에 ‘기왕 살 거면 온 가족이 다 먹을 수 있는 큰 것으로 사달라’고 했어요. 국장은 내 말을 듣고 기가 막히다는 듯 너털웃음을 터뜨렸지. 그날 이재국장에게 16만환짜리 ‘경옥고’ 한 개를 팔았어요. 지금 돈으로 치면 1000만원이 넘는 거금인데 외판원 생활을 하는 동안 이 기록을 깨지 못했어요. 제약업계에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남아있지….”

재무부 이재국장의 ‘항복선언’

-보통사람 같으면 이재국장을 다시 안 찾아갔을 텐데, 대단한 배짱이네요.

“배짱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어요. 고객이 있는 곳이라면 못 갈 데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한번은 광화문에 있던 국회로 영업을 나갔어요. 한 상임위원회 회의실에서 국정 현안을 놓고 여야 의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더라고. 휴식시간에 회의실에 들어가 홍보전단을 쭉 돌렸더니 의원들이 하나같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 겁니다. 이를 보다 못한 한 의원이 ‘내, 의원생활 십수년 동안 국회 회의실에 뭘 팔러 들어온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다’ 그럽디다.”

-의기양양하게 국회에 들어갔는데, 약은 팔았나요.

“아니, 못 팔았어요. 그렇다고 포기할 내가 아니죠. 국회의원 대신 전문위원 한 사람을 상대로 영업을 했죠. 이후 그 사람을 통해 국회의원 여럿을 소개받아 고객으로 만들었어요. 결국 국회의원에게 약을 팔겠다는 목적은 달성한 셈이죠.”

그는 주머니에 두 가지 종류의 담배를 넣고 다녔다. 오른쪽 주머니에는 그가 평소 피우는 값싼 ‘파랑새’를, 왼쪽 주머니에는 고객 접대용으로 고급 담배 ‘아리랑’을 넣었다. 고객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가기 위한 영업전략이었다.

그의 외판원 시절 경험담을 들으니 영업의 귀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다른 집념과 쉽게 포기하지 않는 끈기, 당당한 자세와 배짱, 성실한 고객관리로 그는 3년 연속 판매왕 자리를 지켰다. 영업사원을 시작한 이듬해 그는 자기 사업체를 경영하겠다는 목표하에 적금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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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순희 자유기고가 wwwtopi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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