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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컨슈머의 세계

세 업체에 ‘이물질 햄’ 허위 신고 인상 험악한 지인 대동해 협박

  • 김희연 | 신동아 객원기자 foolfox@naver.com

블랙 컨슈머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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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이 블랙 컨슈머의 타깃이 되는 배경에는 일상에서 접하기 쉽고, 파급 효과가 크다는 이유 외에도 제조부터 소비까지 어느 단계에서든 이물이 투입되거나 제품이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제조·보관·유통 과정은 물론 소비자가 구입한 후에도 음식이 입에 들어가기까지 안심할 수가 없다. 음식을 뜯어서 바로 섭취하지 않고 나눠서 먹는 일도 많다.

악성 민원, 소비자에게 득 될까

식약청 대변인실의 안만호 서기관은 “제조 과정에서 섞여 들어갔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는 한 소비자가 고의성을 가지고 허위 신고를 했는지 여부가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식약청은 지난해 말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블랙 컨슈머에 엄격히 대응한다는 원칙을 밝혔지만, 블랙 컨슈머가 사기·공갈 단계까지 넘어가지 않도록 방지할 구체적인 대책은 아직 논의 중이다.

한 예로 2008년 슈퍼마켓에서 유통되는 빵에서 지렁이가 발견됐다는 소동이 일어난 적이 있다. 일명 ‘지렁이 단팥빵’으로 TV 9시 뉴스에까지 보도된 사건이다. 신고자가 기업이 아니라 방송사에 먼저 제보를 해서 타격이 더 컸다.

그러나 ‘지렁이 단팥빵’의 사진이 공개되자마자 의문이 제기됐다. 해당 빵에는 단팥 고물이 갈려서 자동 투입되는 데다 수분이 당도가 높은 쪽으로 빠져나가는 삼투압 현상이 일어나야 하는데 문제의 지렁이는 원형 그대로 남아 있었다. 250℃ 고온에서 20분 이상 구워지는 과정까지 감안하면 의아한 일이었다. 조사 결과 제보자가 제품을 뜯은 상태로 장시간 노상에 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적어도 블랙 컨슈머가 나타날 때면 식품 위생에 대한 세간의 주의가 환기되는 효과가 있다. 해당 기업의 이미지는 타격을 입지만, 어떤 측면에서 소비자에게는 좀 더 이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한 대목이다.

앞의 ‘지렁이 단팥빵’ 사례에서 제조 기업은 해당 라인의 생산을 전면 중지하고, 시중에 유통된 제품을 전량 회수했다. 그 뿐만 아니라 유사 품목의 재고도 전량 폐기했다. 정확한 진상은 3만5000개 이상의 정상적인 빵이 폐기된 후 드러났다. 결국 블랙 컨슈머에 대비한 보상비, 기업 이미지 회복을 위한 홍보비, 제품 회수로 인한 손실 등은 전체 소비자에게 가격 부담으로 작용한다.

기업과 소비자 간 신뢰 회복 필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블랙 컨슈머 사건은 생계형 범죄로도 볼 수도 있다. 세계 금융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2008년에 굵직한 사례가 많았다. 법정에서 처벌받은 사례만 봐도 악성 민원을 제기한 소비자의 직업은 건설현장 노동자, 시간강사 등으로 경제적 위치가 불안정한 편이었다.

악질 범죄야 개인의 잘못이지만 기업이 블랙 컨슈머를 조장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소비자는 크고 작은 기업 광고에서 ‘효과 없으면 환불’이라는 식의 문구를 본다. 파는 입장에서는 무슨 말이든 못하랴 싶지만, 사후에 블랙 컨슈머가 문제를 삼을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기업이 제조와 판매 행위에서 책임 있게 주의를 기울일수록, 블랙 컨슈머가 발을 붙일 공간도 작아진다.

또 악성 민원을 규정대로 처리하지 않고 조용히 넘기려는 기업의 태도가 사기꾼을 불러들이기도 한다. 몇 년간 홈쇼핑 고객만족센터에 근무한 한 관계자는 “지나치게 까다롭게 구는 손님이 기업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가게 된다”면서 ”기업의 대응이 이른바 진상고객을 부추기는 것일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편으로는 보상을 받아야 할 소비자가 블랙 컨슈머로 오인받는 경우도 나타난다. 제품을 회수하고 환불해주면 잠재울 수 있는 일인데, 보상을 지연시켜 소비자의 불만을 증폭시키는 사례가 종종 나온다. 불만이 잘 해결되면, 충성 고객이 될 수 있는 소비자가 기업의 처리 태도에 화가 나 완전히 등을 돌리게 되는 것이다. 기업은 소비자를 블랙 컨슈머로 의심하고, 소비자는 기업이 사건을 은폐한다는 인상을 받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이렇듯 기업과 소비자 간의 신뢰가 약해지는 것은 사회적인 손해이기도 하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벌어진 ‘쥐식빵’ 사건을 계기로 소비자도 불만사항이 발생했을 때 요구사항이 제품과 서비스 향상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아 2011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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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연 | 신동아 객원기자 foolfo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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