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호

“과학비즈니스벨트 제2의 세종시 사태 우려된다”

염홍철 대전시장

  • 정현상│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11-01-20 14: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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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 공약인 과학벨트 충청권 입지 지켜야’
    • 청와대·한나라당 항의방문하겠다
    • 고부가가치 마이스(MICE)산업 키우겠다
    • 무상급식은 의무교육의 연장선
    “과학비즈니스벨트 제2의 세종시 사태 우려된다”
    염홍철(67·자유선진당) 대전시장은 화가 많이 나 있었다. 1월6일 시장 집무실에서의 일이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 사업의 입지 선정 문제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 대통령선거 때 충청권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하지만 지금은 슬그머니 발을 빼는 형국이다.

    과학벨트는 앞으로 7년간 3조5000여억원을 투자해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입자가속기 등 대형 기초연구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관련 특별법이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서 22개월간 표류하다 지난해 12월8일 통과됐는데 입지가 명시되지 않았다. 염 시장의 판단은 이것이 충청권을 배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 사이 광주·전남, 포항·대구, 전북, 경기 등이 서로 과학벨트 유치전에 나섰다.

    “과학벨트가 일반적인 국책사업이라면 전국 공모절차를 거쳐서 선정하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그 시작이 대통령의 선거공약사항이었어요. 충청권의 과학벨트를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까지 발표했는데, 법에서 이를 명기하지 않았다는 점은 충청권을 배제하겠다는 논리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또 과학벨트에 중입자가속기 등이 들어서게 되는데 정부가 올해 예산 가운데 200억원을 새로 반영해 포항에 ‘4세대 방사광 가속기’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과학벨트 내 중이온가속기 사업이 위축되지 않겠습니까. 과학벨트 입지 선정 문제가 특별법 통과 뒤 정부의 수정안 발의로 논란이 됐던 세종시 문제처럼 진행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염 시장은 자유선진당 소속이지만 민주당 소속인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시종 충북지사와 한목소리로 과학벨트 충청권 유치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8월12일 행정협의회를 열고 과학벨트를 충청권에 조성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결의했고, 12월16일엔 과학벨트 충청권 조성 대정부 공동건의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충청권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을 어떻게 규합할 것인지를 두고는 약간의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 선거공약은 원칙적으로 지켜야 하지만, 상황에 따라 바뀔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물론 공약은 변경되고 취소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충분해야 합니다. 대선공약은 과학벨트의 충청권 입지가 타당하다는 연구결과를 근거로 해서 나왔을 텐데 지금에 와서 그것을 부정하려 한다면 지역민들이 이해할 수 있게 해야지요. 지금은 아무런 설명 없이 진행되고 있어 납득하기 힘듭니다.”

    ▼ 정부의 답은 무엇인가요.

    “명쾌한 설명이 없습니다.”

    과학벨트, 7조1000억원대 생산유발효과

    ▼ 충청권에 세종시가 들어서게 되니 과학벨트는 다른 지역에 양보해도 되는 것 아니냐는 논리를 펴는 이도 있습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과 전화통화를 했더니 ‘세종시가 수정안으로 갔다면 과학벨트를 줬을 텐데 원안으로 가서 주지 못한다는 식의 감정적인 처리는 의회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하더군요.”

    ▼ 과학벨트와 관련해 앞으로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까.

    “상반기에 입지를 선정한다고 하니 우리도 거기에 맞춰 강력하게 대응할 계획입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을 항의방문 하겠습니다. 대전·충청 공무원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인 3개 시도 추진협의회를 만들고 시민들과 정치권까지 연계해서 과학벨트를 지키기 위한 총체적 운동을 전개하겠습니다. 충청권 입지 약속이행 총궐기대회, 500만 충청인 서명운동을 펼치고, 과학벨트 조성 종합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연구용역도 추진해 입지선정 절차에 대비하겠습니다.”

    ▼ 신년에 시장님이 뽑은 사자성어 ‘자강불식(自强不息·스스로 힘써 노력하기를 쉬지 않는다)’의 자세로 과학벨트 유치에 나서겠군요.

    “하하, 그렇지요. 자·강·불·식이라….”

    “과학비즈니스벨트 제2의 세종시 사태 우려된다”

    1월3일 염홍철 시장이 대전 시내에서 환경미화원 현장체험을 하고 있다.

    염 시장은 느릿느릿하지만 분명한 어조로 사자성어를 되뇌었다. 그는 이어 과학벨트를 유치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안 된다는 자세로 하기에는 문제가 있죠”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과학벨트의 등장은 해당 지역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낳을 것으로 전망된다. 2009년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과학벨트는 직접적으로 7조1000억원대의 생산유발효과, 3조5000억원대의 부가가치와 7만7000명의 고용 창출을 낳을 것으로 전망됐다. 또 향후 20년 동안 국민경제에 235조원대의 생산유발효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됐다.

    황희연 충북대 교수는 지난해 12월 ‘과학도시 건설의 필요성과 추진전략’이란 주제발표에서 “거점도시(과학도시)는 기존 기초과학·응용과학 R&D 시설과의 연계 운영 효과가 높은 지역, 기존 산업과의 네트워크 구축 효과가 높은 지역에 입지해야 한다”며 충청권에 과학벨트가 들어서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 과학벨트가 충청 지역에 들어서면 대덕특구와는 어떤 관계를 이어갈 수 있을까요.

    “대덕연구단지 인근에 과학벨트가 들어서면 기존 연구단지가 초기의 약점을 보완해줄 겁니다. 기초과학연구원의 연구 성과를 사업화하려면 적어도 10년 이상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미 연구 사업의 기초시설을 갖춘 대덕 특구와 협력하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 기초과학연구원의 일부 기능을 대덕 연구단지가 대체할 수 있어 중복투자를 막을 수도 있고요.”

    대전은 세종시의 후견도시

    ▼ 대전 지역 시민들에게 인근에 들어설 세종시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있는 듯합니다. 세종시와 연계한 대전시의 발전 방안은 무엇인가요.

    “세종시와 대전시는 궁합이 잘 맞습니다. 초기에 세종시는 도시의 면모를 갖추기 어려울 텐데, 대전시가 배후의 후견도시 기능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브라질의 브라질리아, 호주의 캔버라 같은 계획 수도는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배후도시가 없고, 섬처럼 고립돼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친환경적이고 잘 계획된 도시라 해도 배후도시가 없을 경우 제 기능을 다하기 어렵습니다. 그만큼 배후도시가 중요합니다. 대전은 또 세종시 덕분에 문화 예술 관광 쇼핑 교육 등이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겠지요. 대전과 세종시는 자연스럽게 제2의 수도권 기능을 할 겁니다. 사실 세종대왕은 실사구시(實事求是)정책으로 과학기술을 진흥했고, 문화예술도 꽃피웠습니다. 대전이 과학기술도시이고 문화예술도시이므로 두 도시의 정체성과 이미지가 잘 어울리는 듯합니다.”

    염 시장은 세종시의 배후도시 기능을 확충하기 위해 기획관리실장을 총괄팀장으로 하는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고 단계별 전략과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초기단계인 2015년까지 세종시를 뒷받침하는 인프라 확충에 진력해 맞춤형 주택공급(2014년 1만659가구), 대전국제학교 신축 이전(2011년 7월), 서남부종합스포츠타운 조성, 도안생태호수공원 조성, 엑스포과학공원 재창조, 신세계 복합문화쇼핑몰인 유니온스퀘어 조성 등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염 시장은 또 마이스(MICE) 산업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이는 기업회의(Meeting), 기업이나 단체의 포상관광(Incentives), 국제회의나 학술회의 등의 컨벤션(Convention), 이벤트와 전시박람회(Events · Exhibition)를 융합한 새로운 산업을 말한다. 마이스 산업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부가가치를 유발해 대외수지 적자를 만회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굴뚝 없는 황금 산업’으로 불리며 새로운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군(群)으로 떠오르고 있다.

    싱가포르와 홍콩 등은 오래전부터 각종 국제회의와 기업 인센티브 여행, 대규모 컨벤션과 국제전시회를 합해 하나의 산업으로 육성해오고 있다. 또 마이스 산업은 의료관광, 도심형 관광자원 발굴 및 육성, 각종 이벤트와 전시·공연축제산업, 호텔산업 등과도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푸드 앤 와인 축제’에 거는 거대

    “과학비즈니스벨트 제2의 세종시 사태 우려된다”

    염홍철 시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해 9월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조리사회연맹(WACS) 아시아포럼’을 방문했다. 이 행사는 2012년 열리는 WACS 총회의 사전행사로 준비됐다.

    ▼ 마이스 산업 육성에 대한 전략은 무엇인지요.

    “서비스산업의 고도화를 통해 대전을 사람이 모이고 일자리가 창출되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마이스 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엑스포과학공원, 컨벤션뷰로 등 대전의 문화·관광 자원을 활용해 통합 관리하는 대전도시마케팅공사를 설립하려 합니다. 고양시의 킨텍스나 부산의 벡스코 같은 시설들에 맞먹는 전시·회의 시설도 대폭 확충하겠습니다.”

    ▼ 국제회의 등을 개최하려면 인근에 국제공항이 있어야 유리할 텐데 대전엔 국제공항이 없습니다.

    “인천공항과 서울역 간에 KTX가 개통되면서 인천공항에서 대전까지 1시간20분 거리가 됐습니다. 국제공항에서 이동거리가 2시간 안이면 큰 불편이 없는 거니까 그 점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인근에 청주공항도 있으니 결정적 약점은 아니지요.”

    ▼ 연말 인사에서 과학기술특화산업추진본부장을 신설했습니다. 취지는 무엇인지요.

    “행정안전부로부터 3년 한시기구로 승인을 받아서 가동 중입니다. 1본부장 3과 12담당(총 54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기업유치는 외부의 자원을 끌어들이는 것이고, 내생적인 성장동력을 만들어보자는 차원에서 이 본부를 발족했습니다. 마이스 산업이나 대덕특구와의 협력문제, 산업단지 조성문제 등을 총괄해서 3년간 성장산업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입니다.”

    ▼ 2012년 5월 ‘푸드 앤 와인(Food and Wine) 축제’를 개최해 대전의 대표축제로 육성하겠다고 했는데, 어떤 취지에서 나온 아이디어인가요?

    “대전은 관광 기반이 취약합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세계적인 축제를 개발 육성하는 것입니다. 외부 용역을 의뢰해보니 ‘푸드 앤 와인 축제’가 부가가치가 있다고 합니다. 홍콩, 이탈리아, 프랑스 등 국내외 와인관련 축제와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이 축제는 세계조리사연맹총회(WACS)에 맞춰 열리는 행사로, 국내외에서 3만여 명의 조리사가 참석하게 됩니다. 한식을 세계화하고, 전통주를 홍보하는 기회도 되리라 생각합니다.”

    5개월 만에 101개 기업 유치

    ▼ 올해부터 HD(High Definition)드라마타운 건설에 들어가는데,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885억원의 국책사업지원금이 들어가는 HD드라마타운은 대전을 제2의 한류 진원지로 만드는 전기가 될 겁니다. 또 엑스포공원의 영상시설, 문화산업진흥원, CT센터 등과 연계해 국내 영상산업을 이끌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 타운을 영국 런던의 유명한 스튜디오인 파인우드와, ‘반지의 제왕’을 만든 뉴질랜드 웰리우드의 발전 모델을 참고해서 원스톱 서비스 체계와 첨단기술을 갖춘 곳으로 만들겠습니다. 설계 시공 등은 문화부에서 하지만 부지를 제공하는 대전시로서 나름의 큰 역할을 해내겠습니다. 대전발전연구원 용역에 따르면 연간 관광객 67만명을 끌어들이고, 향후 30년간 1조2000억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합니다.”

    ▼ 1993년 대전시장을 맡고 있을 때 대전엑스포를 개최했지요. 그때의 화려했던 엑스포과학공원이 지금은 그 반대가 됐습니다. 활성화 방안이 있는지요.

    “당시 엑스포가 대전의 발전을 크게 앞당겼고, 대전이 과학도시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됐지요. 그런데 유지관리 비용이 높고 관람수입이 줄어 어려움을 겪다가 2008년 청산되고 말았습니다. HD드라마타운 유치를 계기로 영상문화타운으로 조성하고 미래의 과학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문화·위락시설로 재창조하려 합니다.”

    ▼ 시민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은 무엇인지요.

    “세종시가 답보상태를 거듭하면서 세종시에 입주하려던 웅진에너지 제3공장, 한화대덕R·D특구 투자 등을 대전으로 유치했습니다. 신세계의 대전유니온스퀘어나 한국발전기술종합연수타운 등에 대한 기대감도 높습니다. 이처럼 국내외 기업과 투자를 유치해 새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고요. 나노융합 국가산업단지, 도시철도 2호선 건설 등 대형 국책사업도 일자리 창출로 연결시킬 겁니다. 무엇보다 청년취업을 위한 대책으로 지역의 대학 및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굿잡(Good Job) 청년인턴십’을 확대하고, 올해 10억원을 투자해서 300개 청년기업을 조성하겠습니다. 대전은 과학기술 역량이 전국 최상위입니다. 대덕특구는 입주기업이 1006개에 코스닥 등록기업이 23개에 달합니다. 대전 경제를 더욱 활성화해 안정적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도록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대전시는 민선 5기 출범 뒤 5개월 만에 웅진에너지 등 101개 기업을 유치하는 성과를 이뤘다. 지난해 지식경제부 주관으로 기업유치만족도 조사에서 대전은 광역시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 2013년 완공예정인 복합쇼핑몰 대전유니온스퀘어가 어떤 효과를 가져올까요.

    “유니온스퀘어는 서구 관저지구 33만㎡의 부지에 들어설 예정입니다. 완공되면 국내 최대 쇼핑몰이 될 겁니다. 강원 경남 등 다른 지자체와의 경쟁에서 일궈낸 대전시 역대 최대 투자유치사업입니다. 완공되고 나면 대전의 경제 파이를 크게 키울 수 있는 전기가 될 겁니다. 4500억원의 투자비가 들어가는 프리미엄 아웃렛과 복합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들어서면 3000명 이상의 고용효과와 초기 3년간 연 750만명이 방문해 약 8조원대의 경제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국내 최대 유니온스퀘어 쇼핑몰

    ▼ 중소상인들의 불만도 우려되는데요.

    “특히 의류판매업을 하는 중소상인들이 우려하고 있는데 아마도 기우가 될 겁니다. 여주아웃렛의 경우 1년에 연인원 500만명의 쇼핑객이 이용하는데, 45%가 아웃렛뿐 아니라 관광도 하고 외부에서 쇼핑까지 한다는 통계가 나와 있습니다. 아웃렛에서 취급하는 품목을 제한해서 지방 의류상인들이 취급하는 것과 겹치지 않게 할 계획입니다.”

    무상급식 문제는 서울뿐 아니라, 대전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다. 서울에서는 한나라당 소속인 오세훈 시장과 민주당이 장악한 시의회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지만 대전시는 시교육청과 합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대전시가 무상급식 예산 40억1300만원을 본예산에 책정했을 때 시의회가 이를 전액 삭감했다. 시교육청과 예산 배분 문제를 합의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기엔 단순히 예산상의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상급식으로 다른 교육을 제공할 기회를 잃는다는 논리도 있다.

    ▼ 대전시가 무상급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입니까.

    “무상급식에 대해 일부 정치인이 마치 정치 생명을 거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일부 정당에서 무상급식을 정치쟁점화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를 이념적으로 보려는 시각도 옳지 않습니다. 무상급식은 사회복지적 차원에서 실시하는 게 아닙니다. 이것은 무상교육, 의무교육의 연장선에서 봐야 합니다.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이들 가운데 부유층 자녀에게 왜 돈을 받지 않고 급식하느냐고 따지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러면 의무교육은 왜 있나요? 왜 부유층 자녀에게 등록금을 받지 않고 무상교육을 시킵니까?”

    ▼ 선진국의 무상교육 사례는 어떠합니까.

    “사실 무상급식과 가장 정서가 맞지 않는 나라가 미국입니다. 철저한 시장주의를 지향하니까요. 그런데 지난해 12월13일 오바마 대통령은 무상급식을 확대하기 위해 ‘건강하고 굶주림 없는 아이들을 위한 법(Healthy, hunger-free kids act)’에 서명했습니다. 이는 시장경제의 논리로 봐도 무상급식이 필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무상급식은 사회복지적 차원이 아닌 공공재, 가치재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국가(지자체)가 개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 무상급식은 이념적으로 좌파의 논리입니까.

    “좌파적인 시각에서 보면 사실 부자에게 무상급식을 해선 안 되죠. 그러니 부유층 자녀에 대한 무상급식은 오히려 우파 시각이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부자는 세금을 많이 내니 무상급식을 받는 게 불공정한 것은 아니죠. 어쨌든 정치권의 이념적 논쟁은 걷어치우고 ‘톤다운(tone down)’시켜 행정가와 교육자에게 문제를 맡겨야 합니다.”

    ▼ 대전시가 지난해 12월2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시 50%, 자치구 20%, 교육청 30%’ 분담비율의 원칙을 제안했고, 시교육청이 이를 숙고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1월말쯤 결론이 날 예정입니다. 시교육감이 예산 문제를 걱정하고 있으므로 광역단체가 50% 내겠다고 제의했습니다. 지자체 가운데 무상급식 예산을 가장 많이 지원하는 대구도 50%를 내고 있습니다.”

    (1월13일 현재 대전시는 시교육청이 시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독자적으로라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 무상급식용으로 지역의 친환경 농산물을 활용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는데, 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요.

    “무상급식 논쟁에서 사실 가장 중요한 ‘질(質)’ 얘기를 빼놓는 경우가 많아요. 아이들이 질 좋은 농산물로 만든 음식을 먹어야 하는데도 말입니다. 또 지역의 친환경 농산물을 급식용으로 사용할 때 지역의 농업기반도 건실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젊은 소통 방식

    염 시장은 인터뷰 내내 교수처럼 정연한 논리로 현안을 설명했다. 대학과 연이 많은 사람다워 보였다. 경남대 교수 시절인 1980년대 초 그는 대학생들에게 필독서가 된 ‘제3세계와 종속이론’을 펴냈고, 경남대 북한대학원장, 국립한밭대 총장을 역임했다. 정치는 그에게 ‘마이너리티(minority·소수파)’ 인생의 한계를 뛰어넘는 수단이자 자아실현의 장(場)이었다. 충남 논산의 시골에서 나서 대전공고를 나왔고, 경희대 정외과·중앙대 정치학 박사 출신인 그는 40대초이던 1988년 대통령정무비서관이 됐다. 이후 1993년 관선시장과 2002년 민선시장, 그리고 이번을 포함 세 번째 시장에 올랐다.

    2005년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열린우리당 후보로 2006년 대전시장에 재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당시 선거 지원 유세에 나섰던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괴한의 습격으로 입원했다가 병상에서 ‘대전은요?’라고 말해 대전시장 선거의 판세가 뒤집혔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해는 세종시 원안을 지키는 데 박 전 대표와 같은 목소리를 냈다.

    “2006년 선거에서 제가 박 전 대표의 최대 피해자라는 말이 사실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원망하지 않습니다. 세종시와 관련해선 한목소리였거든요. 2005년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법이 제정될 때 121명의 한나라당 의원 가운데 박 전 대표 등 10여 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행복도시에 반대했고, 정권을 잡으면 원점으로 돌린다는 말을 공공연히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나라당을 탈당했던 겁니다. 탈당 전에 박 전 대표에게 저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데 대해 고맙다는 편지도 보냈습니다. 낙선으로 인해 피해자라 불리는 것과 박 전 대표가 세종시 원안 사수에 긍정적 영향을 준 것은 분리하고 싶습니다. 충청권 단체장으로서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염 시장은 취임 뒤 대전시청 내부에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들을 몰고 왔다. 시장 전용엘리베이터 폐지, 시장관사 반납, 인사 전 승진예정자 명단 공개, 트위터와 미니홈피를 통한 시민과의 대화, 간부 부인들의 모임과 계급화 폐지 등이 그런 사례들이다.

    염 시장의 소통 방식은 젊다. 지인들에게 주 1회 ‘아침편지’를 보내기도 하고, 트위터와 미니홈피를 통해 시민들과 대화하기도 한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적은 ‘141번째 아침편지, 아버지의 마음’은 특히 잔잔한 감동을 전해줬다. 두 순직 장병(서정우, 문광욱) 안장식에 참석한 소회를 적은 글로 ‘그들은 단순히 흙 속에 묻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의 가슴속에 묻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염 시장이 1월12일 트위터를 통해 ‘kjgkjg’님께 답한 글이다. “시민들께서 저에게 4년간 대전 살림을 맡겨주셨습니다. 그러니 제가 할일이 무엇이겠습니까? 살림을 잘해서 부자도시로 만드는 것입니다. 정도의 문제가 있지만 꼭 해내겠습니다. 많은 참여와 협조를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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