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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적 시각으로 본 세계사

  • 고승철│저널리스트 koyou33@empas.com│

음모론적 시각으로 본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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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적 시각으로 본 세계사

‘비밀결사의 세계사’<br>김희보 지음/ 가람기획/ 390쪽/ 1만8000원

드라마 ‘아이리스’가 왜 인기를 끌까. 여러 요인이 있겠으나 ‘아이리스’라는 비밀결사(結社)에 대한 궁금증도 작용했으리라. 미국 소설가 댄 브라운의 최신작 ‘로스트 심벌’이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도 마찬가지다. 브라운은 2003년에 ‘다빈치 코드’라는 작품에서 시온 수도회라는 비밀결사의 내막을 소재로 삼아 재미를 본 적이 있다.

비밀결사…. 듣기만 해도 뭔가 신비롭고, 등골이 오싹해지지 않는가? 피 끓는 어느 젊은이는 “나도 가입할 수 없을까?”하는 호기심이 생기리라. 청소년 폭력조직인 ‘일진회’만 해도 주먹이 근질거리는 10대 소년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자 동경의 대상 아닌가. 비밀결사는 대체로 반(反)사회적 이미지를 가졌지만 독립운동단체, 자선단체 등 공익 목적 조직도 적잖다.

1970년대에 왕성하게 활약했던 소설가 이병주 선생은 “햇볕에 바래지면 역사가 되고 월광(月光)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라는 명구를 남겼다. 비밀결사에 얽힌 이야기는 달빛에 물든 신화가 대부분이다. 황당무계하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그럴듯하다. 원인을 검증하기 어려울수록 야릇한 신비주의가 기승을 부린다.

비밀결사가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은 역사를 움직인 여러 사건이 인위적으로 ‘기획’됐다고 본다. 프랑스혁명, 러시아혁명, 제2차 세계대전 등이 그렇다는 것이다. “2008년 여름에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도 모종의 음모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유명인사의 죽음과 관련해서는 음모론이 더욱 판을 친다.

지난 10여 년 사이, 음모론이 확산되는 데에는 이탈리아의 기호학자 겸 소설가인 움베르토 에코가 한몫을 했다. 그의 출세작 소설 ‘장미의 이름’은 중세 시대 의문의 피살사건으로 시작한다. 이 작품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이를 흉내 낸 아류가 쏟아져 나왔다. 역사적 사실과 상상력이 결합된 ‘팩션’ 소설이라면 으레 도입부에서 의문의 변사체가 등장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으니 범인을 비밀결사 멤버로 몰아세우는 것이 유행이 되다시피 했다. 소설이 영화와 드라마로 확대 재생산되면서 관중은 사실과 허구를 혼동하게 됐다.



문학평론가 겸 소설가인 김희보 선생이 쓴 ‘비밀결사의 세계사’는 비밀결사의 과거와 현재를 풍부한 사례를 들어 소개한 책이다. 저자는 ‘소설 창세기’ ‘쿰란의 두루마리’ 등 기독교 관련 서적을 여러 권 냈으며 월간 ‘기독교사상’ 주간으로 활동했다. 역사상 여러 비밀결사가 주로 종교와 관련되므로 저자의 전문성이 발휘된 것으로 보인다.

美 대통령 22명이 프리메이슨?

이 책은 비밀결사에 관한 동서고금의 사례를 망라했다는 점에서 가치를 지닌다. 제목에 붙은 ‘세계사’라는 말이 과장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만큼 다양한 내용을 포함했다. 단행본이지만 작은 백과사전 같다.

비밀결사의 유래는 인류 역사와 궤를 함께한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권력자와 성직자가 비밀 종교의식을 가졌다. 이들은 신전의 밀실에서 오시리스 신에게 제사를 지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도 신들에게 비밀리에 제사를 올리는 경우가 잦았다. 중국에서는 BC 1세기 무렵에 도교의 영향을 받은 ‘적미(赤眉)’라는 비밀결사가 생겼다. 회원은 눈썹을 붉게 칠했기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이들은 압제자에 대항하는 지하조직으로 암살 집단이었다고 한다.

11세기에는 카스피 해 남쪽 산악지대에 ‘아사신’이라는 암살 교단이 생겼다. ‘하산’이라는 교주가 창시했는데 암살 요원은 교단의 권위를 상징하는 뜻에서 암살할 때 단검을 사용했다. 하산은 35년 동안 산에 은둔한 채 암살지령을 내린 전설적인 인물이다. 자객을 뜻하는 ‘아사신’이라는 단어는 이때 생겼다. 가수 비가 주연한 할리우드 영화 ‘닌자 어쌔신’도 1000년 전의 비밀결사에서 제목이 나온 셈이다.

비밀결사 이야기가 나오면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단체가 프리메이슨(Freemason)이다. 고대 이스라엘의 솔로몬 왕 시절에 예루살렘 성전을 지을 때 일한 석공(mason)들이 만든 비밀조직에 뿌리를 두었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1717년 영국 런던에서 본부가 결성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는 것. 1737년 영국 황태자가 가입하면서 유럽의 왕족, 귀족, 예술가들이 줄지어 입회했다고 한다. 음악가 모차르트, 독일의 문호 괴테와 러시아의 문학 대가 톨스토이도 회원이라고.

사회개혁을 꿈꾸는 프리메이슨은 프랑스혁명과 미국 독립전쟁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혁명에서 주요 역할을 한 오를레앙 공(公)과 미국 독립전쟁에 기여한 라 파예트 공이 프리메이슨의 프랑스 지부(그랜드 로지)의 핵심 간부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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