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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우의 세상읽기

MB는 안 변해도 세상은 변한다

MB는 안 변해도 세상은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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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의 정권이라고 크게 달랐겠는가? 정권을 잡는다는 것 자체가 그 과실을 나누어 먹는 것이거늘 세상물정 모르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그럴 거라면 공정사회 얘기는 하지 말았어야 한다. 매달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공정사회 점검회의를 주재한다는 말도 하지 않는 게 낫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이 공정사회의 핵심과제는 아니다. 선진국의 문턱을 단숨에 넘자는 말도 하지 말아야 한다. 경제성장만으로 선진국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대통령 말처럼 성숙한 민주국가가 돼야 한다. 모든 인사 논란의 근본이유도 상식에 반하고 성숙한 민주국가와는 거리가 먼 독단과 아집의 소산이 아닌가. 인사검증시스템을 백날 바꿔봐야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소용없는 노릇이다.

일기가성(一氣呵成)이라! ‘일을 단숨에 매끄럽게 해낸다’는 뜻을 지닌 4자성어라는데, 청와대가 신년 화두로 내세운 이 말과는 달리 대통령의 행보는 새해 벽두부터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서울 G20정상회의를 통해 당당히 세계 속의 대한민국으로 우뚝 섰고, 우리 경제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높은 6%대의 경제성장을 달성했으며, 수출 세계 7위의 무역대국이 되었다”며, 이제 선진국의 문턱을 단숨에 넘어야 한다던 기세도 주춤한 듯하다. 겉모습만이라도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을 갖춰야 할 감사원장에 비서 출신을 내정하는 무감각하고 무리한 인사가 자초한 결과다. 이 와중에 ‘구제역 쓰나미’가 덮쳤고, 청와대 감찰팀장까지 ‘함바 게이트’에 연루됐으니 50% 안팎이라는 대통령 지지율이 무색하게 됐다. 게다가 그동안 고분고분 말 잘 듣던 여당이 느닷없이 ‘반란’을 일으켰으니 보통 일이 아니다. 당장이야 당에서 꼬리를 내렸다지만 내년 총선에 가까워질수록 표를 의식해야 하는 여당의원들은 청와대 눈치만 보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기야 다수 국민에게는 대통령과 여당의 힘겨루기에서 어느 쪽이 이기고, 어느 쪽이 밀리는지는 관심 밖이다. 선거 없는 해에 정국이 안정된 가운데 나라가 잘되고 국민 각자의 형편도 나아지는 것이 소박한 바람이다. 그러자면 또다시 인사 파동 같은 것은 없기를 원한다. 새삼스레 도덕적 권위까지는 기대할 수 없더라도 상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인물들이 공직을 맡아 공익을 위해 일해주기를 바란다. 더 이상 두루미니 까마귀니 하는 엉뚱한 소리로 헷갈리게 하고, 화나게 하고, 짜증나게 하는 일이 없기를 요구한다. 일기가성도 좋지만 그에 앞서 백성이 가장 귀중하고 임금은 그보다 덜 중요하다는 ‘민귀군경(民貴君輕)’의 정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이 대통령은 올해 국정의 두 축으로 안보와 경제를 들었다. 북의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한반도 평화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국정과제로 떠올랐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은 절대 다수 국민의 요구다. 경제는 이 정권의 첫 번째 존재 이유다. 그러나 지극히 당연한 과제도 권력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이루어내기 어렵다. 더구나 지금은 과거 개발독재시대처럼 모든 가치를 희생해서라도 경제만 좋아지면 되는 때가 아니다. 3년 전 다수 유권자는 경제 살리기를 앞세운 이명박 후보를 선택했다. 그러나 다음 대선에서는 도덕성의 가치를 우선하겠다고 한다.

최근 복지담론이 시대적 의제로 대두하는 것도 이러한 국민의 의식변화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복지국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수준”이라고 했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복지지출 비중은 OECD 30개 회원국 중 최하위권(29위)이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성장과 효율적 복지의 조화를 모색하는 진지한 노력이 필요하다. 야당이 단지 표를 얻기 위해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것이라면 무책임한 포퓰리즘이겠지만, 판에 박힌 듯 복지망국론을 강조하는 것 또한 경직된 이데올로기일 뿐이다. 빈부 양극화와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문제의 해법과 대안을 찾는 노력은 경제 살리기 못지않게 중요하다. 하지만 이 대통령에게 그런 수준의 소통과 설득의 리더십을 기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대통령의 역할과는 상관없이 복지담론은 곧 한국사회의 핵심의제가 될 것이다. 대통령이 사회의 핵심의제를 주도하지 못한다면 그 또한 레임덕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지 않겠는가.



MB는 안 변해도 세상은 변한다
全津雨

1949년 서울출생

동아방송 기자

월간 신동아 편집장

동아일보 논설실장·대기자

現 경원대 초빙교수

저서: 작품집 ‘하얀 행렬’ ‘서울의 땀’, 칼럼집 ‘역사에 대한 예의’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은 “MB는 안 변한다”고 말했다. 대통령보고 변하라고 하는 것은 이미 처음부터 안 되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홍준표 발언’의 무게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의 말이 틀리지 않다면 인식의 지체현상이 빚는 대통령과 여당의 갈등, 여야의 반목, 그리고 빠르게 진화하는 사회와의 부조화로 신묘년 한 해도 ‘단숨에 매끄럽게 해낸다’는 일기가성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비관하거나 낙망할 일은 아니다. 일기가성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닐 테니까. 대통령이 안타깝게 생각한들 부적절한 인물이 국무총리, 감사원장, 장관이 될 수는 없는 세상이 됐으니까. MB는 변하지 않더라도 세상은 변하는 법이니까.

신동아 2011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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