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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 취재

‘방송의 꽃’ 여성 아나운서의 세계

샐러리맨 수입에 연예인 지출, 살아남으려 발버둥 치는 힘겨운 ‘백조’

  • 글: 조희숙 자유기고가 gina05@hanmail.net

‘방송의 꽃’ 여성 아나운서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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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방송사의 여성 앵커 선발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의 9시 메인뉴스를 맡고 있는 여성 앵커는 모두 6명. 이중 지난 6월 MBC 사내 공모를 통해 아나운서에서 기자로 전직한 김주하 앵커를 제외하면 MBC 박혜진(주말), KBS 정세진(평일)·최원정(주말), SBS 김소원(주중)·윤현진(주말) 등 5명이 모두 아나운서 출신 앵커들이다.

방송사의 뉴스 앵커는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MBC와 KBS의 간판 앵커 백지연 아나운서와 신은경 아나운서는 신입사원 시절 회사의 ‘지명’으로 메인 앵커에 발탁됐다. 1980년대 중반 이후에는 사내 오디션을 통한 뉴스 앵커 선발체제로 전환됐다. 하지만 여성 아나운서들은 앵커 선발 과정의 객관적 기준이 모호하다고 주장한다.

“공개 오디션을 통해 처음에는 아침 종합뉴스 생활정보 코너를 진행한 후 7개월 뒤 주말 9시 뉴스로 이동했다. 2년 뒤 평일 9시 뉴스로 자리를 옮겼는데, 그 과정에서 오디션은 없었고 윗사람들과 평가자들의 평가로 선발됐다고 들었다.”(30대 미혼 아나운서)

“데스크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앵커가 되느냐 마느냐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일이기 때문이다.”(30대 기혼 아나운서)

SBS는 지난 3월 SBS ‘8시 뉴스’의 여성 앵커를 곽상은 기자에서 김소원 아나운서로 교체했다. 미혼 여성이 앵커로 발탁되는 관행에 비추어 보아 30대 기혼인 김소원 아나운서의 발탁은 매우 이례적이다. 선발 배경에 대해 SBS 유협 아나운서팀장은 “전체 아나운서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기 위해 공개 오디션을 거쳐 선발했다”고 설명한다.



KBS 표영준 아나운서국장은 앵커 선발과정에 대해 “자체 오디션을 거치지만 공개적인 것은 아니다. 아나운서의 앵커 자질을 테스트할 수 있는 간단한 프로그램에 투입시켜보는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평가를 거친 후 아나운서의 평소 이미지와 경력 등을 고려해 선발한다”고 설명했다. MBC 이윤철 국장도 “본인이 하고 싶다고 해서 모든 프로그램을 다 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본인의 의지는 참고사항일 뿐 최종결정은 회사 차원에서 이뤄진다”고 밝혔다. 앵커 선발은 아직도 ‘윗선’의 권한임을 짐작케 한다.

한 인터넷 칼럼니스트는 남성 앵커와 여성 앵커의 나이 차이가 최고 20년 이상 나는 것에 대해 “한국 중년 남성의 ‘영계’ 취향을 그대로 살린 뉴스 포맷”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모 방송국 아나운서팀장은 “여성 앵커에겐 효과적인 뉴스 전달력도 필요하지만 ‘여성으로서의 매력’도 무시할 수 없다”고 털어놓는다. 다른 방송사 간부 역시 “여성 앵커는 젊고 예뻐야 한다는 (간부진의) 의견에 이의를 제기한 적도 있지만 결과는 언제나 그런 쪽으로 흐르고 만다”고 씁쓸해했다.

망가질수록 뜬다?

“30초 안에 마음을 열어드릴게요! 자신 있어요.”

SBS의 한 여성 아나운서가 직접 작성한 자신의 홍보문구다. 최근 SBS는 자사 아나운서 29명의 프로필 사진과 홍보문구를 적은 이 같은 홍보물과 엽서, 책갈피를 제작해 시청자와 언론사에 배포했다.

SBS 유협 팀장은 “각 아나운서의 캐릭터와 장점을 살려서 프로그램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공격적 마케팅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상업방송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외주 제작부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는 SBS의 인력활용은 아나운서도 예외가 아니다. 일례로 유 팀장은 주말에 방송되는 ‘사랑해요 우리말’을 꼽는다.

‘사랑해요 우리말’은 매회 짤막한 에피소드를 드라마 형식으로 구성해 올바른 우리말 쓰임새를 알려주는 1분40초짜리 프로그램. 시청자들 사이에서 반응이 좋은 이 프로그램에는 ‘특별한 재미’가 하나 있다. 바로 아나운서들의 연기 도전. 단정한 이미지의 아나운서가 서툴고 어설픈 연기로 시청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아나운서들이 ‘망가지는’ 모습은 명절 특집 프로그램에 빠지지 않는 단골 아이템이다. 해마다 각 방송사의 명절 프로그램에는 으레 아나운서들이 특별출연한다. ‘남자 핑클’로 변신한 왕종근 아나운서, ‘막춤의 끼’를 유감없이 발산한 오영실 아나운서도 명절 특집프로그램에서 의외의 면모를 보여줬다.

이른바 ‘멀티 엔터테이너 아나운서’의 원조는 프리랜서로 활동중인 전 SBS 아나운서 유정현과 전 KBS 아나운서 임성민이다. 두 사람은 아나운서의 영역이 지금보다 제한적이던 시절에 이미 연기자와 오락 프로그램 진행자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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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희숙 자유기고가 gina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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