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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범의 클래식으로 세상읽기 ⑤

클래식 음악 방송

인터넷 박리다매로 불법 다운로드 막을 수 있을까?

  • 조윤범│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 리더 yoonbhum@me.com│

클래식 음악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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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을 광고하려는 게 아니다. 아이폰이 유독 우리나라에 늦게 들어온 이유를 잘 살펴보면, 그것은 한낱 기계 문제가 아닌 바로 시장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즘 언론에서는 아이폰이 만들어낸 거대한 ‘애플리케이션 스토어(Appli-cation Store)’에 대한 이야기로 시끄럽다. 휴대전화로 하는 게임이나 업무용·생활용 소프트웨어를 다운받는 시장이다. 일반 휴대전화를 위해서는 많아야 수백 개의 소프트웨어가 존재하지만, 앱스토어(App Store·애플사의 소프트웨어 다운로드 서비스)는 무려 10만개의 소프트웨어를 확보하고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아이폰의 가공할 만한 힘이다.

앱스토어 이전에도 원동력은 있었다. 세계 최대 음악시장이 돼버린 ‘아이튠즈(iTunes) 스토어’다. 그렇다. 음악이다. 음악은 예술임과 동시에 엄청난 수요를 가진 상품이다. 그러나 이것을 아직 한국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이 글이 읽힐 때쯤 상황이 바뀌어 있을 수도 있고, 아이폰 국내 출시가 그랬던 것처럼 영영 연기될 수도 있다. 아이폰이 출시된 마당에 앱스토어와 함께 중요한 시장인 아이튠즈 스토어의 오픈이 불가능한, 아니면 늦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애플사의 전략

클래식 음악 방송

2009년 11월28일 아이폰을 예약한 시민들이 론칭쇼를 보기 위해 줄을 서 있다.

그 시작은 아이팟이었다. 애플은 MP3플레이어가 세계시장에 막 뿌리내리고 있을 때, MP3플레이어라는 기기명 자체를 ‘아이팟’이라고 바꿔버렸다. 그 전략은 매우 독특했다. 애플은 아이튠즈라는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배포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언뜻 MS의 윈도 미디어 플레이어 같은 재생기처럼 보였지만, 가지고 있는 CD를 손쉽게 MP3 파일로 전환하는 리핑(ripping) 소프트웨어였다. 이것이 인기를 끌자 아이팟이라는 하얀 물건을 내놓았다. MP3 파일뿐 아니라 자신들이 만든 AAC 포맷을 비롯해 여러 형태의 음악을 재생할 수 있는 휴대기기였다. 엄청나게 예뻤다. 흰색 이어폰이 유행한 것도 이때부터다. 아이튠즈를 사용하던 사람들은 그것과 가장 궁합이 잘 맞는 아이팟을 구입하게 마련이었다.

여기까지는 별로 특별하지 않을 수 있다. 진짜는 이제부터다. 아이튠즈는 마치 웹 브라우저처럼 진화했다. 수많은 음악을 합법적으로 구입하고 다운로드하게끔 사람들을 유도했다. “당신이 그 예쁜 기기를 사용하고 있다면, 음악파일을 불법으로 다운로드받는 것보다는 음악을 아주 싸게 구입하는 편이 더 좋을 겁니다” 하고 부추기는 것이다. 냅스터(Napster) 같은 파일 공유 프로그램에 의존해 범법자 취급을 받던 사람들이 합법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시장으로 마우스를 옮기기 시작했다.



아이팟을 겨냥한 아이튠즈 스토어는 당연히 대중음악 분야로 마케팅을 펼쳤지만, 한편으로 거대한 클래식 음악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불법 다운로드가 아무리 판을 쳐도 클래식 음반(CD) 시장은 살아남을 줄 알았다. 왜냐하면 클래식 애호가들이 저음질의 MP3에 만족할 리 없을뿐더러 다운로드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이 맞든 안 맞든 음반 매장에서 클래식 음반 판매 비율은 줄어들지 않았고, 오히려 많은 곳에서 클래식 코너를 확장했다.

클래식 음악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은 어떤 잣대를 갖고 있을까? 일단 음악이 많아야 한다. 그들은 누가 신곡을 발표했다고 해서 그쪽으로 쏠리지 않는다. 수많은 작곡가와 수많은 작품이 있고, 수많은 연주자가 존재한다. 그중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구입하는 사람들이다. 당연히 클래식 전문 매장을 선호한다. 지방에 사는 클래식 애호가들은 자신이 찾는 음악을 구하기 위해 서울의 대형 전문 매장을 방문하거나 집에서 주문한다.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해외 주문을 하는 사람도 엄청나게 많아졌다. 그만큼 그들이 원하는 음악은 다양하다.

그런데 우리가 미처 관심을 갖지 않는 사이 디지털 다운로드 시장에 세계 최대 클래식 음악 매장이 소리 없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것도 고음질로. 이제 아이튠즈 스토어에 대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거기에 없으면 다른 곳에 없다.” 진짜 그렇다. 대중화한 곡은 물론 애호가들도 구하기 힘든 음악까지 디지털화한 음원으로 올라올라와 있고, 대부분 앨범 가격이 9.99달러다. 우리 돈으로 1만원이 조금 넘는다. 대부분의 클래식 CD는 그보다 비싸다. 더 충격적인 건, 트랙별로도 구매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각각의 트랙은 99센트, 1000원이 조금 넘는다. 물론 트랙 구매가 불가능한 음악도 있다. 하지만 잘 찾아보면 같은 음악을 연주한 다른 연주자의 트랙을 구입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음악시장

컴퓨터에서 아이튠즈로 음악을 다운로드한 다음 가지고 있는 아이팟에 연결하면 자동으로 들어간다. 간단한 검색만으로 베토벤의 현악사중주를 연주한 수많은 연주자 목록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구하기 힘든 수십 년 전 희귀 음반도 여기서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수많은 음반사, 즉 음원 공급자들이 이렇게 큰 시장을 놓칠 수 없어 기꺼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원하는 앨범 혹은 듣고 싶은 악장을 클릭 한 번에 구매한다. 그 방법이 너무 쉬워서 충동구매를 막을 수 없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LP나 CD를 추억하는 사람들은 이런 것을 안 좋아할 수도 있다. 그런 심리를 읽었는지 아이튠즈가 LP에서나 볼 수 있었던 예쁜 북릿(booklet)까지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나라마다 사정이 조금씩 달랐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이튠즈 스토어가 공식적으로 열리지 않았다. 국내 음반사와 그들이 제공하는 음원을 판매하는 업체, 즉 통신업체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다. 이 때문에 국내 사용자들은 아직까지 미국에서도 통용되는 신용카드를 이용하거나 ‘편법’으로 구매한다. 하지만 상황은 곧 바뀔 것이다. 지난 3년간 국내 휴대전화 제조사와 통신업체들은 아이폰의 단점을 부각시키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아이폰을 흉내 낸 제품들을 계속 내놓았다. 마치 멀티 터치 휴대전화를 자신들이 처음 만든 것처럼, 심지어 자존심마저 버린 듯 아이폰과 비슷한 디자인의 제품을 대대적으로 광고했다. 언론사도 그들 장단에 맞춰 춤을 췄다. 그 뒤에 거대한 음악시장과 애플리케이션 스토어가 있다는 사실을 숨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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