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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단체장 스토리 ⑤

“조선특구나 공룡엑스포보다 생명환경농업 성공이 더 감격스러웠다”

이학렬 경남 고성군수

  • 조성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조선특구나 공룡엑스포보다 생명환경농업 성공이 더 감격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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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의 혁명’

“조선특구나 공룡엑스포보다 생명환경농업 성공이 더 감격스러웠다”

당항포 선착장에 있는 요트학교.

2009년 7월31일 고성은 이명박 대통령의 방문으로 떠들썩했다. 이 대통령은 생명환경농업의 현장인 고성의 참다래마을을 찾아 직접 삽을 들고 토착미생물을 배양한 흙을 뿌렸다. 한 달쯤 뒤엔 한승수 국무총리가 고성의 생명환경농업연구소를 방문한 후 관계자들에게 생명환경농업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과 총리를 불러들인 고성의 생명환경농업은 친환경농업을 뛰어넘는 차세대 농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 군수는 “생명환경농업은 농업의 혁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환경농업을 시작한 지 30년이 지났습니다. 친환경 농약과 비료는 최소 3배 이상 비쌉니다. 생산비가 높은 반면 수확량은 적어요. 한마디로 고비용 저수확이죠. 그런데 생명환경농업을 하는 농민들은 비료를 구매하지 않고 스스로 만들어 사용합니다. 기존 관행농업(화학농업)에 비해 비용이 절반밖에 들지 않습니다. 친환경농업과 비교해도 5분의 1밖에 안 듭니다.”

그는 생명환경농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공룡엑스포는 3차 산업이고 조선업은 2차 산업입니다. 그런데 고성 주민의 50%가 1차 산업인 농업에 종사하고 있어요. 조선산업특구와 공룡엑스포로 2, 3차 산업의 발판이 마련됐습니다. 남은 건 1차 산업이었죠. 관행농업으로는 농민들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수 없었습니다. 관행농업에서는 엄청난 화학비료와 농약을 씁니다. 농약을 쓰니 센 병충해가 나타납니다. 그러면 더 센 농약을 써야 하고. 악순환인 셈이죠. 당연히 환경에도 안 좋고 건강에도 안 좋습니다.”

생명환경농업의 본산은 충북 괴산에 있는 자연농업학교다. 이 학교를 운영하는 사람은 조한규라는 농학자다. 올해 77세인 그는 지난 50년간 독자적으로 농업을 연구해왔다. 많은 농민이 이곳에 와서 배우고 돌아갔다. 정통 학계의 농학자들은 그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한국에서보다 일본, 중국 등 외국에서 더 인정을 받았다. 일본에서 초청강연도 하고 중국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이 군수는 직원들과 함께 자연농업학교를 찾아가 5박6일 동안 교육받으면서 농업에 대해 새로 눈을 떴다.

“많은 사람이 그곳에서 교육받고 돌아가 생명환경농업을 시도했지만 대부분 개별적인 차원이었지요. 행정 차원에서 시작한 건 우리가 처음입니다. 처음엔 163㏊로 시작해 점차 규모를 늘렸습니다. 생명환경농업은 10만평(33만㎡) 정도의 대규모 논에서 같이 농작해야 합니다. 누구는 농약 치고 누구는 안 치면 안 되기 때문이죠. 같이 작업하면 효율적입니다. 일손도 덜고 비용도 적게 들거든요. 수확량도, 원칙대로만 하면 관행농업보다 오히려 많아요. 저비용 다수확인 거죠. 거기에 환경도 살리고 건강도 살리고.”

반대를 뿌리치고

군수가 생명환경농업을 해보겠다고 팔을 걷어붙이자 주변에서 반대가 거셌다. 농민들은 반신반의했다. 공무원들도 우려했다. 일이 잘못될 경우를 생각해서였다. 특히 농민들을 상대로 영농교육을 하는 농촌지도직 공무원들의 반대가 심했다. 생명환경농법은 기존 농법과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농업교과서는 심경다비(深耕多肥)를 가르친다. 땅을 깊이 갈고 비료, 즉 거름을 많이 주라는 뜻이다. 반면 생명환경농업에서는 천경소비(淺耕少肥), 즉 땅을 얕게 갈고 거름을 적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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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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