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2월 서울에서 열린 동방신기의 ‘아시아 투어 콘서트-인 서울’. 동방신기는 3일 동안 열린 이 단독 콘서트에서 총 3만6000명의 팬을 불러 모았다.
동방신기는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와 부당계약 관련 법정 분쟁을 벌이는 와중에도 2009년 일본과 한국에서 900억원이 넘는 음원 매출을 기록해 최소 1264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로 일본에서 활약했기 때문에 국내 시청자 눈에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2009년 한 해 동안 이들은 비, 빅뱅, 고현정, 유재석, 강호동 등 최고의 스타들을 제치고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린 국내 연예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국내 최고매출을 올린 인기그룹의 해체 위기 소식은 경제뉴스가 아닌 연예가 가십뉴스로 분류돼왔다. 그러나 콘텐츠 산업의 비약적인 성장을 감안하면 이 같은 흐름은 보다 정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더욱이 동방신기나 슈퍼주니어 같은 아이돌 그룹은 그 브랜드만으로도 아시아의 팬들에게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콘텐츠 비즈니스는 이제 대한민국의 국격(國格)과도 관계가 깊은 산업인 셈이다.
2009년의 SM사태가 의미심장한 것은 이 사건이 2001년 H.O.T 멤버들의 분쟁사례와 근본적으로 유사하기 때문이다. 관계자들의 눈에는 일종의 데자뷰인 셈이다. 뒤집어 말하자면 이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본질과 그것을 운영하는 체계 사이에 중대한 부조화가 내재해 있음을 드러내는 증거다. 2000년대 들어 대한민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주먹구구식 ‘딴따라’ 사업에서 명실상부한 콘텐츠 산업으로 성장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한민국의 문화산업이 비약적 도약(quantum leap)을 이루려면, 산업의 본질과 그에 최적화된 운영체계가 무엇인지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스타’의 재무적 특성
엔터테인먼트 사업도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활동이므로 먼저 재무적 고찰이 필수적이다. 연예 비즈니스를 투자와 회수의 관점에서 보자면 회수에 걸리는 시간이 다른 업종에 비해 길다는 것이 가장 본질적인 특징이다. 이는 앞서 얘기한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의 계약분쟁 주요내용이 전속계약 기간 문제였다는 사실과 그대로 연결된다.
기업의 투자비는 크게 미래사업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비와 결정된 미래사업의 실행을 위해 토지, 설비 등에 투자되는 설비투자비(CAPEX·Capital Expenditure)로 나뉜다. 업종에 따라 이들 투자비의 비율은 다르게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제약업처럼 상품이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고 시장화 가능성이 불투명한 프로젝트가 많은 산업에서는 연구개발비가, 일반제조업에서는 설비투자비가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