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희경은 신작 ‘소년을 위로해줘’를 통해 누구나 간직한 소년의 감수성을 말한다.
그는 1997년 소설집 ‘타인에게 말 걸기’로 동서문학상을, 1998년 단편소설 ‘아내의 상자’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1998년), ‘마이너리그’(2001년)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랐다. 2005년 출간한 장편소설 ‘비밀과 거짓말’은 “한국 사회의 근대화 과정이 안고 있는 모순과 갈등, 성취의 실상을 두 세대에 걸친 한 가족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이산문학상을 수상했다. 중견 작가로서 정점에 선 그가 5년 만에 들고 나온 장편소설이 바로 ‘소년을 위로해줘’다.
‘소년을 위로해줘’는 힙합 음악에 빠진 열일곱 살 소년 연우의 얘기다. 그는 이혼 후 ‘옷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엄마와 단둘이 산다. 철없어 보이는 엄마를 “신민아씨”라고 부르는 두 사람의 모자 관계는 보통 가정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엄마에게는 문화평론가이자 여덟 살 어린 애인 재욱이 있다. 연우가 힙합에 매료된 것은 동급생 태수가 들려준 힙합 그룹 ‘G-그리핀’의 노래를 우연히 접하면서부터. 미국에서 온 귀국 부적응자 태수와의 우정, 신비로운 소녀 채영과의 사랑을 통해 연우는 성장한다.
전작 ‘비밀과 거짓말’에서 묵직한 서사를 보여준 그가 소수 젊은이의 전유물인 힙합을 다룬 점은 신선한 파격으로 다가왔다. “50대 작가가 힙합과 10대 얘기를 다룬 이유가 궁금했다”는 반응에 그는 일침을 가했다. “누가 썼느냐는 선입관 없이 이 소설을 읽어줬으면 좋겠다”면서.
“소설 독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죠. 먼저 주인공과 작가를 동일시하는 ‘작가 동일시 독법’이 있는데, 작가와 주인공이 완벽히 일치하는 건 아니잖아요. ‘이게 현실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야’ 하고 생각하는 독법도 별로 좋지 않다고 봐요. 사실 ‘쓴 사람이 누구냐’는 평론가가 관심을 가질 문제지, 독자는 그냥 작품으로 읽어줬으면 좋겠어요. 요즘은 ‘소년을 위로해줘’라는 제목이 적절했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해석의 여지를) 너무 제한하잖아요. 이 소설은 단순히 열일곱 살 소년의 얘기가 아니에요. ‘새의 선물’이 단순히 열두 살 소녀의 얘기가 아니 듯.”
“우리는 낯선 우주의 떠돌이 소년”
은희경은 ‘작가의 말’에서 “우리 모두가 낯선 우주의 고독한 떠돌이 소년”이라고 썼다. 나이와 성별을 떠나 누구나 간직한 소년의 감수성을 건드리는 것이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시스템에 얽매이지 않는” 아웃사이더다. 또한 이 소설이 주목하는 것은 힙합의 혁명성과 마이너리티 삶의 가치다. 문득, 1958년생 개띠 친구 네 명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다룬 그의 전작 ‘마이너리그’가 여기에 겹쳐진다. 한국 문단의 주류인 은희경은 왜 ‘마이너 세계’에 천착하는가.
“사람들이 ‘마이너 세계에 관심 있으십니까’라고 물어보면 저는 말이 통해야 하니까 그렇다고 답하죠. 하지만 속으로 ‘나는 메이저, 마이너라고 경계를 나누는데 반발하는 소설을 썼어’ 하고 생각해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메이저와 마이너를 가르지 말자. 그냥 너는 너, 나는 나’라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