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직업·연령대의 수강생으로 가득 찬 범죄학 강의 콘서트 강의실 모습.
서양은 “DNA 검사 결과를 분석한 자료들과 사건 포트폴리오, 현장 사진 등을 통해 DNA가 어떻게 증거로 활용되는지 알 수 있어 좋았다. 그동안 본 범죄학 관련 책은 너무 학술적이거나 과장된 내용이 많았는데, 오늘 강의는 흥미진진했다. 반드시 내 꿈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대학교 3학년생 민정원씨는 3회 강의 때 참석했다. 경찰대에서 강력범죄수사학과 과학수사학을 가르치는 유제설 교수가 강사로 나선 날이다. ‘한국의 CSI’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강의는 1954년 미국을 발칵 뒤집어놓은 정형외과 의사 샘 셰퍼드의 아내 살해사건과 현재 국내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노파 살해사건이 사례로 제시됐다. 민씨는 “혈흔과 시체에 남은 상처자국 등 증거를 놓고 법정에서 벌어진 실제 다툼을 중심으로 강의가 진행돼 인상적이었다”며 “원래 전공이 독문학인데 심리학 쪽으로 다시 공부해서 범죄심리 관련 직업을 갖고 싶다”고 했다.
한국의 CSI
표 교수는 “강의가 끝난 뒤 개인적으로 찾아와 범죄는 왜 일어나며, 범죄를 예방하려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는 사람도 많다.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모범적인 시민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며 뿌듯해했다.
첫 회에 수강생 40명으로 시작한 콘서트 참석자 수는 회를 거듭할수록 급증하고 있다. 협소한 공간 때문에 3회 때 ‘선착순 70명 접수’라는 제한이 생겼는데 1시간 만에 마감됐을 정도다. 이 때문에 KIPS 홈페이지 게시판은 항의성 글과 읍소로 뜨겁게 달아올랐고 주최 측은 1월21일로 예정된 5회 콘서트를 100석 규모의 서울역 대회의실로 장소를 옮겨 열기로 했다. 물론 이미 접수는 마감된 상태다. 콘서트를 기획한 표 교수는 이처럼 단기간에 열띤 호응을 얻게 되리라곤 생각지 못했다며 “범죄학 관련 학술대회 참가자는 대부분 30명도 안 된다”고 했다.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범죄학’이라는 타이틀을 단 강의콘서트가 예상밖의 호응을 얻은 데는 국내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CSI’, ‘멘탈리스트’, ‘크리미널 마인드’같은 미국 범죄수사 드라마의 영향이 크다. 연쇄살인과 ‘묻지마 살인’ 사건이 늘고, 반사회성 인격 장애를 가진 사이코패스에 대한 언론보도가 늘면서 일반인이 불안과 위험을 느끼는 사회 분위기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표 교수는 “우리 사회의 안전을 지키려면 경찰 발전과 과학화가 필요하다. 그걸 현실화하려면 예산 확보와 국민의 지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공감대를 마련하기 위해 대중에게 경찰에 대한 이해를 확산시키고, 범죄에 대한 정보를 전해주기 위해 콘서트를 연 것”이라고 소개했다.
콘서트 운영비용은 전액 한국경찰과학연구소가 낸다. 참가를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연구소 홈페이지(www.kips.re.kr)를 통해 신청한 뒤 무료로 수강할 수 있다.