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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곤 박사의 한의학 이야기

부부 불화가 ‘이명(耳鳴)’ 부른다

부부 불화가 ‘이명(耳鳴)’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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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갈등과 여우 생식기

부부 불화가 ‘이명(耳鳴)’ 부른다

부부금실의 상징인 원앙새

따지고 보면 부처, 예수, 공자, 소크라테스 같은 성인 중 그 누구도 부부금실이 좋은 사람은 없었다. 그런 점에서, 평안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우리 범인은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하다. 위대한 성인들도 이루지 못한 일을 평범하게 잘해내고 있으니 말이다. 부부간의 갈등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는 세상이 되다보니 이제는 그 큼을 비집고 드는 시장도 생겨나고 있다. 얼마 전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던 ‘여우 생식기 파동’ 같은 것들이다. 여우 생식기를 몸에 차고 다니면 부부금실이 좋아진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한때 여우 생식기가 몇 천 만원을 호가하는 기현상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한의학적으로 따져보면 여우 생식기가 금실을 좋게 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한자의 뜻만 보면 금실을 해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결론이 나온다. 여우는 한자로 표현하면 호(狐)인데, 이것은 외로울 고(孤)와 맥을 같이한다. 외롭게 혼자 다니는 짐승이라는 뜻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자생했던 여우는 의심이 많아 무리생활을 하지 않기로 유명했다. 그래서일까. 중국 측 기록에 따르면, 자주 영화의 소재가 되는 구미호도 원산지는 한국이다. 중국 최고의 지리서인 ‘산해경(山海經)’은 이렇게 적고 있다.

“靑丘(청구)의 산에는 여우가 있으며 九尾(구미)로 능히 사람을 먹는다.”

여기서 청구는 우리나라의 옛 지명이다.



동의보감의 잡방에는 부부가 서로 사랑하게 하는 처방도 나와 있어 눈길을 끈다. 여기엔 두 가지의 처방이 나오는데, 원앙새 고기로 죽을 끓여서 알지 못하게 먹이거나, 음력 5월5일에 뻐꾸기를 잡아 다리와 머리뼈를 차고 다니게 하는 것이다. 그 중 원앙새 처방은 금실 좋기로 소문이 나 있는 원앙새의 금실을 빌리려는 주술적 처방에 해당한다. 그러나 실제로 원앙은 소문과는 달리 금실이 좋지 않다. 원앙의 암컷이 총을 맞고 쓰러져도 수컷이 암컷을 떠나지 않기 때문에 금실이 좋은 것처럼 전해왔지만, 이와 상관없이 실제의 원앙은 매년 상대를 바꾸어 산다.

한방에서 보면 사실 부부금실과 관련해 원앙새를 넘어선 동물은 바로 원앙어다. 김려라는 조선후기 학자는 그의 저서 ‘牛海異語譜’(우해이어보)에 이런 기록을 남겨놓았다.

‘이름은 원앙어라고도 하고 해원앙이라고 한다. 생김새는 연어와 비슷하나 입이 작고 비늘은 비단처럼 곱고 아가미는 붉다. 꼬리는 길고 몸통은 짧은 것이 마치 제비처럼 생겼다. 이 물고기는 암컷과 수컷이 항상 붙어 다니는데 수컷이 달아나면 암컷이 수컷의 꼬리를 물고는 죽어도 놓아주지 않는다. 낚시꾼들은 원앙을 낚게 되면 반드시 쌍으로 낚는다. 이 고장 토박이의 말에 따르면 원앙어의 눈을 뽑아서 잘 말려가지고 남자는 암컷의 눈을 차고, 여자는 수컷의 눈을 차고 다니면 부부간의 금실을 좋게 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에는 실제 경험담도 적혀 있는데, 이웃집 젊은이가 거제도 앞바다에 가서 물고기를 낚아 가져 왔는데 물고기가 절반쯤 말랐는데도 오히려 꼬리를 물고 떨어지지 않는 채로 있었다는 것이다. 최근에 밝혀진 결과로 보면 원앙어 외에도 백년해로하는 물고기로 아귀가 있다. 그중에도 심해어인 초롱아귀가 그렇다. 초롱아귀의 수컷은 암컷의 몸에 지느러미처럼 작게 달라붙어 산다. 깊은 바다에서 같은 종족끼리 만날 확률이 낮아서인지 수컷은 암컷의 피부에 악착같이 달라붙는다. 작지만 번식기가 되면 아비 구실을 해내 자손을 남긴다.

부부 불화가 ‘이명(耳鳴)’ 부른다
李相坤

1965년 경북 경주 출생

現 갑산한의원 원장. 대한한의사협회 외관과학회 이사, 한의학 박사

前 대구한의대 안이비인후피부과 교수

저서 : ‘콧속에 건강이 보인다’ ‘코 박사의 코 이야기’


그러나 이런 것들이 모두 사실이라 해도 부부금실을 위해 원앙어를 가지고 다닐 수도, 초롱아귀를 데려다 키울 수도 없는 게 솔직한 현실이다. 하나 분명한 사실은 모든 병은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마음이 달라지지 않으면 몸이 바뀌지 않는다. 부부의 금실도, 그로 인한 고통도 다 마찬가지다.

신동아 2011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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